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서 뇌성마비 커플 웨딩마치

안창욱
발행날짜: 2005-07-10 19:32:07
  • 지체장애 신진규씨와 강미선씨 휠체어 타고 백년가약

10일 오후 4시 을지대병원 2층 소강당에서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다. 뇌성마비환자인 신랑이 역시 뇌성마비로 걷지 못하는 신부의 휠체어를 밀며 입장을 하자 좌중은 순간 숙연해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을지대병원에서 1년째 장기입원중인 신진규(24세) 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중인 강미선(24세) 씨.

신씨는 뇌성마비로 인한 지체장애 2급으로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장애인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에 살면서 다리와 뇌에 수차례 수술을 받아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힘든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체장애자 특수학교인 충주 숭덕학교에 다니다 동급생인 강씨를 만나 사랑을 키워왔고 올봄,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신부인 강씨는 보행장애와 언어장애가 심한 지체장애 1급 환자로 오랜 기간 서울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치료받는 병원이 서로 달라 1년 이상을 떨어져 전화로만 소식을 전해오던 이들은 강씨가 전격적으로 을지대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하면서 둘은 병동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사랑을 꽃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간단한 혼인신고만으로 결혼식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병원 신우회가 나서서 두 환자의 결혼식을 주선해 주었다.

그동안 입원환자와 직원 등 기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병원 2층 을지홀에서 열리던 예배를, 이날만큼은 결혼예배로 형식을 바꾸어 병원교회 조성일 원목의 주례 아래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또한 신랑 신씨가 1년여 동안 긴 입원생활을 통해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던 물리치료실, 간호부, 병원교회, 동료 환자 등이 십시일반으로 신부의 부케와 축가, 축하떡, 음료수 등을 준비해서 조촐하지만 정성이 깃든 예식으로 신랑신부의 새 출발을 축하해주었다.

이날 결혼식을 주선한 신우회 회장 김창남 교수는 “이들 부부가 앞으로 육체적인 장애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행복한 가정을 일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결혼식 다음날인 11일 이들은 퇴원을 해 새 보금자리로 마련된 대전 월평동 임대아파트로 입주한다.

게다가 신랑 신씨는 대덕 테크노밸리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에 취업을 해 이달 중순부터 출근을 할 예정이어서 이들 부부에게 7월은 여러모로 행운의 달이다.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신부의 휠체어를 신랑이 손수 밀며 퇴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축복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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