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2년 만에 다시 합병 배경은 정책 변화에 발빠른 대응
제약업계 "분사했던 제약사들, 잇따라 U턴 통합 가능성"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일동제약이 신약 연구개발(R&D) 전문 계열사인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다. 지난 2023년 R&D 효율화를 위해 분사한 지 약 2년 만의 재통합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약가 제도 개편과 상법 개정 등 거센 정책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일동제약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합병은 신주 발행이 없는 1 대 0 비율의 무증자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합병의 핵심 배경은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약가 제도 개편안의 이면에는 약가를 손보는 측면도 있지만, R&D를 하는 기업들을 더 우대하겠다는 정부의 장려 취지가 담겨 있다"며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R&D 비중을 높여 정부의 우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별도 법인이던 R&D 자산을 본체로 통합함으로써 기업 전체의 R&D 투자 비중을 끌어올려, 정부의 신약 가치 우대 및 혁신형 제약기업 혜택 등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또한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 및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도 합병의 주요 동력이 됐다. 특히 '물적 분할 후 중복 상장'(쪼개기 상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적극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자산 분할이나 이를 이용한 중복 상장을 제한하는 정책적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기존에 분할했던 R&D 자산의 독자적인 상장이 향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하에, 주주 가치를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선제적으로 합병을 결정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동제약은 유노비아 분사 기간 동안 파이프라인을 정비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비만치료제(GLP-1RA) 임상 1상 톱라인 데이터를 도출하고, 소화성궤양치료제(P-CAB) 임상 3상에 진입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일동제약은 유노비아 합병을 발판으로 GLP-1RA 비만치료제, P-CAB 소화성궤양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을 포함한 상업화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의 이번 행보가 국내 제약사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R&D 역량을 갖춘 본체'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비용 절감을 위해 R&D 부문을 분사했던 기업들이 일동제약을 필두로 다시 통합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누가 더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제약사들의 생존과 성장 가능성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