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가 최근 복지부에 전공의 야간당직 알바 허용을 요구한 데 대해 정작 전공의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병협측의 건의안을 보면 수련병원장이나 수련 담당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 비수련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할 수 있다고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전공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없다는 얘기다.

또한 전공의들은 야간 당직 허용보다는 전공의들이 야간 당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처우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야간 당직 의사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공의 야간당직 알바를 허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E병원 한 전공의는 “어느 수련병원장이 전공의들이 야간 당직을 나가는 걸 쉽게 허락해주겠느냐”며 “법적으로 허용한다해도 어차피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장의 허락을 포기하고 암묵적, 음성적으로 야간 당직 알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성현 정책이사 겸 대변인은 “병협의 건의안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겉으로는 전공의들을 위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상 전공의들의 값 싼 노동력을 병원에서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 정책이사는 이어 “요즘 병원들이 야간 당직하는 페이닥터 구하기가 힘들어서 야간당직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전공의 야간당직 알바 허용은 병원의 야간당직 의사 인원을 확충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H병원 한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야간 당직까지 나서기 전에 정부측에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우선 아니냐”며 “오히려 전공의들의 야간 당직 요구가 나올 것을 막기위해 수련병원장들의 압박이 더 가중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혹시라도 전공의들이 야간당직을 나가서 의료분쟁,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지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돼야한다”며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보호받고 있지만 야간당직을 나갔을 경우 의료분쟁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