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의료기사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장종원
발행날짜: 2008-01-09 07:38:57
  • 영역 확대는 고사하고 축소에 고민…"정치력 필요하다"

의료기사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임상병리사들과 방사선사들은 최근 전경련의 '규제개혁 보고서'로 인해 밤잠을 설쳤다.

1차 진료기관의 경우 검사만을 위해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를 별도로 고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의료기사에 준하는 검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들은 전경련 홈페이지에 몰려가 '전경련이 면허제도에 대한 몰이해가 심각하다'며 온갖 비판을 쏟아냈다.

임상병리사협회는 전경련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정부의 관련부처를 찾아 부랴부랴 전경련 주장의 부당성을 알리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면허를 가진 특정 직역의 업무영역을 별다른 고민없이 타 직역으로 넘긴다는 발상이 나온 것은, 의료기사의 전문성이나 역할을 인정치 않는 것이라는 판단에 의료기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독개설'을 끊임없이 주장해오던 물리치료사협회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물리치료'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보고 요양등급판정위원회와 각 요양기관에 물리치료사를 적극 배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물리치료사 9명(시범사업에 참여했던 3명 포함) 채용에 그쳐 실망감이 적지 않다.

의료기관에 대한 종속성이 강해 '물리치료사 정년은 30세'라는 자조가 나올 만큼,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은 물리치료사들의 취업길을 열기 위해 요양보험에서 일정한 역할 담당을 원했지만 현실적 한계가 너무 컸다.

박래준 회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 회원 공지를 통해 의협, 간호협회, 사회복지사협회 등의 예산이나 판공비 등을 거론하면서, 이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의료기사들은 결국 자신들과 협회가 다른 단체에 비해 힝이 부족하다보니 전문성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나 정부 관련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이나 의견 개진 등에 있어서 의, 병협, 약사회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록 취약한 것도 현실이다.

때문에 의료기사들은 의료기사총연합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힘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예산이나 조직은 취약한 형편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의료기사단체들이 친목 수준을 넘어 정치적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가 너무 크다"면서 "회장 판공비만 비교해도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 보건의료제도가 크게 바뀌는 상황에서 의료기사와 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간호협회의 정치력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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