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녀회가 먼저 요청...한번에 1900명 동시 접종
<르포/단체예방접종 현장을 가다>"우리 아파트는 왜 안해" 너도 나도 접종
올해도 어김없이 독감예방접종 시즌을 맞아 각 지역 곳곳에서 단체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다. 개원가에서는 각 시도 의사회 측에서는 가격 덤핑과 접종시 주의사항이 잘 지켜지고 있는 지 등 우려를 제기하며 단체예방접종 기관과 계속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단체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는 현장을 찾아 문제점은 없는지 주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개봉동 H아파트 관리사무소 10월 24일 저녁 7시.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한다는 방송을 듣고 나온 아파트 주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려온 학부모부터 수능을 앞둔 고교 수험생 자녀와 함께 찾은 어머니, 직장인까지 줄을 지어 예방접종을 하고 돌아갔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예방접종은 저녁 6시까지 300여명의 주민들이 다녀갔다.
아파트 주민들은 병·의원에 가면 2만원~2만5천원이지만 이곳에서는 1만원~1만5천원이면 접종이 가능하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찾은 이성연(가명·38)은 "벌써 3년 째 독감예방접종을 여기서 맞고 있다"며 "아이에게도 학원 마치고 들렀다 오라고 말해뒀다"고 했다.
수년째 단체예방접종을 해오고 있다고 밝힌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신도림 A아파트의 경우 하루에 1900명까지 접종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신도림동 D아파트 관리사무소 또한 예방접종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해 90여명에 그쳤던 접종은 저녁 6시경이 되자 주민들이 몰려와 한 시간 만에 약100여명의 주민들이 접종을 하고 돌아갔다.
접종비는 1만2천원~1만5천원선으로 주변의 병·의원보다 약 1만원가량 저렴했다.
회사 퇴근 후 들렀다는 직장인 신수근(가명·32)은 "올해 처음 왔는데 병원에서 맞는 것 보다 싸고 가까워서 괜찮은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고현수(가명·40)씨네는 "네식구가 모두 접종을 맞으러 왔다"며 예방접종 예진표를 작성했다.
근처 가양동의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승훈(가명·50)씨도 이날 예방접종을 맞으며 "우리 아파트에는 왜 안 들어오느냐"며 "우리 아파트에도 단체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전에 나와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예방접종을 주최한 의료기관 관계자에게 다음주라도 당장 실시할 수 있느냐며 가능한 빨리 접종 일자를 잡았으면 한다고 관심을 보였다.
단체예방접종 관계자는 "실제로 매년 단체접종을 실시할 수 있는 근원은 아파트 부녀회장이나 관리소장들과의 인맥 덕분"이라며 "한번 알게 되면 부녀회에서 먼저 해달라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곳에 단체접종을 하면 인근 아파트 부녀회에서 왜 우리는 안하느냐며 항의가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보건소는 무료라던데..." 반응 시큰둥
모든 단체예방접종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20일 단체예방접종을 실시한 군포시 대야미동 동사무소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실시했지만 오후 3시까지 10명정도에 그쳤으며 이날 접종은 18명에 그친 채 마무리됐다.
예진을 보는 의사도 주사를 놔야하는 간호사들도 오후 내내 접종하러 오는 이들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홍보가 부족했던 게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예방접종을 나온 의료기관 관계자는 "동사무소로 나오는 예방접종은 접종률이 크게 떨어진다"며 "특히 주변에 아파트도 없었고 홍보가 부족했던 게 문제"인것 같다고 말했다.
대야미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금 실시하고 있는 의료접종은 일반 의료기관에서 임의적으로 나와서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건소로 가면 노인들은 무료접종이 가능한 것 아니냐며 이곳은 아무리 싸다고 해도 1만2천원~1만5천원으로 보건소보다 비싸다"고 단체접종에 대해 무관심반응을 보였다.
대야미동사무소 한 직원은 "이곳에서 맞느니 값싼 보건소에 가거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은 병의원을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i4#의료기관 의사회와 대립
그런가하면 단체예방접종을 하려다가 지역 의사회의 반대 혹은 보건소의 조치로 당일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10월 12일 단체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정이었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A아파트의 경우 당일 현장에 보건소 관계자가 나와 단체예방접종에 대해 지양이 아닌 금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하게 대응함에 따라 취소됐다.
취소가 된 사실을 모르는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사전에 접종키로 한 장소를 찾아 서성이다가 돌아갔고 해당 의료기관 관계자들도 쉽게 자리를 못뜨고 있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자리를 접고 나왔다.
이처럼 단체예방접종에 대한 보건소와 의사회 측의 반대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양천구 A의원 이모 원장은 "독감 백신의 경우 계절백신으로 물량이 남을 경우 일부 제약사는 반품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 개원가의 피해는 그만큼 커진다"며 "특히 아파트 상가 개원가의 피해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림 H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단체접종을 실시한 Y의료기관에 대해 구로구의사회는 환자유인행위에 따른 의료법 위반, 알코올솜 처리 불량으로 인한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이유로 고발조치에 들어갔다.
또한 보건소에 제출한 가격은 1만5천원~2만5천원으로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1만원~1만5천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해서도 고발조치 됐다.
이에 대해 Y의료기관 관계자는 "이번 단체접종을 하면서 심적인 고생이 심했다"며 "의사회와 보건소에서 의료법 위반 및 지역보건법 위반 등을 이유로 고발하겠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 결국 예약돼 있던 15여개 단체예방접종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단체접종
문제는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체예방접종은 일부 지역주민들의 호응으로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로 수년 째 의료접종을 실시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단체예방접종이 아직까지 경기도,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어 앞으로는 지방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써 지방 개원의들도 현재도 건건이 대립하고 있는 단체예방접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