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학술잔치상 차려놓고 저수가 '성토'

안창욱
발행날짜: 2007-11-29 08:10:25
  • 추계학회에서 보상 현실화 요구 봇물…영역 갈등 심화

[기획특집]2007 추계학술대회 무엇을 남겼나

2007년도 추계학술대회가 끝나가고 있다. 학술대회는 연구 성과를 토론하는 축제의 자리이지만 상당수 학회에서는 저수가 문제, 정부 부처의 회무 투명성 압박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기도 했다. 반면 논문의 질을 높이거나 국제학회를 유치하는 개가를 올린 학회도 적지 않았다. 본지는 이번 추계학술대회 이슈를 정리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연구도 좋지만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
(중)투명성과 연구 촉진…실험대 선 학회
(하)국제학회 유치·SCI 학술지 등재 사활
외과학회 윤여규 이사장이 정책심포지엄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저수가와 건강보험 재정중립원칙 등의 여파로 전문과목간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학회들까지 회원들을 보호하고, 살길을 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올해로 개원 60주년을 맞은 대한외과학회는 추계학술대회에서 ‘위기의 외과 구하기’ 정책 심포지엄을 열어 저수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여론 조성에 나섰다.

메이저학회들은 대체로 학술대회 기간 학술 이외에 수가문제 등을 제기하는 것은 꺼려왔고, 외과학회 역시 지금까지 말을 아껴왔지만 한번쯤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행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포지엄에서 경희의대 부속병원 박호철 교수는 외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 의료전달체계 개선, 개방병원 활성화 등이 시급하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가 인상 요구는 외과학회 뿐만 아니라 다른 학회에서도 터져 나왔다.

저출산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산부인과학회는 정부가 산전 초음파검사를 급여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턱없이 낮은 수가를 제기하자 협상 중단 카드까지 꺼내들며 격렬히 저항했다.

당뇨병학회는 현 수가체계에서는 당뇨관리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수가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료현실이 의사 프로페셔널리즘 장벽

병리학회는 비현실적인 수가가 병리학의 침체와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을 촉발했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노인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될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제가 단연 화두였다.

서울참요양병원 김선태 원장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오던 노인요양병원이 내년부터 일당정액수가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될 경우 레드오션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심지어 현 의료현실이 의사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회복하는데 장벽이 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의협 주수호 회장은 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의학교육학회, 의학회가 공동주최한 제22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작심한 듯 정부를 몰아붙였다.

주 회장은 “정부가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의료시스템을 만들어놨는데 의사들이 욕을 먹고 있다”면서 “의사들이 신뢰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하지 않으면 의사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재정중립원칙에 의학계도 몸살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중립원칙은 의학계의 수가인상 요구와 정면 충돌하면서 또다른 왜곡을 초래하고, 의료계 내부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학회들이 진료영역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수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모대학병원 교수는 연제 발표를 통해 외과교수들이 수술에만 집착할 경우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항암화학요법을 내과전문의들에게만 맡겨둬선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과전문의들이 학회를 창립해 항암화학요법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늘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로 인해 종양내과와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개원가에서 시작된 영역파괴현상은 의학계 깊은 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와 함께 신경과학회는 고령인구의 증가와 노인요양보험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신과, 재활의학과 등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 낮병동과 작업치료 수가를 신경과 전문의에 대해서도 인정하라고 정부와 심평원에 요구할 태세다.

이와 반대로 전문영역을 지키기 위해 보호장벽을 치려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노인병학회는 또다시 노인병인증의제도나 노인병전문의제도 시행을 정부와 의학회에 요구할 방침이며, 노인정신의학회는 내년부터 노인정신건강세부인증의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성형외과학회를 비롯한 일부 학회는 올해 추계학술대회에서도 타과 전문의에 대해서는 등록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파이를 늘릴 수 없으니 의료계 내부에서 잘 나눠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외과학회 박호철 교수가 추계학회 정책 심포지엄에서 꼬집은 말이다.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이 신성한 학술잔치 자리를 성토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히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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