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개원가 돌파구가 없다<1>

이창열
발행날짜: 2003-06-09 06:27:19
  • 올해 1300곳 무더기 폐업...1차 의료정책 원인

[기획취재] 개원가가 무너지고 있다

개원가 불황이 심상치 않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개원가마져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폐업이 잇따르는가 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개원의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개원 붐을 주도하던 대학교수와 봉직의 등 이른바 개원예비군들도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이미 개원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개원가 불황의 원인과 타개책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제1탄] 벼랑끝 몰린 개원가 돌파구가 없다
[제2탄] 인력수급 수가정책 개선 시급
[제3탄] 과당경쟁 자제, 상생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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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강남 테헤란로에 개원한 K원장은 의원을 팔아달라는 청탁을 3건이나 받았다며 개원가가 호황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K 원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의원들은 대부분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수억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했으나, 환자가 없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대출금 이자도 갚지 못해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으며 하루 빨리 적당한 사람이 병원을 인수해주기만을 기다리는 딱한 처지들이라며 K 원장은 혀를 찼다.

그는 최근 개원가 경기가 워낙 나빠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수억원씩이나 주고 의원을 인수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개원가의 불황이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서 폐원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으며 한때 경기가 좋아 여기저기 분원까지 거느렸던 잘나가는 의원들조차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내노라는 피부과의원인 L피부과 의원의 경우 최근까지 강남에 2곳의 분원을 거느리며 호황을 누렸으나 올들어 환자가 급격히 감소 한곳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강남지역의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진료과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시내에서 산부인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C원장은 “내과나 소아과와는 달리 산부인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지만 현 수가가 형편없이 낮은 것이 문제이다”며 “2~3년 전에 비해 환자가 50%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과개원의협의회가 최근 회원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30.8%가 최근 1년간 ‘경영상 이유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80%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하루 50명 이하를 보며 근근히 연명해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중 서울시내과개원의협의회장은 이와 관련 "어떤 구에서는 내과 개원의 30곳 중 3곳이 동시에 문을 닫을 정도로 의원 운영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1차 진료를 담당하는 내과 개원의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의약분업의 근본취지가 퇴색되면서 약국의 진료행위가 성행한 것이 큰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인 보험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내과 개원가의 입지는 점정 더 좁아질 것이며 이에 대한 피해는 전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심각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공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5개월간 의원 1,332곳이 경영난을 이유로 페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MediGate가 지난 5월 7일부터 14일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원가 불황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개원의 중 15%(237명)는 '병원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교수와 전공의를 포함하여 봉직의 공보의 등 개원 예비군도 '개원 시기를 미룰 예정(17% 279명)'이라거나 '개원을 포기할 것이다(12% 194명)'라고 답해 개원가 불황을 현실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원가가 이처럼 불황에 빠져든 것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과 의료인력의 과잉배출, 그리고 일부 동일 진료과간의 과당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개원가 한 관계자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의약분업 도입 이후 수가가 5차례 인상돼 개원가가 호황을 맞았다고 비아냥대고 있지만 3년도 지나지 않아 불황의 터널로 접어들었다"면서 "이는 정부의 1차 의료에 대한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제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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