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위해 불가피해도 불법" 판결…서울대병원 '완패'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 측에 임의 비급여해선 안되며, 그 치료행위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환불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1심과 달리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임의비급여였다는 서울대병원의 주장을 모두 이유 없다고 판결해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9일 심평원의 진료비 환불처분에 불복해 서울대병원이 청구한 행정소송에서 심평원은 환자에게 환불한 5089만원 중 4937만원을 초과한 152만원만 서울대병원에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메디칼타임즈가 서울고법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심평원의 진료비 환불처분이 취소된 152만원은 임의비급여와 관련이 없는 병실 사용료였다.
서울대병원이 환자에게 임의로 비급여한 △미결정행위(775만원) △치료재료 별도 산정불가(269만원)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16만원) △요양급여기준 초과(3871만원) 등의 항목은 부당하기 때문에 심평원이 이를 환자에게 환불한 것은 정당하다는 게 판결 요지다.
이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이 사건 1심 판결에서 △치료재료 별도 산정불가 항목 △허가사항 초과 약값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임의비급여였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서울고법은 이들 항목에 대해서도 서울대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이 모환자가 ‘선천성 기관지 기형’으로 타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아 전원해오자 기도 폐색 치료를 위한 검사, 수술, 투약 등을 했고, 급여기준 초과 등에 대해서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비용을 비급여 처리했다.
그러나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들은 2003년 10월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했고, 심평원이 환불처분을 내리자 서울대병원은 이듬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측에 부담시켜서는 안되며, 그 치료행위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다만 서울고법은 “의료기관이 급여기준을 초과한 치료행위를 한 경우 그것이 적절함에도 공단이나 환자부터 아무런 비용보전을 받지 못하면 요양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치료에 필요하더라도 급여기준을 초과한 의료행위를 꺼리게 돼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어 헌법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여지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고법은 △새로운 행위, 약제, 치료재료 △허가사항 범위 초과 약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대 등이라도 적법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며, 요양급여기준상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법령 개정을 통해 제거하는 게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서울고법은 “요양기관이 가입자 등으로부터 그 치료비용을 징수할 때에는 반드시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그에 반해 비용을 징수하는 경우 이를 가입자 등에게 반환토록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의비급여 항목별 서울대병원의 입장과 법원의 판단은 다음은 같다.
△미결정행위 항목 서울대병원은 새로운 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이하 미결정행위)는 결정 이전까지 비급여 대상이어서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데 심평원이 환자에게 반환한 것은 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은 결정신청한 행위에 대해 복지부가 기결정된 행위라고 하지만 효능과 효과, 사용방법이 전혀 달라 미결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원고가 결정신청한 행위의 효능이 기결정된 행위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심평원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반환하도록 한 것은 별다른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치료재료 별도 산정 불가 항목 서울대병원은 “해당 치료재료가 의학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공단에 비용을 청구해도 행위별수가에 포함돼 있어 그 비용을 상환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자측에 정당하게 부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이를 일축하고 나섰다. 해당 치료비용이 행위별수가에 포함돼 있어 별도로 산정할 수 없는 비용에 해당된다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허가사항 초과 항목 서울대병원은 구연산펜타닐이 원래 마취제로 허가된 것이지만 환자에게 기도내 삽관을 하면서 통증 방지 및 일시적 수면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했으며, 공단으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없어 환자에게 부담시켰다고 항변했다.
이와 달리 서울고법은 “공단으로부터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는 것을 환자에게 징수하는 것은 관계법령을 위반한 부당행위이며, 비록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해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요양급여 기준 초과 항목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난 것이며, 공단으로부터 비용을 청구할 수 없어 환자에게 부담시킨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이 항목 역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서 환자로부터 지급받을 수 없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취지에 따라 서울고법은 이례적으로 소송비용의 29/30을 서울대병원이, 1/30을 심평원이 부담하라고 명했다.
서울고법 판결이 나자 심평원은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을 표시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일부 임의비급여를 정당화했는데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시에 부합하게 원상복귀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보다 본질적인 것은 비제도권의 임의비급여가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병원은 서울고법이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임의비급여 진료의 불가피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사실상 패소했다는 게 병원계의 중론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환불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1심과 달리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임의비급여였다는 서울대병원의 주장을 모두 이유 없다고 판결해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9일 심평원의 진료비 환불처분에 불복해 서울대병원이 청구한 행정소송에서 심평원은 환자에게 환불한 5089만원 중 4937만원을 초과한 152만원만 서울대병원에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메디칼타임즈가 서울고법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심평원의 진료비 환불처분이 취소된 152만원은 임의비급여와 관련이 없는 병실 사용료였다.
서울대병원이 환자에게 임의로 비급여한 △미결정행위(775만원) △치료재료 별도 산정불가(269만원)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16만원) △요양급여기준 초과(3871만원) 등의 항목은 부당하기 때문에 심평원이 이를 환자에게 환불한 것은 정당하다는 게 판결 요지다.
이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이 사건 1심 판결에서 △치료재료 별도 산정불가 항목 △허가사항 초과 약값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임의비급여였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서울고법은 이들 항목에 대해서도 서울대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이 모환자가 ‘선천성 기관지 기형’으로 타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아 전원해오자 기도 폐색 치료를 위한 검사, 수술, 투약 등을 했고, 급여기준 초과 등에 대해서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비용을 비급여 처리했다.
그러나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들은 2003년 10월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했고, 심평원이 환불처분을 내리자 서울대병원은 이듬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측에 부담시켜서는 안되며, 그 치료행위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다만 서울고법은 “의료기관이 급여기준을 초과한 치료행위를 한 경우 그것이 적절함에도 공단이나 환자부터 아무런 비용보전을 받지 못하면 요양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치료에 필요하더라도 급여기준을 초과한 의료행위를 꺼리게 돼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어 헌법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여지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고법은 △새로운 행위, 약제, 치료재료 △허가사항 범위 초과 약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대 등이라도 적법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며, 요양급여기준상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법령 개정을 통해 제거하는 게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서울고법은 “요양기관이 가입자 등으로부터 그 치료비용을 징수할 때에는 반드시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그에 반해 비용을 징수하는 경우 이를 가입자 등에게 반환토록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의비급여 항목별 서울대병원의 입장과 법원의 판단은 다음은 같다.
△미결정행위 항목 서울대병원은 새로운 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이하 미결정행위)는 결정 이전까지 비급여 대상이어서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데 심평원이 환자에게 반환한 것은 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은 결정신청한 행위에 대해 복지부가 기결정된 행위라고 하지만 효능과 효과, 사용방법이 전혀 달라 미결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원고가 결정신청한 행위의 효능이 기결정된 행위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심평원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반환하도록 한 것은 별다른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치료재료 별도 산정 불가 항목 서울대병원은 “해당 치료재료가 의학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공단에 비용을 청구해도 행위별수가에 포함돼 있어 그 비용을 상환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자측에 정당하게 부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이를 일축하고 나섰다. 해당 치료비용이 행위별수가에 포함돼 있어 별도로 산정할 수 없는 비용에 해당된다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허가사항 초과 항목 서울대병원은 구연산펜타닐이 원래 마취제로 허가된 것이지만 환자에게 기도내 삽관을 하면서 통증 방지 및 일시적 수면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했으며, 공단으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없어 환자에게 부담시켰다고 항변했다.
이와 달리 서울고법은 “공단으로부터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는 것을 환자에게 징수하는 것은 관계법령을 위반한 부당행위이며, 비록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해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요양급여 기준 초과 항목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난 것이며, 공단으로부터 비용을 청구할 수 없어 환자에게 부담시킨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이 항목 역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서 환자로부터 지급받을 수 없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취지에 따라 서울고법은 이례적으로 소송비용의 29/30을 서울대병원이, 1/30을 심평원이 부담하라고 명했다.
서울고법 판결이 나자 심평원은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을 표시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일부 임의비급여를 정당화했는데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시에 부합하게 원상복귀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보다 본질적인 것은 비제도권의 임의비급여가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병원은 서울고법이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임의비급여 진료의 불가피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사실상 패소했다는 게 병원계의 중론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