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머리따로 몸따로'...한의계 "응전"

안창욱
발행날짜: 2005-04-18 12:46:31
  • 내과의사 2%만 "일원화 가능", 밥그릇싸움 인식 여전

[초점]의료일원화 가능한가, 아니면 공멸할 것인가

의료계가 의료일원화 실현을 위해 정부와 한의계에 대한 압박을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의계도 조직을 재정비하고 맞대응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의료일원화는 실현될 것인가.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답변일 것이다.

의협은 20일 의료일원화 범의료계대책위원회(위원장 김재정) 2차 회의를 열어 한방병원 CT사용 합법 항소심에 대한 대비책과 향후 의료일원화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의협 관계자는 17일 “이번 회의에서는 의료일원화를 위해 의료계 전 직역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근 의협이 발족한 한약재 사용실태 조사위원회 활동에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이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이미 김재정 의협회장은 남은 1년간 임기를 의료일원화에 올인 하겠다고 수차 언급한 바 있다.

김 회장은 16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의료일원화 쟁점과 정책 방안’ 의료정책포럼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의료계 전체 직역의 단결을 촉구했다.

같은 날 내과의사회(회장 장동익)도 한방과의 전면전을 통해 의료일원화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란 결의문을 채택함에 따라 한약 부작용 사례수집이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다.

이에 대한 한의계의 맞대응도 주목된다.

최근 임시대의원총회 이후 한의사협회(회장 안재규)의 분위기는 대응자제에서 전면 개입으로 급변하고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의료계의 압박에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그간 침묵에서 벗어나 협회가 일련의 사태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당장 올해초 출범한 범한의계 의권수호대책위원회 산하 CT대책팀, 의료일원화 대책팀, IMS대책팀, 한약제제 대책팀을 활성화하는 한편 홍보팀을 추가 신설해 대국민홍보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의료일원화가 의료계와 한의계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단시일안에 정리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의협도 향후 의료일원화 추진방향에 대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협 권용진 사회참여이사는 의료일원화 추진방향으로 정부내 추진기구 설치, 한약 부작용 조사 및 연구 지속, 한약재 표준화를 위한 정책대안 마련, 의료일원화 필요성 적극 홍보 등을 제시했다.

의료일원화 추진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의협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밥그릇싸움 아니냐는 외부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시민단체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명분이 약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의료일원화의 당위성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서울시내과의사회 한경일 정책이사는 내과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의사가 경험하는 한약부작용’ 주제발표를 하는 도중 참석자들에게 의료일원화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참석자 500여명중 손을 든 의사는 10여명 남짓이었다.

보건의료계 관련 단체의 측면지원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의협은 병협과의 연대에 성공했다.

반면 약사회 역시 의료일원화가 숙원사업이지만 약대 6년제 추진과정에서 의협에 맞서기 위해 한의협과 적과의 동침에 들어가 있다.

의협은 간호사법 제정 문제로 간호협회와도 껄끄러운 사이다. 오히려 의협이 관련단체로부터 고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당분간 상대방 약점 들춰내기에 집중하면서 네거티브 전략이 충돌할 경우 공멸을 자초할 수도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의료정책포럼 토론자로 한의계 인사가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의협 관계자는 “의협이 의료일원화를 전면에 걸고 하는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적어도 대화를 하려면 주제 정도는 양 단체가 협의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마주보고 달리는 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한의계가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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