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환자 진료정보 DB화 '인권침해'

박진규
발행날짜: 2004-02-13 07:23:02
  • '개인정보누출…심포지엄' 특별법 필요성 제기

12일 열린 '개인정보 누출과 국민 사생활 보호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환자의 질병과 진료정보 누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그 방법을 두고 입장에 따라 서로 견해가 엇갈렸다.

대한의사협회와 국민사생활보호실천연대 공동주최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주한 의협 정보통신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보험관련 제도의 특성상 공단과 심평원은 전 국민의 건강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으나 운영 및 관리, 폐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적법한 장치가 없어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어 "진료정보는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돌봐 달라고 하는 선의의 목적으로 위탁한 정보이기 때문에 적절한 동의나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다른 목적에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숭실대 법대 강경근 교수는 "공단과 심평원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법률상 허점이 많아 진료정보에 대한 누출과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그 대책으로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단일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임종규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진료정보 누출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법이 사회현상보다 앞서가면 안된다"며 특별법 제정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폈다.

임 과장은 "심평원과 공단이 개인정보 누출을 방치하지 않고 있지만 디테일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은우(변호사)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은 "심평원과 공단의 데이터베이스는 매우 위험하다. 경제적 목적(과다 허위청구 방지)을 위해 국민의 모든 진료기록을 한군데서 관리한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다"며"문제가 터져야 법을 제정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이평수 국민겅강보험공단 보험연구센터 소장은 "개인의 진료정보 보호는 당연한 일이며 디지털화된 정보뿐 아니라 서면정보도 보호하는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러나 심평원과 공단이 환자의 진료정보를 집적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지불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현행 지불제도가 총액예산제나 인두제로 개선되면 심평원과 공단이 환자의 진료정보를 집적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대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개인의 진료정보는 의사, 환자, 민간보험회사, 신용정보업자, 국가기관, 기업, 전자정보화, 해킹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누출될 수 있다"며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고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별법 규정을 두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했다.

권용진 의협 사회참여 이사는 "심평원과 공단에서 환자의 진료정보를 집적하는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비추어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사보험 도입, 건강보험법개정 등 의료의 근본 틀을 바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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