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혼혈주의', 이사장 체제 유지수단

이창진
발행날짜: 2006-08-03 07:15:10
  • 보직자, 경영진 거수기 역할...대학간 인적교류 시급

[특별기획] 교수 인사제도 구태 벗어라

전국 41개 의과대학은 매년 3300명의 의사를 배출하면서 진료의 파수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들을 양성하고 연구와 진료로 한국 의학계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책임감을 지고 있는 ‘교수’라는 직함이 있다. 교수들은 의사들의 태생에서 성장과 고령, 재창조라는 의료계 사이클의 가장 핵심 동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혈연과 지연으로 귀결되고 있는 현 교수 임용제도는 대학과 개인 발전을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의과대학 교수인사 제도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게재 순서-------------
①교수 임용제도의 현 실태
②혈통-혼혈주의 엇갈린 ‘명암’
③개선점 및 발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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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대학은 이사장에 의해 거수기 역할을 하는 보직교수로 구성돼 있어 신규 채용시 정해진 룰에 따라 T/O를 채워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부 사립대학에서 시행중인 신규교수 채용에 대한 문제점을 이같이 피력하고 보스식 획일화된 임용방식을 지적했다.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 혈통주의가 교수사회에서 여전히 유지되며 여러가지 현상을 자아내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본교와 타교 출신간 혼합으로 학교 소유주의 리더십을 드높이고 교수진의 목소리를 분열시키는 경영방식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사립대의 혼혈주의로 교수들의 이사장 눈치보기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켜보는 눈 많다"...책임감 및 부담감 가중

실제로 순천향의대와 연대원주의대, 영남의대, 이화의대, 인제의대, 중앙의대 등 사립대들은 30여년의 역사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본교 출신 임용비율이 50%에 못미쳐 국립대와 전통 사립대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 실정이다.

이들 대학들은 초기 설립시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고려의대 출신이 주를 이루다가 20~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자교 출신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 겉으로 보기에 이상적인 교수비율을 나타낸 듯한 모습이다.

학교 소유주인 이사장 입장에서는 본교 출신으로 교수진을 구성하는 것은 경영진에 반하는 세형성을 이룰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결속력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짓는 혼혈주의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학교출신으로 구성된 이들 사립대학에 임용된 교수들은 교육, 연구, 진료라는 기본적 연구와 타 교수들과 접촉시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고충이 뒤따라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국립대의 경우 더욱 엄격히 적용되고 있어 많은 교원수로 인한 여유로움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춰지나 실제 채용되면 신참 교수로서 2~3년간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는게 현실이다.

올해 초 지방 국립의대에 채용된 한 임상교수는 “타병원 출신이라고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알 것 같다”고 말하고 “무덤덤한 것 같아도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새삼 느끼고 있다”며 타교 출신자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피력했다.

최고 명문대로 불리는 서울의대의 교원수(6월 현재)는 전임과 기금을 합쳐 총 459명(남 418명, 여 41명)으로 이중 타교 출신은 54명(1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의사학, 법의학, 의료관리학 등 3개 기초교실과 산부인과, 피부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7개 임상교실이 본교 출신만으로 교수진을 구성한 것으로 조사돼 일부과에서 고수중인 순혈주의를 내비쳤다.

지나친 혈통주의는 새로운 문화흡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견해이다. 대학교수간 분임토의 모습.
'학연'-'끼리 끼리' 방식 지양해야

서울의대는 타교출신 임용 3분의 2 규정에 의해 몇 년 전 관악캠퍼스와 갈등을 빚었으나 현재 업적이 뛰어난 출신을 채용한다는 방침을 정해 점차 타교 출신 비율이 높아지는 상태이다.

이와 관련 서울의대 이윤성 의학교육실장은 “교수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특성에 따라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낸 후배를 임용하는 현실도 일리가 있다”며 “그러나 ‘학연’이나 ‘끼리끼리’로 알려진 사회전반의 모습이 교수채용에 두드러지게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학교육계는 지나친 혈통주의는 새로운 문화나 조류를 만나거나 흡수하기 어려워 결국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데 공감하고 대학간 인적교류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시급히 이뤄져여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인적자원의 양과 질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의대와 연세의대는 상호간 교수임용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자신의 대학을 버리고 타교에서 층층들이 시집살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스카우트 제의조차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대에 재직중인 연세의대 출신 교수는 “타교 출신을 몇 퍼센트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폐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제하고 “자연스러운 대학간 문호개방이 활성화되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임용제도 개선을 위한 실천적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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