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임상’에 치우쳐··· 의료환경 변화도 한몫
|기획|한국의료 기초가 무너진다
기초의학에 위기는 한 두 해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 몇 년째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는 기초의학 대학원의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의 기초의학 외면 현상을 더욱 극심하다. 최근 기초의학의 중요성이 일부에서 회자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초의학은 국민, 정부뿐 아니라 의료계에서조차 찬밥 신세다. 메디칼타임즈는 기초의학의 열악한 현 실태와 대안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텅빈 기초의학교실
②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
③ 새로운 대안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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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과 같은 비임상 분야에 대한 의대 졸업생들의 지원이 저조한 데는 정부의 소극적 정책 지원과 함께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초의과학의 발전을 위해 ‘생명공학육성법시행령'을 개정해 기초의과학육성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하는 등의 움직임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초기단계이다.
현재 기초의학을 지원하는 정부 지원사업은 지난 2001년 1200억원의 예산 규모로 시작된 `기초 의과학연구센터`(MRC)가 그나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의대 중심의 15개 대학이 기초의과학연구센터로 지정돼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해 집행한 예산은 50억원 정도이며 올해는 60억 정도로 예산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예산이 부족해서인지 애초에 없었던 평가에 따른 예산 차등 지원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예산마저도 관련 교수들은 유용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의대 생화학교실 정영도 교수는 “MRC 지원의 경우 혜택을 받는 사람이 극히 일부분이어서 전체 기초의학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기초의과학 부문의 경우 예산규모가 작아서 세계수준과 격차가 벌어져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면서 ”예산이라는 것이 자원 배분과 가치판단의 문제라서 아직까지 기초의과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연구 지원에 기초의과학의 외면은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임상 연구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대 채종일 교수는 “복지부는 임상약리, 신약개발 등 특정 성과가 나오는 분야에만 연구비를 지원하고 기초의학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면서 “몇 차례 기초 의학에 대한 지원을 건의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기초의학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연구가 중심이 되어야 할 기초의학 연구자들이 연구비가 없어 제대로된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운 모순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비 수혜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버렸다.
민간의 연구 지원이 임상에 치우친 데다가 정부의 지원 역시 실용적인 임상에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임상의사로 진출해서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초의학의 학술대회는 여느 임상과목의 학술대회와는 전혀 분위기기 다르다는게 관련 연구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민간단체들의 협찬이나 지원은 거의 볼 수 없으며 회비만으로는 학회지를 내는 것조차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의료환경 변화도 기초의학 위기조성 한몫
기초 의학의 소외는 병원과 의료계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와 교육이 중심이 되는 의과대학과 거기에 속한 부속병원의 개념이 최근에는 병원이 중심이 되는 의료원 체제로 변화하면서 기초의학은 자연히 소외되어 간다는 것이다.
가톨릭의대 김진 교수는 “이제는 병원의 비중이 70%라면 학교는 20~30%뿐이다”며 “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수익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이에 기초의학은 더욱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의료환경이 악화되면서 의료원이 수익성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기초의학은 돈 쓰는 기관으로 인식해 투자를 안 하려고 한다”면서 “상당수 의대들이 기초의학을 최소한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생의대의 경우 기초의학에 대한 지원이 특히 부족해 의대인정평가기준 때문에 마지못해 기본 여건만 갖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제 기초의학 발전 기반되나
의과대학이 도입하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제가 기초의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의학전문대학원제를 도입하면서 기초의학의 육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기초분야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기초의학을 꽃피우길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기초의학과 관련한 학제의 변화가 없을뿐더러 졸업 후 전망과 같은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간의 교육비를 생각해 당장의 수입이 보장되는 임상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연세의대 약리학교실 김동구 교수는 “요즘 의학전문대학원제가 시행되면서 기초의학과목이 학제 개편에 따라 오히려 괄시를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이러한 기초의학의 외면이 극심해 짐에 따라 기초의학 전공자의 사회진출이나 연구자들의 연구마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BT산업 역시 자연대나 이공계 중심으로 기초의학이 개입할 부분이 협소해 기초의학전공자가 진학할 공간으로는 한계가 있게 됐다. 기초의과학 연구 역시 자연계나 카이스트 등의 연구비 수혜와 안정된 환경이 보장된 기관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기초의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동력을 찾지 못한채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기초의학에 위기는 한 두 해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 몇 년째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는 기초의학 대학원의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의 기초의학 외면 현상을 더욱 극심하다. 최근 기초의학의 중요성이 일부에서 회자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초의학은 국민, 정부뿐 아니라 의료계에서조차 찬밥 신세다. 메디칼타임즈는 기초의학의 열악한 현 실태와 대안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텅빈 기초의학교실
②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
③ 새로운 대안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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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과 같은 비임상 분야에 대한 의대 졸업생들의 지원이 저조한 데는 정부의 소극적 정책 지원과 함께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초의과학의 발전을 위해 ‘생명공학육성법시행령'을 개정해 기초의과학육성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하는 등의 움직임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초기단계이다.
현재 기초의학을 지원하는 정부 지원사업은 지난 2001년 1200억원의 예산 규모로 시작된 `기초 의과학연구센터`(MRC)가 그나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의대 중심의 15개 대학이 기초의과학연구센터로 지정돼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해 집행한 예산은 50억원 정도이며 올해는 60억 정도로 예산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예산이 부족해서인지 애초에 없었던 평가에 따른 예산 차등 지원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예산마저도 관련 교수들은 유용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의대 생화학교실 정영도 교수는 “MRC 지원의 경우 혜택을 받는 사람이 극히 일부분이어서 전체 기초의학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기초의과학 부문의 경우 예산규모가 작아서 세계수준과 격차가 벌어져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면서 ”예산이라는 것이 자원 배분과 가치판단의 문제라서 아직까지 기초의과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연구 지원에 기초의과학의 외면은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임상 연구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대 채종일 교수는 “복지부는 임상약리, 신약개발 등 특정 성과가 나오는 분야에만 연구비를 지원하고 기초의학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면서 “몇 차례 기초 의학에 대한 지원을 건의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기초의학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연구가 중심이 되어야 할 기초의학 연구자들이 연구비가 없어 제대로된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운 모순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비 수혜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버렸다.
민간의 연구 지원이 임상에 치우친 데다가 정부의 지원 역시 실용적인 임상에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임상의사로 진출해서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초의학의 학술대회는 여느 임상과목의 학술대회와는 전혀 분위기기 다르다는게 관련 연구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민간단체들의 협찬이나 지원은 거의 볼 수 없으며 회비만으로는 학회지를 내는 것조차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의료환경 변화도 기초의학 위기조성 한몫
기초 의학의 소외는 병원과 의료계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와 교육이 중심이 되는 의과대학과 거기에 속한 부속병원의 개념이 최근에는 병원이 중심이 되는 의료원 체제로 변화하면서 기초의학은 자연히 소외되어 간다는 것이다.
가톨릭의대 김진 교수는 “이제는 병원의 비중이 70%라면 학교는 20~30%뿐이다”며 “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수익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이에 기초의학은 더욱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의료환경이 악화되면서 의료원이 수익성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기초의학은 돈 쓰는 기관으로 인식해 투자를 안 하려고 한다”면서 “상당수 의대들이 기초의학을 최소한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생의대의 경우 기초의학에 대한 지원이 특히 부족해 의대인정평가기준 때문에 마지못해 기본 여건만 갖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제 기초의학 발전 기반되나
의과대학이 도입하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제가 기초의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의학전문대학원제를 도입하면서 기초의학의 육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기초분야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기초의학을 꽃피우길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기초의학과 관련한 학제의 변화가 없을뿐더러 졸업 후 전망과 같은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간의 교육비를 생각해 당장의 수입이 보장되는 임상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연세의대 약리학교실 김동구 교수는 “요즘 의학전문대학원제가 시행되면서 기초의학과목이 학제 개편에 따라 오히려 괄시를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이러한 기초의학의 외면이 극심해 짐에 따라 기초의학 전공자의 사회진출이나 연구자들의 연구마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BT산업 역시 자연대나 이공계 중심으로 기초의학이 개입할 부분이 협소해 기초의학전공자가 진학할 공간으로는 한계가 있게 됐다. 기초의과학 연구 역시 자연계나 카이스트 등의 연구비 수혜와 안정된 환경이 보장된 기관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기초의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동력을 찾지 못한채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