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적, 오늘은 동지' 제약협회-KRPIA

이창진
발행날짜: 2008-05-29 06:20:12
  • 고지혈증제 재평가엔 공조-기정기탁제 놓고 대립

고지혈증제 재평가로 공조체계를 구축한 국내사와 외자사가 지정기탁에 여전히 등을 돌리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제약계에 따르면, 국내사 중심인 제약협회와 외자사로 구성된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고지혈증제로 촉발된 의약품 재정비 시범사업에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후원기금 양성화를 목적으로 한 지정기탁제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단체는 지난달부터 가시화된 복지부와 심평원의 고지혈증제 재평가를 계기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기존 냉전 분위기를 우호적인 상생 모드로 급전환한 상태이다.

복지부 방침대로 고지혈증제 재정비가 실시되면, 신약과 제네릭 등 모든 약제의 30%대 약가인하로 인해 업체별 많게는 수 백 억원에서 적게는 수 십 억원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게 제약계의 시각이다.

더욱이 이번 고지혈증로 끝나는 것이 아닌 편두통에 이어 내년도 고혈압, 순환기, 소화기 등 수 천 억원대 약제시장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 결코 밀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내재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단체의 공조에는 복지부와의 사전 협의도 한 몫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제약협회는 성명서 발표전인 지난 20일 고지혈증제 관련 복지부 회신에서 △평가방법, 모델 전면 공개의 타당성 △평가결과 후 60일간의 의견제출 등 유예기간 △재평가 이전 공동 워크숍 개최 등의 확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국내사와 외자사의 이같은 연대에는 ‘승산이 있다’는 복선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단체의 공조체계 이면에 놓인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2월 제약협회가 의학회와 의학원과 체결한 의료계 후원 양성화 방안인 ‘지정기탁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제약사 "지정기탁제 실효성 없다"


의학계의 춘계학술대회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대다수 제약사가 지정기탁제 실효성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국내사와 외자사 모두 예전과 같은 관례에 입각해 제약사 후원 심포지엄과 홍보부스 설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지정기탁제 관련 질문에 “KRPIA와 공감대 형성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한 배를 탄 제약업계 모두가 한 방향을 가야 한다”며 외자사 참여에 낙관론을 누누히 피력했다.

이와 달리 KRPIA 이규황 부회장은 “지정기탁제 질문이라면 노 코멘”라고 전제하고 “현 KRPIA 규정에 이미 지정기탁제 내용이 포함돼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지정기탁제 수용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지혈증제에 대한 양측의 공조체계는 '매출추락'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나, 지정기탁제는 신약의 강점과 외국본사를 통한 키 닥터 지원이라는 외자사의 특수 마케팅과 제네릭 중심에서 한국에 국한된 국내사의 영업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게 중론이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제약업계의 보이지 않은 갈등이 과히 나쁘지 않다는 시각이다.

당뇨학회와 신장학회, 고혈압학회 등 이미 5개 학회가 재단법인을 설립해 업체 후원의 합법성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회들도 법인설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사의 지정기탁제와 더불어 외자사의 전폭적인 후원인 쌍끌이식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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