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환자 한의원 몰려 개원가 '울상'

조형철
발행날짜: 2003-09-18 15:47:00
  • 인근의원 환자 50% 감소...감기 진료 확산 추세

최근 한의원의 감기진료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개원가는 감기환자가 줄어 울상이고 인근 약국은 처방전이 줄어 우울하다.

최근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환자기근 현상을 맞고 있는 한의원들이 자구책으로 감기질환 진료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역 근처의 한 내과는 인근 'D' 한의원이 진료과목에 감기와 호흡기 질환을 표방하고 난후 감기환자 50%정도가 줄었다며 같은 양방끼리 경쟁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한의원까지 감기진료 전선에 뛰어 들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에 위치한 'N' 약국은 "한의원에 감기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처방전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양방이나 한방이나 모두 의료기관이지만 한방의 경우 공개되지 않은 자체조제 첩약을 쓰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사당동에 'L'내과 전문의는 "정부의 과도한 급여삭감 정책과 엄격한 심사기준때문에 이제는 한의원에 환자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구태의연하게 정해져 있는 처방보다 한방의 신비한 효과 등에 환자들이 솔깃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존 한방의 감기치료는 양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치료비와 탕제 위주의 약제로 복용이 불편해 환자들에게 외면받았으나 이제는 용하다는 침술과 비방에 의거 조제했다는 첩약을 내세워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D'한의원은 침술을 포함 초진시 4,500원 재진 3,500을 받고 진료하며 첩약은 1일분 7,000원에 판매하고 감기진료에 효과적인 탕재에 대한 홍보자료도 의원내 비치돼 있었다.

심한 감기와 콧물로 내원했다는 임 모씨(여, 38)는 "주위에서 침을 맞으면 효과가 빠르다 하여 한의원에 왔다"며 "일반 감기약을 먹으면 졸리는데 한약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에 'D'한의원 원장은 "감기의 근본원인은 한방에서는 風寒(찬바람)으로 보고 열이 날 때 해열의 기본 치료법은 發汗法(땀을 내는 것)"이라며 "탕약은 감기증상을 치료하는 성분으로 면역을 증강시키는 약재와 비위장 소화기능을 건강하게 해주는 약재, 소화를 잘 시켜주는 약재, 피부 알러지를 진정시키는 약재, 마음을 안정시키며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약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과개원의협의회 장동익 회장은 "한방에서 감기를 치료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실제 감기라는 질환은 상기도 질환인 비염이나 폐렴 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농후한 만큼 학문적으로 치료근거를 정립해야 한다"며 감기치료의 효과에 대한 확증을 한방에 요구하고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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