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의사, 환자가 불신할 때 힘 빠져요"

발행날짜: 2007-05-07 06:08:27
  • 공보의, 실력 무관 섬에 있으면 실력없다 인식 '씁쓸'

[특별기획]공보의를 찾아서⑨ 울릉도 울릉의료원 박신율 공보의.

전국의 어디라고 환자가 있으면 배치되는 공보의.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찾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외지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공보의를 찾아가 봄으로써 그들의 생활을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볼까한다. <공보의를 찾아서>는 매주 월요일 연재된다. - 편집자주 -
박신율 공보의는 우리나라 손에 꼽히는 다설지역인 울릉도에서 근무중이다.
전체 인구 1만명이 안되는 섬, 오징어 많고 눈 많이 오기로 유명한 울릉도 주민의 건강지킴이 박신율(33) 공보의.

그가 울릉도 공보의로 일년 째, 도시에서 지낸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너무도 달라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울릉도는 계절별로 여가생활도 먹을거리도 달라져 매일 매일 새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때묻지 않은 섬 울릉도

박 공보의에게 울릉도는 단순한 관광명소가 아닌 생활터전으로 깨끗하고 한적한 섬 그대로의 모습에서 신비로움을 느낀단다.

"사방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진료 이외 시간에 할 게 많아요. 성인봉도 오르고 속이 다 비쳐 보이는 바다에 뛰어들어 스킨스쿠버도 즐기다 보니 시간이 금새 흘러갔네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간혹 고립상태가 돼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경사가 많은 지형을 이용해 스키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박 공보의는 도시 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액티브한 여가생활에 헬스장까지 다니다보니 일석이조로 체중까지 많이 줄었다.

섬 의사는 의료기술 없다는 인식 '안타까워'

울릉도의 유일한 병원이자 박 공보의가 근무하고 있는 울릉의료원에는 의과공보의 10명, 치과·한방공보의 각각 1명이 있으며 그중 박 공보의는 응급의학과 공보의로 근무중이다.

울릉의료원 멀리서 본 전경.
"울릉도에서는 만성질환자가 많아 내과, 정형외과 환자가 많아요. 또 군인과 관광객도 심심치 않게 찾아오죠. 또 울릉도에서 유일한 병원이다보니 외과에서 피부과, 비뇨기과 환자를 보는일이 잦은데 과가 불분명한 환자는 주로 제가 봐요."

비록 병원 규모가 작고 의료진이 부족하지만 울릉의료원의 의료시설은 수준급이다.

방사선판독은 서울에 있는 기관과 협진해 24시간 이뤄지고 있고 시술에 필요한 웬만한 의료기기는 모두 갖춰져있단다.

또 수는 부족하지만 의료진 대부분 전문의 시험을 마친 직후 내려온 이들이라 실력도 어느 의료기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그러나 울릉도에 있는 의사라고 하면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일단 '능력 없는 의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박 공보의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의사의 진단과 치료와 관계없이 환자가 판단해 육지로 이송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지요. 진단결과 응급한 상태가 아니라고 했지만 책임질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말 힘 빠지더라고요."

또 육지로 이송한 후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단다. 특히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반면 결과가 좋을 때는 응급환자도 아닌데 왜 이송을 했느냐,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의사를 불신하는 것은 주민뿐이 아니다.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섬에 있는 의사가 뭘 알겠느냐'는 식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를 하면서 이 같은 대접을 받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관광객이 오면 전문의이며 공보의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환자와 보호자의 태도가 바뀌고요. 씁쓸한 현실이죠."

응급실을 지키는 박 공보의.
섬 밖 외출 힘들어

최근 섬 지역 공보의 일부가 근무지이탈을 해서 말이 많았지만 울릉도의 경우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누군가 나가면 나머지 누군가 환자를 봐야하는 시스템으로 환자들이 외래 진료 유무에 굉장히 민감한 편.

그렇기 때문에 의료원 의사 중 누군가 섬을 나가려고 하면 주민 중 누군가 병원으로 전화해 어디에 가는지 물어볼 정도라고.

특히 응급의학과인 박 공보의는 진료공백 때문에 내과, 정형외과 공보의와는 같이 연가를 쓸 수 없다.

또 한정된 연가(6일) 스케줄을 잡을 땐 주말을 낀 연가를 쓰고 싶어 미리 예약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모처럼 연가를 받아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하루 한번 뜨는 배마저도 안뜨기 때문에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죠."

박 공보의는 어려움은 많지만 잠시나마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섬 주민들과 정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단다.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