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 홀로서기 계절...제2의 인생 '날개짓'

이창진
발행날짜: 2007-03-02 07:23:06
  • 13년 의사수련 마감...교수·봉직의 등 독립생활 전환점

의과대학 졸업식과 수련병원 입국식 등 봄기운과 함께 젊은 의사를 위한 새로운 과정이 본격화된 가운데 의사군 중 중년층(?)에 속하는 전임의들의 홀로서기를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

1일 대학병원계에 따르면, 전임의(Fellow) 중 대다수가 3월을 기점으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개원 그리고 해외연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전문 인력으로서의 독립을 위한 마지막 날개짓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을 떠나는 전임의들은 그동안 6년간의 의대 생활과 5년간의 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 이어 2년의 펠로우십 등 총 13년(군복무시 16년)간의 긴 수련과정을 마치고 조직 구성원이 아닌 개인자격으로서 전문의사로 거듭나기 위한 제2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은 2년간 ‘임상강사’라는 명찰로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에게는 ‘교수’로 불려지고 있으나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서 어정쩡한 전문의로 진료와 연구의 숨은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교수진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소위 명문 대학병원 전임의 중에는 20~30%가 식사비 등 일부 지원비를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을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무급’인 관계로 마침표를 찍는 전임의 생활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교수들은 전임의 인원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으나 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인도하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하는 점에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채용의 부담감으로 내부적으로 인원제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임의 대부분이 개원 보다는 교수직을 선호하고 있어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타 병원에서 임상교수나 봉직의로 전직한 후에도 담당 교수와의 끈끈한 유대관계 등 학연과 지연을 구축하며 모교병원이나 유명 대학병원의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연수, 화려함 이면에 '경제적 어려움'

이중 담당 교수의 총애를 받아 해외연수를 결심하는 전임의들은 일명 '교수되기 수순'으로 알려져 주위에서 시기와 부러움을 사고 있으나 외국 생활은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한 내과교수는 “전임의를 마치고 교수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동료나 후배들은 부러운 듯 바라보나 2년이 넘는 연수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회상하고 “담당교수의 추천으로 병원에서 정착금 명목으로 비행기 교통비와 일부 생활비를 지원받았으나 가족과 함께 외국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해외연수 이면에 숨겨진 어려움을 피력했다.

결국, 전임의 과정은 대학병원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속에서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든 역경을 거치며 의사로서, 사회인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성장통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중견 교수는 “펠로우 과정을 마치는 것은 그동안 대학병원이라는 보호막 아래서 생활하던 온실속 화초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홀로서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다”며 “과거처럼 배우는 의사가 아니라 지금까지 수련한 내용을 환자 진료나 후배의사에게 전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의사로 탈바꿈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서울대병원에서 새롭게 전임의를 시작하는 인원은 총 251명(본원, 분당, 보라매병원)으로 이중 여자 전임의가 98명(39.0%), 무급 전임의는 60명(23.9%)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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