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메디칼타임즈-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공동 좌담회
"임상적 사각지대 분명…가정 모니터링 시스템 등 대책 시급"

고혈압과 부정맥의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조기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정맥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인지도 자체도 낮아 막상 환자들이 검사 자체를 번거로워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통합 모니터링 체제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함께 '효율적인 혈압·부정맥 관리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번 좌담회는 고혈압 환자의 부정맥 조기 발견을 위한 정책적 제안과 가정 내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좌담회에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서울연세의원), 김정환 대외협력부회장(강남을지병원), 김정하 학술부회장(중앙대병원), 유승호 공보이사(입북삼성가정의학과의원)가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부정맥 대부분이 무증상…검진 사각지대 해소 시급
참석자들은 부정맥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고혈압은 비교적 진단이 활발하지만,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차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김정환 부회장은 무증상 부정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부정맥은 무증상이 거의 대부분이다. 일차 의료기관에서 아무 증상 없는 환자에게 심전도 검사를 제안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검사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환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높은 벽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정하 부회장 역시 고령층에 대한 선별 검사 강화를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가 검진 체계가 고령층의 부정맥을 잡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80세 이상 고연령대에서는 유병률이 급격히 올라가지만, 현재 검진 시스템은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연령대에 맞게 제도를 보완해 증상이 없어도 부정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고혈압 치료 중 우연히 부정맥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유승호 이사는 코로나19 접종 당시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접종 시 전수조사하듯이 혈압을 쟀는데 본인은 몰랐던 고혈압이나 부정맥 의심 환자가 꽤 많았다"며 "환자들은 검진 때 괜찮았다고 하며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체감하는 유병률은 데이터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번거로운 심전도 검사…환자 거부감과 의사 업무 부담 '이중고'
첨석자들은 심전도 검사 활성화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물리적인 번거로움을 지목했다. 상의를 탈의하고 전극을 부착하는 과정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심리적, 물리적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김정환 부회장은 "검사비가 비싸지는 않지만, 옷을 벗고 누워 있어야 하는 과정이 환자들에게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며 "의사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으면 로스되는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 문제도 제기됐다. 일차 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상 심전도 검사를 위해 진료 흐름이 끊기는 상황이 잦다는 토로다.
유승호 이사는 "의원에서 심전도를 찍으려면 간호 인력이 세팅한 뒤 의사가 직접 가서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료 도중 양해를 구하고 나가서 검사를 확인해야 하니 맥이 끊기고 환자 대기 시간도 길어져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태경 회장은 직역 간의 갈등과 제도적 장벽을 언급했다. 그는 "임상병리사가 없는 의원급에서는 원장이 일일이 검사에 관여해야 하는데 이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작업이다"라며 "이런 사소한 제도적 불편함이 부정맥 조기 진단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결과의 해석과 전원 결정에 대한 고충도 나왔다. 강 회장은 "부정맥이 의심돼 상급 병원으로 보낼지 말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내봤자 별거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돌아오는 환자들을 보며 일차 의료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면 고혈압 잡아내는 심전도 "가정 내 동시 측정 대안"
이에 참석자들은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혈압과 심전도 동시 측정의 유효성에 주목했다. 특히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나지만, 일상에서 혈압이 높은 '가면 고혈압'을 잡아내는 데 심전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정하 부회장은 심전도를 통한 좌심실 비대(LVH)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병원의 혈압 수치만 봐서는 이 환자가 평소에 잘 조절되는지 알 수 없다"며 "심전도에서 좌심실 비대 소견이 나온다면 이는 가면 고혈압의 증거가 될 수 있어 더 적극적인 치료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 환자에게 당화혈색소를 확인하듯 고혈압 환자에게도 심전도는 장기적인 조절 상태를 확인하는 핵심 지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정 내 측정 데이터가 쌓이면 환자 순응도도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강태경 회장 역시 "환자들이 약 먹기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자신의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가정에서 혈압과 심전도를 함께 체크하며 데이터를 확인하면 치료의 필요성을 스스로 체감하게 돼 관리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일차 의료가 게이트 키퍼…정책적 인센티브 필요"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일차 의료가 부정맥 관리의 중심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 데이터를 해석하고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진의 노력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
가정 내 통합 모니터링이 활성화되면 뇌졸중 등 중증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의료계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승호 이사는 "지역사회에 자가 측정 디바이스가 확산될수록 이를 올바르게 해석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이상 소견이 발견됐을 때 환자를 안심시키거나 필요한 경우 전원을 결정하는 일차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합당한 수가나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태경 회장은 "미국 등 서구권의 가이드라인은 검사비가 비싼 환경을 기준으로 작성돼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심전도 검사 비용이 매우 저렴한 만큼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 고혈압 환자의 심전도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