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의 대장정, 자정 넘어서면서 당선자 윤곽
34대 의사협회 회장선거는 8명의 능력있는 후보들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탓에 선거 막바지까지 특정 후보의 우세를 점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개표현장의 열기는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뜨거웠던 개표 현장을 들여다본다.개표는 당초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어진 7시 30분 경에 시작됐다.
개표현장에는 아직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각 후보측의 참관인들이 한 명씩 개표장에 도착해 명패를 달고 입장을 시작했으며, 후보 중에서는 주수호 후보와 윤철수 후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개표는 기다리는 자로 하여금 초조함을 더해주었다. 국민의례, 선거관리위원장 및 선거관리위원 소개, 개표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은 일부에서 제기한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불식시키려는 듯 아주 천천히 진행됐다.
개표는 투표함 확인, 투표함 개함, 겉봉투 확인, 속봉투 확인, 투표지 확인, 재검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총 11개의 투표함 중에 첫 2개의 개표에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주위에서는 "이러다 내일 새벽에야 개표가 끝나겠다"면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9시 30분. 2개의 투표함에 대한 개표결과가 나왔다. 장동익 후보와 변영우 후보 2강 구도다. 주위에서 자그마한 탄성이 나왔다. 어느 누가 될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감의 첫 관문이 열린 탓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느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후보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눈에 띈다. 변영후 후보와 김대헌 후보에 이어 박한성 후보의 얼굴도 보인다. 개표 참관인들은 자기 후보의 표가 어디로 세지 않는지 한시도 눈을 개표현장에서 떼지 못한다. 일부 후보의 참관인은 비디오카메라까지 준비하는 열성을 보였다.
18일 0시 20분. 개표가 중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첫 투표함때 보다는 개표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윤철수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자리를 떳고, 개표참관인들도 개표 초기의 열정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개표에 적극적이지는 않다. 개표장에 몰리는 때는 투표용지를 후보별로 구분해 숫자를 셀 때. 선관위가 각 투표함별 결과를 재검사까지 모두 마친 뒤 발표하기 때문에 참관인들이 미리 결과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개표원들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표심은 장동익 후보에 대한 쏠림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장 후보가 300표 차이로 선두를 형성하고 있다. 이어 변영우, 김세곤 후보가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장동익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는 쪽과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는 쪽이 나뉜다. 지지후보의 다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시 40분. 장동익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초반부터 한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위는 김세곤 후보쪽으로 기울고 있다. 변영우 후보가 뒷심이 부족한지 조금씩 처지는 양상이다. 이제는 하위 후보들의 공탁금 1000만원 회수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환호와 아쉬임의 교차가 눈에 확연하다.
2시 40분. 개표가 마무리되고 장동익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선관위는 마지막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개표 참관원들 사이에서도 지지하든, 그렇지않든 선거결과를 인정하는 분위기.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마지막 남은 시간을 지키고 있다.
개표내내 선거참관을 한 윤철수 후보에 대해 "수고했다"면서 여러 동료들이 위로하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시내 모처에서 참모들과 함께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장동익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의협회관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했다.
장 후보는 "8만 의사의 권익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국민건강을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겠다"면서 각오를 밝혔다. 개표가 마무리되자 장 후보는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수여받았다. 마지막으로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장동익 후보와 지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금 이순간만은 피곤함도 다 잊은 듯 보였다.
3시 40분. 개표장인 동아홀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정리는 사실상 포기했다. 출근할 의협 직원들의 몫이 될 것 같다.
황량한 개표장. 그 뜨거웠던 열기는 어디로 몽땅 숨어버린 듯 하다. 3년 뒤에나 다시 그 열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