의료법상 소비자 유인 광고의 판단기준

신일섭 변호사(진솔)
발행날짜: 2024-03-20 05:00:00 수정: 2024-03-20 09:24:45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가 ‘허위·과장광고’를 금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공익상의 요구 등에 의한 의료광고 규제의 필요성과 더불어 의료광고의 경우에는 그 표현내용의 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표현방식 방법만으로도 의료서비스 소비자의 절박하고 간절한 심리상태에 편승하여 의료기관이나 치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것이 실제 국민들의 건강보호나 의료제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하여 일정한 표현방식 내지 표현방법에 의한 광고를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대법원 2010.03.25. 선고 2009두21345 판결).

위 대법원 판례에서는 어떠한 광고가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표현방식과 치료효과 보장 등의 연관성, 표현방식 자체가 의료정보 제공에서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 광고가 이루어진 매체의 성격과 그 제작·배포의 경위, 광고의 표현방식이 의료서비스 소비자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의료서비스 소비자가 당해 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해당 사안의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A치과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팝업창 형식으로 임플란트 시술과 관련하여 “레이져를 이용하여 치아나 잇몸을 절삭, 절개하여 통증과 출혈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광고를 하면서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심의를 받은 광고에 “휴먼노인 임플란트”, “통증, 염증, 회복시간 단축으로 시술부담 줄어” 등의 문구를 임의로 추가하여 무료일간지에 광고하였다가 의료법위반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A치과는 의료법위반 혐의에 관하여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으나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치과의사면허자격정지 15일의 처분과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치과의사면허자격 경고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A치과는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는 ‘통증과 출혈이 거의 없다’라는 표현은 ‘통증과 출혈이 완화된다’라는 표현과 그 의미가 분명히 다를 뿐만 아니라 치료를 원하는 의료소비자들로 하여금 확률적으로 0% 및 100%를 의미하는 ‘통증과 출혈이 없다’거나 ‘전혀 없다’는 의미로 이해될 여지가 있고, 이는 ‘통증과 출혈의 발생’이라는 사실을 왜곡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통증과 출혈의 미발생’을 나타내는 정도의 과장된 표현임과 동시에 객관적으로 시술방법이나 시술효과에 있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하게 할 수 있어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A치과는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역시 이 사건 자격정지처분이 과잉금지의 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A치과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A치과가 상고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광고는 레이저 치료기에 의한 임플란트 시술이 다른 시술방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그 표현방식 역시 레이저 치료기 제조사에서 만든 책자의 내용을 참고로 레이저 치료기에 의한 임플란트 시술의 장점을 의료서비스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차원에서 사용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사건 광고와 같이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통증의 정도 등을 표현하는 광고에 있어서 ‘많다, 적다, 거의 없다’와 같은 다소 불확정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광고에서 사용된 ‘통증과 출혈이 거의 없다’라는 표현이 곧바로 ‘통증과 출혈이 없다’ 또는 ‘전혀 없다’라는 의미로 의료서비스 소비자들에게 인식됨으로써 그들의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를 곧바로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이 사건 판례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표현방식 자체가 의료제공 제공에서 불가피한 것인지, 광고의 제작 배포가 이루어진 경위,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의료서비스 소비자가 광고를 받아들이는 인상을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의료광고 행위를 함에 있어서 병원이 주의해야할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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