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의료계가 반대하고, 금융위원회와 보험사들이 찬성했던 보험업법 개정안이 2023년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올해 10월 25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과 병원 및 치과병원, 한방병원 포함)을 대상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는 2024년 2월 보험회사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는 전송대행기관(법§102의7➁)으로 보험개발원을 지정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부 병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방식으로도 병원에서 보험회사로 청구 서류를 전송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전자적으로 송부 가능한 실손보험 청구 서류(법§102의6➀)는 현재 요양기관에서 보험계약자 등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는 서류로 진료비·약제비 계산서·영수증,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을 지정하였다.
보험업법에서 보험회사는 제102조의6제1항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으며 전산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한다고 하였다.
언론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자체EMR을 구축하고 있는 병원 중심으로 준비가 한창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참여 비율은 각각 100%, 39.9%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중소병원의 EMR을 주로 공급하는 업체 54곳 중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소형 EMR회사들로 과반이 채 안된다. 문제는 보험개발원으로 경유하는 청구간소화 시스템 구축비로 제시한 1200만원 수준의 개발비와 10만원 수준의 설치비는 결국 손해일 것으로 판단한다.
중소병원의 서버환경은 각각 다르므로 보완문제, 속도저하 문제 등의 우려는 당연하다.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10만원 수준의 확산비는 결국 한번 설치하고 계속 유지보수 해야 하는 EMR기업입장에선 부담일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미 다수의 민간 EMR기업들은 보험업법 통과와 관계없이 핀테크 회사들과 협력하여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보험개발원을 경유하지 않고 보험사로 직접 보내는 시스템을 이미 구축하였다.
결국 이번 실손 청구화는 기술의 영역으로 민간이 자율적 확산으로 해야 할 부분을 법으로 강제화 함으로서 의료계의 반감을 사고 기술적 방법론을 고민하지 않고 법을 제정하여 발생한 문제로 판단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서류전송 의무가 주어짐에 따라 요청 문의 등의 행정비용이 발생할 게 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행정비용 보상은 구체적 제안도 없는 상태이다.
이에 의료계 입장에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첫째, 전송데이터 축소를 위해 다빈도 청구구간에 해당하는 10만원 이하 실손청구는 진료비 세부내역을 제외하고 전송해야한다.
실제 영수증이나 처방전은 각 1~2장수준이지만 세부내역은 진료량이 많을수록 분량이 많아진다. 금융위는 2014년 실손청구 간소화의 일환으로 10만원 이하의 통원의료비의 경우 진단서 없이도, 진료비 영수증과 처방전만으로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따라서 실손청구를 위한 서류전송 역시 10만원 이하는 진료비 세부내역을 원하는 경우만 보내도록 해야 한다.
둘째, 병원들의 원만한 참여유도를 위해 행정비용 보상 논의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결국 요양기관들도 대부분 유상 EMR기업에 월 사용료를 내고 있으므로 만일 청구간소화 부담이 커지면 EMR사용료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따라서 법에서 명시한 대로 전산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해야 하므로 자체 구축한 EMR기업들의 운영비와 병원 행정비용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한다.
셋째, 시스템 구축 운영에 관한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 편의를 위해 앱 이외에도 대형병원의 경우 키오스크 설치도 지원해야 한다. 현재 민간 EMR기업들은 눈이 어두워 작은 글씨를 잘 못보거나, 디지털기기 사용이 미숙한 환자들을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하여 편의를 제공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청구간소화가 기존에 제공하는 민간서비스 수준은 되어야 할것이다.
이제 10월 25일은 정말 한달도 남지 않았다. 한가지 방법보다는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실손24'이외에 EMR회사들의 서류전송 서비스도 활성화하고, 서비스 발전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체계가 실손청구 간소화 편의를 증진시키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