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주 연천군 보건의료원장
의정부에서 단선 열차인 경원선을 타고 잠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40분을 더 북쪽으로 가다보면 전곡역이 나온다. 이 곳은 자그만 시골 마을인 연천군. 인구 겨우 5만에다, 경기도내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곡역에서 다시 걷기를 20여분. 도착한 곳은 연천군 보건의료원이다. 보건의료원이라고 하면 보건소와 비슷한 개념일텐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보는 보건의료원에는 깨끗한 건물에 장례식장도 있고, 역과 의료원을 오가는 순환버스도 있다.
의료원 내부는 더 꽉 차 있었다. 60병상의 규모에다 13개 진료과, 게다가 24시간 응급실까지. 웬만한 중소병원 이상이다.
의료기기만 해도 나선형 쵤영기술을 적용한 CT, 노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골밀도 측정기, 초음파 진단기, 일반촬영투시용 X-선장치, 원격조종용 투시 및 촬영장치 등 갖출만한 기기는 다 갖췄다.
연천군 보건의료원의 이같은 변화에는 7년간 의료원을 이끌어 온 문정주 원장(45)의 소신과 열정이 담겨 있다.
“의료는 수익의 잣대로 평가 안돼”
“공공의료를 바라볼 때는 수익의 잣대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문 원장은 말한다. 연천군 보건의료원이 인구 5만의 의료를 책임질 시설과 환경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문 원장의 이같은 공공의료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수익성에 따라 흑/적자를 바라보고 보건의료원을 운영한다면 도저히 지금의 의료기기나 건물 등이 운영될 수 없다. 그러나 문 원장은 과감하게 군과 경기도에 이같은 요구를 했다. 의료는 수익을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주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국내 급성기 병상의 과잉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몰림 현상이지,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여전히 의료의 손길을 받기에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연천군도 그렇다.
연세가 많아 거동일 불편한 주민들이 먼 곳까지 의료 기관을 방문하지 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1차 이상의 의료를 지역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문 원장은 보건의료원의 시설을 확충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지난 시간동안 노력을 기울였다. 연천군에서 예산이 부족해 지원이 어려우면 경기도에 요청한다.
그는 이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장점이라고 한다. 민간 병원이라면 수익성을 고려해 장비를 구입하고 의료를 행할 수 밖에 없지만 보건의료원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의 위기는 의료를 수익의 잣대로 평가하는 기준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수익이 아니라 주민들의 향상된 건강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공사의료원의 경우 현재 의료보호 환자들과 가난한 환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의료원이 정당한 역할을 해놓고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 속에서 일하는 의사 역시 수익성의 강요속에서 자신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못하게 됩니다.”
의료는 정부의 재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자급자족이나 수익성의 굴레를 씌워서는 안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보건의료원이 있는 군이나, 도에서도 수익으로 평가하려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 원장은 꿋꿋하게 요구했다.
보건의료원의 관료주의 제압하기
그렇다면 연천군 보건의료원이 좋은 하드웨어만 갖췄을까? 그렇지 않다. 연천군 보건의료원은 공공기관의 관료주의를 멋지게 극복했다. 보건의료원의 구성원인 의사와 간호사, 행정의 3박자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조화롭게 운영한 탓이다.
구성원들이 적절하게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운 탓이다. 특히 문 원장은 의료는 의사의 역할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의욕적으로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사들이 의욕을 갖느냐. 간호사나 다른 직원들이 의욕을 갖는 의사들에게 호응을 해주느냐. 재무·조직·시설 관리 등 행정관리와 군과의 외부 소통이 잘 되느냐는 세가 지 요소가 맞아 떨어질 때 관료주의는 극복하게 됩니다.”
의사들이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방편 중 하나가 하드웨어의 확충이다. 공중보건의사가 대부분인 연천군 보건의료원은 수술도 행한다. 좋은 의료기기를 갖춘만큼 공중보건의사들에게도 수술도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 원장은 “공보의가 소위 ‘농땡이’ 친다고 하는 말은 의료와 관련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예산 지원 없는 공공의료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문 원장의 소신이다.
그래서 공공의료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 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중요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데도 그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공공의료의 현실이다. 의사에게 소속감을 만들어주는 체계가 없으며 연수를 보내는 등 여러 혜택도 없다.
문 원장은 “젊은 의사들이 사회로 진출할 때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중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천군 보건의료원과 문정주 원장은 이제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맞았다. 문 원장은 곧 보건의료원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될 예정이다. 7년간 변화된 보건의료원처럼 다른 공공의료기관을 새롭게 하는 일(?)을 하게 되는 일이다. 이에 연천군 보건의료원도 새로운 원장을 맞아 출발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이들의 활약속에 새로워지는 공공의료기관을 기대해본다.
전곡역에서 다시 걷기를 20여분. 도착한 곳은 연천군 보건의료원이다. 보건의료원이라고 하면 보건소와 비슷한 개념일텐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보는 보건의료원에는 깨끗한 건물에 장례식장도 있고, 역과 의료원을 오가는 순환버스도 있다.
의료원 내부는 더 꽉 차 있었다. 60병상의 규모에다 13개 진료과, 게다가 24시간 응급실까지. 웬만한 중소병원 이상이다.
의료기기만 해도 나선형 쵤영기술을 적용한 CT, 노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골밀도 측정기, 초음파 진단기, 일반촬영투시용 X-선장치, 원격조종용 투시 및 촬영장치 등 갖출만한 기기는 다 갖췄다.
연천군 보건의료원의 이같은 변화에는 7년간 의료원을 이끌어 온 문정주 원장(45)의 소신과 열정이 담겨 있다.
“의료는 수익의 잣대로 평가 안돼”
“공공의료를 바라볼 때는 수익의 잣대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문 원장은 말한다. 연천군 보건의료원이 인구 5만의 의료를 책임질 시설과 환경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문 원장의 이같은 공공의료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수익성에 따라 흑/적자를 바라보고 보건의료원을 운영한다면 도저히 지금의 의료기기나 건물 등이 운영될 수 없다. 그러나 문 원장은 과감하게 군과 경기도에 이같은 요구를 했다. 의료는 수익을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주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국내 급성기 병상의 과잉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몰림 현상이지,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여전히 의료의 손길을 받기에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연천군도 그렇다.
연세가 많아 거동일 불편한 주민들이 먼 곳까지 의료 기관을 방문하지 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1차 이상의 의료를 지역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문 원장은 보건의료원의 시설을 확충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지난 시간동안 노력을 기울였다. 연천군에서 예산이 부족해 지원이 어려우면 경기도에 요청한다.
그는 이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장점이라고 한다. 민간 병원이라면 수익성을 고려해 장비를 구입하고 의료를 행할 수 밖에 없지만 보건의료원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의 위기는 의료를 수익의 잣대로 평가하는 기준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수익이 아니라 주민들의 향상된 건강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공사의료원의 경우 현재 의료보호 환자들과 가난한 환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의료원이 정당한 역할을 해놓고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 속에서 일하는 의사 역시 수익성의 강요속에서 자신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못하게 됩니다.”
의료는 정부의 재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자급자족이나 수익성의 굴레를 씌워서는 안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보건의료원이 있는 군이나, 도에서도 수익으로 평가하려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 원장은 꿋꿋하게 요구했다.
보건의료원의 관료주의 제압하기
그렇다면 연천군 보건의료원이 좋은 하드웨어만 갖췄을까? 그렇지 않다. 연천군 보건의료원은 공공기관의 관료주의를 멋지게 극복했다. 보건의료원의 구성원인 의사와 간호사, 행정의 3박자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조화롭게 운영한 탓이다.
구성원들이 적절하게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운 탓이다. 특히 문 원장은 의료는 의사의 역할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의욕적으로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사들이 의욕을 갖느냐. 간호사나 다른 직원들이 의욕을 갖는 의사들에게 호응을 해주느냐. 재무·조직·시설 관리 등 행정관리와 군과의 외부 소통이 잘 되느냐는 세가 지 요소가 맞아 떨어질 때 관료주의는 극복하게 됩니다.”
의사들이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방편 중 하나가 하드웨어의 확충이다. 공중보건의사가 대부분인 연천군 보건의료원은 수술도 행한다. 좋은 의료기기를 갖춘만큼 공중보건의사들에게도 수술도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 원장은 “공보의가 소위 ‘농땡이’ 친다고 하는 말은 의료와 관련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예산 지원 없는 공공의료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문 원장의 소신이다.
그래서 공공의료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 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중요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데도 그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공공의료의 현실이다. 의사에게 소속감을 만들어주는 체계가 없으며 연수를 보내는 등 여러 혜택도 없다.
문 원장은 “젊은 의사들이 사회로 진출할 때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중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천군 보건의료원과 문정주 원장은 이제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맞았다. 문 원장은 곧 보건의료원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될 예정이다. 7년간 변화된 보건의료원처럼 다른 공공의료기관을 새롭게 하는 일(?)을 하게 되는 일이다. 이에 연천군 보건의료원도 새로운 원장을 맞아 출발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이들의 활약속에 새로워지는 공공의료기관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