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고임금...병원계 '밥값 후폭풍' 예고

안창욱
발행날짜: 2006-04-11 07:12:35
  • 식대수가 해법 없어 사면초가, "노조 있어 구조조정 난망"

“낮은 병원 식대, 높은 식당 인건비, 노조 눈치 때문에 구조조정도 할 수 없고...”

보건복지부가 10일 현재 병원에서 받고 있는 관행수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식대를 보험 적용키로 결정하자 병원계는 적자를 떠안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언제까지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병원식 가운데 일반식의 최대가격을 5680원, 치료식의 최대가격을 6370원으로 확정하고, 멸균식과 분유도 각각 9950원, 1900원으로 각각 정했다.

그러자 병원계, 특히 대형병원들은 일반식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관행수가인 7000~8000원보다 크게 낮게 책정되자 강력반발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병원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형병원들은 이번 식대 급여화로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학병원의 관행수가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식대가 급여화됐지만 대처할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A대학병원 병원장은 “우리처럼 역사가 오래된 대다수 대형병원은 장기근속 직원이 많기 때문에 식사 원가의 상당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한다”면서 “정부가 정한 식대를 받으려면 식사 원가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노조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식당 운영을 위탁하는 것 역시 간단치 않다.

세브란스병원이나 서울대병원은 식당 일부를 직영에서 위탁으로 전환한 상태지만 그 과정에서 노조와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

상당수 대형병원들은 식대가 급여화되자 조심스럽게 식당을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막상 전면 위탁을 시도한다면 대규모 인력조정이 불가피해 노조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반대하는 한 식당 위탁도 쉬운 게 아니다”면서 “그렇다고 적자를 줄이자고 식당 인원을 줄일 수도 없어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큰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데 식사의 질이 떨어지지 않으면 더 웃기는 예기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현재로서는 전적으로 정부가 병원계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의 모대학병원 노조는 "병원이 낮은 식대수가를 이유로 식당을 위탁운영한다면 고용안정 측면에서 노사협상 대상이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편 대학병원 일각에서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에 대해 공동으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앞으로 선택진료비 조정, 상급병실료 보험급여화 등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대학병원간 정면충돌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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