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 수입적어도 희망 있어 즐겁다"

장종원
발행날짜: 2007-01-03 08:44:59
  • 적성 찾아 과감히 도전..."의료계도 변화해야" 지적

[2007 새해특집] 진료실 밖으로 나간 의사들

'의사'는 소위 직업 충성도가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의사가 진료현장을 떠나 타 직종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매우 저조하다. 그러나 최근 의사 수 증가 등 사회 환경의 변화는 많은 의사들을 진료현장 밖으로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타 직종으로 진출한 의사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진료실 밖으로 나간 의사들
<중>진료실 밖의 삶, 꿈 그리고 이야기
<하>의사에서 새로운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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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김소윤 서기관.
의사들이 '진료'가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각각 다르다. 그러나 적성과 꿈을 찾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픈 열망을 가졌다는 점은 공통됐다.

복지부 보건의료정보화사업추진단에서 근무하는 김소윤 서기관의 경우 의대시절부터 진로를 진료가 보건의료정책과 관련된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정신과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과대표, 여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예방의학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거시적 의료'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서기관은 이런 고민을 통해 예방의학과를 선택했고 직접 현장에서 뛰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공무원만은 되지 말라"고 한 부모님의 말씀과 다르게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됐다.

김유석 사무관(생명윤리팀)의 경우 임상과인 정신과 전공의 과정을 하면서 다른 진로를 고민한 사례. 그는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원에서 보건학을 별도로 공부했다.

변호사를 선택한 이동필 변호사와 박영만 변호사는 각각 전공의 시절의 경험이 3년간의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법조계를 꿈꾸게 했다.

이 변호사는 전공의 시절 병원에서 의사들이 멱살 잡히고, 난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다가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어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꿈을 꿨고, 박 변호사는 진폐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산재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횡포가 법을 통해 저지되는 걸 보면서 법조계로 진출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

모코코 한인권 대표는 삼성제일병원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다 의약분업 이후의 의료환경 변화에 고민하던 중 인간유전자 지도가 밝혀지자 구체적으로 상품화하겠다는 뜻을 품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와 박용현 두산산업개발 이사는 오랫동안 서울의대 교수로 일하다, 더 큰 일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부모님이 창업주인 회사로 옮겼다.

강석훈 작가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 의대를 진학했지만, 가슴 속 깊이 담겨진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어 드라마 작가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꿈을 찾아서 새로운 일에 도전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이 과거에 비해 낮은 경우도 있지만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현재의 일터에 긍정적이었다.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명옥·정의화 국회의원.
복지부 손영래 사무관은 "직접 정책을 마련하고, 검증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다이나믹하고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연희 변호사는 "진료실에서 하루종일 환자를 기다리는 일은 무척 힘들고, 쓸쓸했다"면서 "변호사는 다이나믹하고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신문 김양중 기자는 "수입을 비교한다면 못할 일이지만 누구나 건강을 누리고, 특히 저소득층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도 사회가 책임지도록 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의료전문기자로서 이런 일이 이뤄지도록 도움을 주는 데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의사라는 것이 다른 일을 하는데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석 사무관은 "의료 관련 정책이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고, 김소윤 서기관은 "전문가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며 직접 병원과 현장을 돌면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인권 대표는 "의사라는 신분은 어디나 들어갈 수 있는 자랑스러운 직업으로 기업을 할때도 의사라는 직업에서 오는 이미지로 인해 신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의사, 타 직업 하더라도 도움 돼"

진료실 밖 의사들은 한 발짝 떨어져 의료계를 바라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 대해 아쉬움도 털어놓는다.

김소윤 서기관은 "의료계는 바로 눈앞에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손영래 사무관 역시 "의료계가 지나치게 단기적 이윤에 치우져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상생할 수 있는 고민들이 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신문 김양중 기자는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신뢰받으면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면서 "의사들에게 이 모든 책임을 씌울 수는 없겠지만, 의사들이 가장 앞장서서 이런 사회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단기적 이익에 집착해"

이들은 또 진료실을 벗어나 다른 사회로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의대교육 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드라마작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강석훈 작가.
김유석 사무관은 "무엇보다 적성에 맞느냐가 중요하다. 요즘엔 '급여를 덜 받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면서 "다만 다른 일을 하려면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필 변호사는 "의대에서 인턴-레지던트. 정해진 레일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의대교육부터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면서 "다양한 경로에 의사들이 진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의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사무관은 "진료 외의 일을 선택한다는 건 결국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지만 그간 우리나라 의학은 '진료행위'의 과학적인 면만 강조하고 사회속에서 부딪히는 사회학, 경제학적 문제는 간과했다"면서 "6년간의 의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는 "의사는 다른 직종과 굉장히 만나기 힘든 직업이다 보니 다른 직종에서 의사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의사들이 다른 직종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직종으로 진출하는 것이) 의사와 다른 직종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의사 환자사이의 간극을 줄이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인권 모코코 대표는 "의사로서 가졌던 마음을 환자에서 사회 전체로 넓힌다면 오히려 의사의 명예 높아질 것"이라면서 "의사들도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보다 다른 세상을 보고 많은 걸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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