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 전공의 미달+수련포기에 '전전긍긍'

발행날짜: 2008-11-10 12:05:19
  • 정원 85명 중 45명만 수련중 "수가 현실화가 해결책"

최근 병리과 교수들이 개원가로 유출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련을 포기하는 전공의들까지 속출하고 있어 인력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병리과학회(이사장 김한겸)에 따르면, 2008년도 1년차 전공의모집에서 병리과는 총 정원 84명 중 55명(65.5%)를 모집했지만 이중 10명(18.2%)가 사직해 정원의 절반에 불과한 45명이 수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학회는 현재 50만원에 불과한 수련보조수당으로 병리과 인력수급을 맞추는데 한계가 있다며 수가인상 등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김한겸 이사장(고려의대)은 "대형병원에서조차 수련을 포기하는 전공의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향후 인력수급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병리과는 환자의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 주요과목"이라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병리과의 인력수급 현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병리과가 지원기피과로 인식돼 정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지원자 중 일부가 수련을 포기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

특히 서울대학교병원 3명, 삼성서울병원 2명,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각 1명 등 수련환경이 우수한 대형병원에서 사직하는 1년차 전공의가 속출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김한겸 이사장은 "50만원에 대한 수련보조수당으로는 병리과에 인력유입을 기대할 수 없다"며 "대학병원에서조차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리과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병리검사는 대학병원에 집중돼 있어 의협이나 개원의들이 수가 현실화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현재의 병리수가로는 진단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병리과 전공의가 부족하게 되면서 수술후 조직검사가 지연되고 진단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임상의학의 뿌리가 흔들리는 위험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병원 표준화 심사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조기암 검진기관 등록 사업에서 병리검사 기관 질관리 실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

학회 윤혜경 정도관리위원장(인제의대)은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병리과 개설을 기피하면서 병리과 개원의들이 조직검사를 도맡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개원의들에게 업무가 폭주해 대다수 전문의들이 병리 전문의 권장 업무량의 10배까지 판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병리검사센터의 경우 임상의사와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병리 진단을 내게 되므로 오진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수가 현실화를 통해 이같은 문제들을 하루빨리 개선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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