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해 거리로 나섰건만" 의사들 딜레마

안창욱
발행날짜: 2007-03-23 06:14:44
  • 국민들 3·21 과천집회 냉소적..."부도덕 집단 돼 버렸다"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조무사들의 21일 의료법 개정안 반대 집회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냉소적인 시각으로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과천 집회후 미디어 다음 토론방에는 의사와 시민이 쓴 글이 베스트 토론방에 올라오면서 열띤 논쟁을 벌였다.

한 네티즌은 ‘다시 거리로 나선 의사들-하얀거탑 vs 하얀거물’이란 글을 통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국민의 건강을 기치 삼아 길거리로 나섰던 의사들이지만,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지나치게 무심하고 심지어 외면하는 일부 의사들의 모습에 나는 놀라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 과다한 의사 수와 경제 불황, 그로 인한 의원들의 과다진료가 문제가 되자 정부가 의약 관련 입법을 시행하려고 하는데 의사들은 또 다시 국민들의 건강권을 기치로 내걸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은 과거 많은 의사들의 잘못된 행태들로 인해 그들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의사가 이기심의 성채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그저 ‘하얀 거물’에 불과한 존재가 될 것이며 ‘숭고함의 고지’를 향해 전진할 때 비로소 ‘하얀 거탑’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얀 거탑이 되고자 하는 의사가 우리 사회에는 아직 많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시민 의사’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의사로서 나에게 더 이상 파업은 없다’는 글에서 의료법 개정안 반대 투쟁이 밥그릇싸움으로 비쳐지는 현실을 개탄하고 나섰다.

그는 “의약분업에 반대하던 시절에도 응급실당직을 섰지만 언론을 통한 나의 모습은 환자를 볼모로 밥그릇싸움을 하는 부도덕한 의사였다”면서 “비상체계 속의 의무가 아닌 경우 거리에서 의약분업반대를 외치는 나의 모습을 자식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료법 개정시 닥쳐올 의료인과 환자들의 장기적 피해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어 단 하루 과천에 가려할 때 오히려 걱정하는 큰 자식의 마음이 더 안쓰럽다”며 “또 밥그릇 때문에 환자를 등진 부도덕한 의사가 되어 버렸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의약분업 때와 마찬가지로 개정된 의료법이 통과되어 가장 피해를 볼 주체는 누구일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지금부터는 관심 끄고 진료만하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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