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 역사상 가장 견고했던 판례 중 하나가 무너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의 미용·서화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해 온 1992년의 종전 판례를 34년 만에 전격 폐기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목적인 의료행위와 미용·예술적 목적인 문신행위를 구분하고, 변화한 시대상과 국민의 기본권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사법 역사에 남을 중대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향적인 판결이 곧바로 현장의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의료 현장과 행정 실무, 그리고 법조계에 거대한 전환기적 혼란과 새로운 숙제를 동시에 던진다.
먼저, '의료적 문신'과 '일반 문신'의 한계 획정 문제이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미용 및 서화 문신 시술'을 비범죄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실무적으로 어디까지가 통상적인 시술이고, 어디서부터가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행위인가?
백반증이나 흉터 감추기를 위한 '치료 목적의 문신' 또는 마취 크림을 넘어선 '국소 마취제 주사'가 동반되는 시술의 경우 해석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보건소 등 행정 관청의 단속 실무와 검경의 수사 단계에서 가이드라인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피고발인과 행정청 간의 소모적인 법적 공방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형사처벌의 근거(의료법 위반)는 사라졌으나, 이들을 관리·감독할 문신사법은 아직 시행 전이라는 점이다. 문신사법은 2027년에 시행 예정이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감독, 규제 등과 관련된 행정적인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은 병·의원급 의료기관, 특히 피부과·성형외과 및 반영구 센터를 운영하던 의료계의 실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비의료인 타투이스트 및 반영구 숍들에 비하여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의료기관이 문신·반영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의학적 안전성'과 '감염 관리의 철저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의료인만이 가능한 의료행위를 부가할 수 있다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차별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문신 시술은 문신사법의 본격적인 시행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양지로 나오게 됐다. 비록 문신사법 시행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정부는 조속히 위생 관리 가이드라인을 촘촘히 구축하여 국민 건강권의 공백을 메워야 하며, 의료계는 단순 미용 시술을 넘어선 고난도 치료 영역으로의 차별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