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사' 개원가의 참여를 이끌려면?

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이사
발행날짜: 2025-04-24 16:54:10
  •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공보이사

2024년 9월 본사업으로 전환된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이하 '일만사')은 만성질환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적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의료계 역시 이에 협력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실제 참여율은 기대만큼 높지 않은 상황이다. 현장에서의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 관리는 예방적 의료 서비스의 핵심이자, 풀뿌리 일차진료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이를 함께 설계하고 지원해야 할 지방정부의 관심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방정부는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행정적 성과나 지방정부 차원의 가시적인 성과가 적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

그러나 만성질환 관리는 합병증을 줄이고, 입원이나 응급실 이용률 등 중증 의료서비스 수요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결과적으로 국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 효과이지만,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성격 탓에 직접적 이득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이러한 예방 중심 접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주도의 단일 보험 체계하에서는 지방정부가 예방적 의료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지방정부 주도로 다양한 만성질환 관리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정부가 의료비 일부를 책임진다면, 비용 절감을 위해 일만사와 같은 예방적 의료 서비스의 확산에 더욱 힘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금 과장하면 지방정부가 보험재정이라는 꿀단지에서 혜택을 취하는 것 이상으로 꿀단지 고갈을 방지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원가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세 가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 부담 완화다. 많은 의원이 복잡한 행정 절차와 전산입력의 번거로움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사용자 친화적인 전산시스템 개선과 행정 간소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이러한 개선이 어렵다면 민간에서 기존에 개발된 기술들을 활용하고 이를 장려하는 정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둘째, 현실적인 보상체계 마련이다. 특히 개원가는 실질적인 보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참여 동기를 유도하기 어렵다. 현재의 수가는 의료기관의 노력과 부담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수가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여 의료기관에 현실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경제적보상 이외에도, 의료기관에 대한 홍보나 지역 내 우수기관 인증 등 비금전적 지원책과 같은 비경제적 보상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인력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다. 특히 케어코디네이터와 같은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은 개원가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인건비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이나 행정적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일선 의료기관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만사의 성공은 결국 현장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 있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마련할 때, 개원가의 참여는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동시에 지방정부는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방 중심의 건강정책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의료현장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대변할 수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제도 개선과 정책 반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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