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처방 프로세스 공개 "연간 9조 원 절감"
의협 1인 릴레이 시위 시작…김택우 "의료대란 도화선"
약계가 성분명 처방 프로세스를 공개하는 등 관련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릴레이 시위, 임시대의원총회가 추진되는 등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9일 대한약사회·의약품정책연구소는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도입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민 조제약 선택권 확대를 위해 관련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약품정책연구소 김대진 소장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형 성분명 처방 프로세스 안을 공개했다. 이 프로세스에 따르면 의사는 주성분 코드에 성분명, 제형, 함량으로 처방전을 기재해야 한다. 환자가 이 전자·종이 처방전을 약국에 제출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추천, 약가, 본인 부담 기준 등에 따라 후보 의약품이 자동 선정된다.
이후 약사는 조제 예정 의약품과 선택사항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 선택에 따라 최종 조제를 진행하고 성분·제품명을 기록한다. 복약지도서에도 성분·제품명을 병기하고 이를 환자에게 제공한 후 복용법·주의사항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환자는 앱 등을 통해 조제 내역을 확인·공유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성분명 처방 도입 효과로 최저가 약 조제 시 약품비가 절감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시장뿐 아니라 사용량이 많고 공공성이 높은 성분군 중심으로도 약 4~8조 원의 실질적 약품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확인됐다는 것.
그 외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도 강조했다. 제품명으로 인한 의약품 사용 과오가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에서 관련 과오로 인한 비용은 4585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9979억 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불필요한 위장관계 약 처방 감소 효과도 기대했다. 이와 함께 폐의약품 규모 감소로 연간 1155억 원을 보전할 수 있다고 짚었다.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감소한다고 봤다. 성분명 처방이 도입된다면 2014~2025년 5월 법원 판결문 기준 리베이트 적발 금액인 약 205억 원, 2014~2023년 보건복지부 적발 금액 500억 원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성분명 처방으로 연간 최대 9조 3614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김 소장은 "제네릭 품목이 과다해 관리와 환자 안전에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또 제네릭 제품명이 대부분 상품명이어서 성분 인지와 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이는 환자 안전 사고 발생 우려를 키운다"며 "의약품 및 조제 관련 용어에 대한 국민 인지율도 매우 낮다. 현행 대체조제 역시 절차적 구조적 제약으로 활용도가 낮아 환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환자의 알 권리와 의약품 선택권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요구도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한 성분군을 우선 적용하고 이후 점진 확대가 필요하다"며 "약가 인하, 본인 부담 차등화, 제네릭 경쟁 촉진 등을 병행하면 국민 건강보험료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성분명 자동 변환 및 조제 지원 기능으로 현장 행정 부담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궐기대회에 이어 강서구의사회·전라북도의사회 등이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성분명 처방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된다고 규탄했다.
이미 대체조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 법제화는 불필요하며, 장기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등의 치료 연속성을 저해한다는 것. 오히려 환자는 약 관련 부작용 등 상담을 구체적이고 책임 있게 들을 수 없게 돼 결국 보건의료서비스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받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토론회 개최에 앞서 릴레이 1인 시위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투쟁을 선언했다. 의협 김택우 회장을 시작으로 상임이사들이 교대로 추석 연휴 이후까지 시위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선언문을 통해 "성분명 처방 강제 시도는 특정 직능단체가 직역 이권만을 챙기기 위해 의료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도발이다"며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진료 행위를 명백히 침해하고 임상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다. 경제 논리만으로 국민 건강을 도박판에 올리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다른 의료대란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분명 처방 강행은 의약분업 파기 선언으로, 이를 강행한다면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파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처벌을 앞세운 시대착오적 강제 대신 국민 편익을 위한 환자 선택 분업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의약품 수급 불안 해결 책무는 정부에 있다. 의협은 제도 저지를 위한 투쟁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그 끝은 선택 분업"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 개최도 추진 중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이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성분명 처방 강제화 저지와 수탁 고시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구성'을 요건으로 임총 소집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대의원 의견을 취합해 추석 명절 이후 동의서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주신구 회장은 "내부적으로 약사회에 비해 의협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성분명 처방 문제 등에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요청이 수 차례 있었다"며 "의협은 더 과감했어야 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로드맵이 있다는 이유로 선제적 대응에 미온적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성분명 처방은 전체 의료계의 문제다. 최고 의결 기구인 대의원회에서 의견을 결집해야 한다. 약사회는 연간 9조 원 절감 같은 사탕발림으로 여론을 선점하고 있다"며 "우리도 의료계에 닥칠 위험을 국민에게 설득·경고하는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 약사회가 국민 편익을 위한다면 약 배송 허용까지 담론에 올리는 등 공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