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진료거부 금지법 제정 시급"

전경수
발행날짜: 2004-02-06 07:51:14
  • 장애인보건의료 공청회, "편의시설, 동네의원도 의무화해야"

의사들이 장애인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차별급지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원급에도 의무화 하며 장애인의 간호와 이송 등에 대한 새로운 보험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중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참여복지5개년계획'에 포함된 것으로서 정부는 2005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사들, 장애인 환자 기피한다"=국립재활원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5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장애인 보건의료서비스체계의 구축방안 연구결과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먼저 ‘장애인현황과 보건의료수요’라는 주제로 첫 번째 연구발표에 나선 국립재활원 이범석 교수는 의료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장애인들의 경우 대개 큰 병원보다는 접근이 용이한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기를 원하지만, 여러 장벽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큰 대학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장벽으로으로는 먼저 ▲지리적 장벽으로서 동네의원이 주로 2층에 위치하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데서 오는 접근의 어려움과 ▲청각장애인의 경우 의사와의 의사소통이 힘들어 진단이 힘들고 의료사고의 위험도 크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발달장애인 등의 경우 병원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고 장애인은 정상인보다 보통 진료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접근 가능 의료기관 '8%에 불과' =이어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종로구내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주 출입구에서 의사 진료실까지 장애인의 이동에 지장이 없도록 시설을 갖춘 비율은 전체의 8.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모든 민간의료기관에서 장애인 종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희망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장애인 진료를 하게 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현재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체제 내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 급여대상으로 하고 있는 ‘간호’와 ‘이송’은 실제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사문화돼 버렸다”면서 “장애인의 경우 보호간병비나 교통비 항목으로 이들 간호료와 이송비를 책정해 급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장애인에 대해 진료를 할 경우 의사가 아무래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수가체계를 개선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장애인 진료는 재활의학과, 안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정신과 등 여러 과의 협진체제가 중요한 만큼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는 급여가 어려우므로 장애인 진료를 위해 팀을 구성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가 보험급여와는 별도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동네의원도 의무화해야"=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토론에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박사는 "무엇보다 의사가 장애인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법제화를 하고 의원급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조속히 의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변 박사는 “현재 장애인의 의료이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기관의 진료거부”라면서 “의사들이 장애인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현재 병원급에 대해서만 의무화 돼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동네의원급에도 의무화 하는 내용으로 ‘장애인노인임산부의 편의증진보장법’을 개정할 것을 복지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1월 20일 정부가 확정한 참여복지5개년계획에서 2005년 시행목표로 정부가 추진중이며,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개정은 2002년 9월 유재건 의원이 발의한 바 있으나 회기종료가 가까워 옴에 따라 사실상 폐기된 법안이다.

그러나 변 박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립재활원 이범석 교수는 의사들의 진료거부를 무작정 제제하기보다는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일부러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의사들도 배운 대로 장애인 진료를 하고 싶지만 그에 추가되는 비용과 시간이 많아서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장애인을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일영 재활의학회장(아주의대) 역시 “아무리 재활병원을 만들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재활병원인 연세대에서 일년에 몇 십억씩 적자나는 것을 보고 안 하려고 한다”면서 이에 대한 별도의 수가체제를 운영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배종성 재활지원과장은 “장애인의 간호와 이송 등에 대해 별도의 수가를 산정하는 문제는 시급하다고 보지만,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가 있은 후에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날 발표된 두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건강증진기금의 지원으로 국립재활원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실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이번 공청회를 거쳐 최종적인 연구보고서는 2월말 경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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