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하고 올라왔는데...형형색색 우비 물결

발행날짜: 2007-03-22 10:16:01
  •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범의료 궐기대회 이모저모

21일 과천정부청사 앞 운동장에서 열린 '의료법 개악 저지 범의료계 총 궐기대회'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마무리됐다. 특히 이날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범의료4단체가 공조를 이뤄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범의료계가 복지부를 향해 힘찬 함성을 부르짖은 과천벌 집회의 이모저모를 되돌아보자. <편집자 주>
지방 회원들은 아침 일찍 모여 버스를 타고 대이동을 했다.
범의료4단체의 공조로 열린 3월 21일 궐기대회는 개최 전부터 시작된 빗줄기로 과천벌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혔다.

지방에서 출발한 회원들은 출발 전에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는데 이게 왠일이냐며 우비를 찾고 급히 우산을 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어느새 침착을 되찾은 회원들은 각자 가져온 피켓을 꺼내들고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방회원 "전일 휴진하고 올라왔는데..."
새벽 밥을 지어먹고 올라온 지방의 회원들은 아침일찍 버스를 대절해 올라오면서 서울, 경기지역 회원들이 오전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박탈감을 느꼈다고 했다.

부산 연제구 신경외과의원 김모 개원의는 "버스를 타기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왔는데 서울에서는 대부분 오전진료를 하더라. 오늘 날씨만큼이나 기분이 착잡해졌다"며 "평일 종일 휴진을 하자는 얘기에 큰 부담을 안고 참여했는데 정말 화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회원들은 도대체 몇명이나 왔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과천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울산의사회는 생각보다 회원이 많이 몰려와 지역 한의사회 차량에 함께 타고 올라오는 등 높은 참석율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국민건강 장례식으로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뤄진 장례식
운동장 끝에서 무대 중앙을 향해 입장하는 상여에 회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집중했다.

이날 장례식은 회원들의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특히 진혼곡이 울려퍼지면서 회원들의 구호제창은 복지부를 향한 분노를 의료계의 분노를 표출하기에 충분했다.

새삼 신기한 듯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찍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좀더 가까이에서 보기위해 대오를 이탈한 이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상여가 무대를 향하자 무대 중앙으로 큰 길을 만들었다. 간호사 복장을 단정히 차려입는 간호사들이 앞장서고 뒤를 이어 상여꾼은 죽은 이의 사진 대신 '국민건강'이라고 적힌 액자를 들었다.

범의료4단체장이 국민건강이라고 적힌 관 앞에서 조의를 표한 뒤 헌화를 하자 이들을 둘러싼 취재진들의 카메라 후레쉬가 요란하게 터졌다.

이날 집회에는 물풍선 던지기,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이벤트를 선보였다.
물 풍선·종이비행기 던지며 스트레스 해소
국민건강 장례식에 이어 진행된 두번째 이벤트는 물풍선 던지기로 이에 참여한 회원들은 그동안 정부에 대해 묵을 체증을 씻어버리듯 힘차게 물풍선을 던졌다.

한 60대 의사는 "물풍선을 던지니 속이 시원하다"며 연속해서 10개의 물풍선을 힘껏 던지는 모습이 흡사 40대 같아 보였다.

또 하늘을 향해 범의료인들의 염원이 담긴 종이비행기를 하늘 위로 던지면서 회원들은 각자 저마다의 주문을 외웠다.

복지부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린 한 간호조무사는 "오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해 싸운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게 되길 빌었다"며 "나의 일자리도 보장받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회원 대규모 이동...교통혼잡 초래
전국의 범의료인들이 과천으로 집결한 이날 과천은 이들의 대이동으로 교통이 마비됐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들은 주차장을 벗어나는데만 해도 한시간가량 소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지하철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KTX나 비행기로 이동한 회원들은 지하철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행사 참여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혼란을 가져왔다.

형형색색 우비 물결
우중속에 진행된 궐기대회에 참여한 회원들은 우비를 입고 집회에 참여했다.

한의사협회는 빨간색 우비에 빨간색 막대풍선을 들고 투쟁에 열기를 고조시켰고 간호조무사협회는 흰색우비에 흰색 막대풍선을 들어 말 그대로 백의 천사를 연상케했다.

또한 일부 시·도의사회는 지역별로 파란색, 노란색 우비를 맞춰입어 통일된 모습을 보여줬다.

가수 이범룡이 꿈의 대화를 열창하고 있다.
쾌지나칭칭나네...구성진 가락 열기고조
어두운 하늘과 빗줄기로 가라앉은 분위기는 쾌지나칭칭나네 등 귀에익은 민요에 의료법 관련 가사를 붙여 불러 흥을 돋궜다.

"쾌지나칭칭나네, 마른하늘 왠 날벼락이냐. 쾌지나칭칭나네, 의료법 개악 하잖단다. 쾌지나칭칭나네, 대법판례 무시하고. 괘지나칭칭나네, 의료법 개악 철회하라."

가수 이범룡은 자신의 히트곡인 '꿈의 대화'를 불러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유인물 배포 경쟁
이날 과천벌에 전국의 의사들이 모여든다는 언론보도 때문인지 행사장에 들어서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유인물 배포 경쟁이 붙었다.

H은행은 의사대출 관련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의료계 한 단체는 자신들의 주장을 정리해 자체 제작한 글을 전국의 의사회원에게 알리는데 집중했다.

또한 메디칼타임즈는 3.21집회에 맞춰 제작한 호회보 1만 5천부를 돌려 참여한 회원들에게 집회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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