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공의·원장 반발 "정부가 만든 고용 불안"
의협 전공의 지원 가용 예산 확대…실마리 생기나
의정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입영 대기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직 전공의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특별회비 인상이 확정되면서 이들의 숨통이 트일지에 의료계 관심이 쏠린다.
28일 의료계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입영 대기 상태로 인한 고용 불안정을 호소하고 있다.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 개정으로 기존에 없던 초법적 조치가 이뤄졌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매년 군 입대 시기 무작위로 입영 대상으로 선발되는데, 매년 졸업하는 3000명의 의대생을 더하면 최대 5~6년을 입영 대기 상태로 있을 수 있다.
실제 사직 후 입영 대기 상태로 노인 환자를 보고 있는 한 전공의는 현 상황에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행정 절차는 단지 개인적인 불안감을 넘어, 정부와 전공의 간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기존 제도를 갑작스럽게 변경해 전공의들의 처지를 한순간에 바꿔버리는 식의 조치가 반복되면서,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다는 것. 이는 기존에도 지원율이 줄어들고 있던 군의관·공중보건의사 지원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해당 사직 전공의는 "입영 대기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인생 계획이 통째로 흔들렸다. 정부가 규칙을 이렇게 쉽게 바꿔버리는 걸 보면서, 앞으로 무슨 약속을 해도 믿을 수 있을까 두렵다"며 "지금도 언제 군에 끌려갈지 모르는 상태로 환자를 보고 있다. 마음 한편엔 늘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뜻을 접었는데 군대에 못 간 사람도 있고 뜻하지 않게 군대 간 사람도 생겼다. 이젠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한다"며 "수련을 시작하든 말든 언제든 군대에 끌려갈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 이런 상황을 하도 많이 겪다 보니 문제 의식을 가지면서도 다들 초연해져 버린 게 전공의들 사이에 퍼진 지배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들을 고용한 원장들의 불만도 크다. 현 상황은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고용 불안정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환자와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일차의료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모습이다.
개원가 환자들은 의료진을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다. 전공의가 갑자기 군 입대 통보를 받고 떠나게 되면, 중간에 담당 의료진이 바뀌어 환자 관리가 끊긴다는 우려다. 이는 진료 연속성을 훼손하고 기존 환자 풀을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의원 원장은 "의료기관으로만 볼 게 아니라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특히 개원가는 환자와의 라포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갑자기 제도를 바꿔놓고 민간 의료기관에 그 불확실성을 떠넘긴 셈이다. 이로 인한 손실을 전공의와 개원가에 떠넘긴 꼴인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27일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 지원을 위한 특별회비 5만 원 인상이 의결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에 의료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의협은 TF를 통해 전공의 진로 지원 및 법적 대응 등을 지원해 왔는데 여기서 가용할 예산이 늘어나게 된 것.
특히 의협은 사직 전공의 군 문제와 관련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 사직 전공의 입영 대기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의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의협 이한결 홍보이사는 "이미 전공의 지원 TF를 발족해 운영 중이다. 특별회비 인상으로 TF를 통한 지원이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TF의 진행 상황에 대해 내부적으로 일부 보고된 바 있지만, 논의 내용이 민감한 사안이 많아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회비 인상 결정에 따라, 전공의 문제 관련 추가 지원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이 있어, 필요한 경우 해당 재원을 활용해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