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원점부터 다시 검토"...역사상 최대 실패작
|기획특집| 의약분업 3년 이대론 안된다
의약분업이 시행 3년을 맞는다. 도입 여부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제도는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항생제 오·남용이 줄어드는 등 일정부분 성과를 얻었으며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실패한 분업으로 단정짓고 전면 철폐 및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 3주년을 평가하고, 제도의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5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 글 싣는 순서 >>----------------------
제1탄: 끊이지 않는 논란
제2탄: 기대효과는 달성됐나
제3탄: 분업후 나타난 부작용들
제4탄: 각계의 분업 평가
제5탄: 새로운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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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도입 3년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복지부는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량이 점차 감소하고 국민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등 의약분업이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건강보험재정파탄을 가져왔고 국민의 불편을 심화시켰으며,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분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의조제 근절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복지부는 '의약분업의 성과 및 평가'란 자료를 통해 "의료계 파업,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로 2001년 상반기까지는 의약분업이 본격 추진되지 못했지만 같은해 5월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이 마련됨으로써 의약분업의 실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의약분업의 효과로 항생제, 주사제, 스테로이드 처방 감소를 들었다. 분업전 0.90개이던 의원의 항생제 청구 품목수가 0.69개로 23%감소하고 주사제 처방은 31%, 스테로이드제 품목수는 11%가 각각 줄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어 분업전 연간 1억 7천만건이던 약국의 임의조제가 없어지고, 국민의 의료기관 내원일수가 분업 1년만에 16.7% 증가하는 등 국민의료서비스가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시각은 다르다. 항생제 사용량이 일정량 줄어든데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으나 임의조제는 근절되지 않고, 처방약품수도 줄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항생제 사용량이 미미하게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고가의 강력한 세파계열 항생제 사용은 22.9%나 증가했으며 특히 세파계열중 제2세대의 사용은 86.5%나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또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비급여 일반약품이 1,400여종으로 늘어난데 따라 불법조제 및 불법판매가 최근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분업 최대 피해자는 국민
건강보험 재정은 의약분업 시행 직후인 2001년 무려 2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보험 준비금은 모두 소진되어 재정차입이 불가피해졌고, 2002년 말 현재 차입금이 2조6138억원에 이르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매년 8%씩 인상하고, 진찰·조제료 수가를 낮추고 의료기관의 부정 허위청구에 대한감시를 강화하는 등 재정안정대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건강보험 재정이 1,5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의약분업 이후 분기별 분석에서 건보재정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2006년 건보재정 누적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정부가 추계를 잘못해 빚어진 재정파탄을 국민과 의료계의 희생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난을 부르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에 의약분업 시행전 원가의 80% 수준인 의료수가를 현실화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가 건보재정이 파탄나자 오히려 수가통제와 요양기관 실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국민들도 역시 의약분업의 혜택을 입기보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의약분업으로 연간 약 8천340억∼1조9천340억원의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32%수준에 머물고 있다.
병·의원 경영난 악화
의약분업은 가장 먼저 중소병원의 붕괴를 가져왔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병원의 도산률은 사상 최고치인 9/5%를 기록했다. 특히 300병상 미만의 병원 도산률은 11.6%, 100병상 이상 도산율은 16.3%에 달해 적은 규모의 병원일수록 도산률이 높았다.
의약분업 도입 직후 호황을 누리고 있다던 동네의원도 곳곳에서 경영난을 드러내며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가 서울시에 개원하고 있는 124개 소아과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80.5명이던 평균 환자수가 올해에는 54명으로 31%나 감소했다. 개원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내과의 경우도 전체의 80% 이상이 50% 이하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의원들의 경영난이 급속하게 악화된 것은 경제난의 여파도 있지만, 비급여약품의 확대 등 환자의 본인부담이 크게 늘어난것도 주요한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분업이후 개원이 큰 폭으로 늘어 과당경쟁이 일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감기전산심사제 도입, 감기 심사지침 마련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동네의원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약분업이 정부의 정책중 가장 큰 실패작이라고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은 역대 정부 정책중 최대 실패작으로 꼽을만 하다"면서 "정부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부터 재검토하는 전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분업이 시행 3년을 맞는다. 도입 여부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제도는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항생제 오·남용이 줄어드는 등 일정부분 성과를 얻었으며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실패한 분업으로 단정짓고 전면 철폐 및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 3주년을 평가하고, 제도의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5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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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탄: 끊이지 않는 논란
제2탄: 기대효과는 달성됐나
제3탄: 분업후 나타난 부작용들
제4탄: 각계의 분업 평가
제5탄: 새로운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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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도입 3년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복지부는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량이 점차 감소하고 국민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등 의약분업이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건강보험재정파탄을 가져왔고 국민의 불편을 심화시켰으며,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분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의조제 근절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복지부는 '의약분업의 성과 및 평가'란 자료를 통해 "의료계 파업,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로 2001년 상반기까지는 의약분업이 본격 추진되지 못했지만 같은해 5월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이 마련됨으로써 의약분업의 실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의약분업의 효과로 항생제, 주사제, 스테로이드 처방 감소를 들었다. 분업전 0.90개이던 의원의 항생제 청구 품목수가 0.69개로 23%감소하고 주사제 처방은 31%, 스테로이드제 품목수는 11%가 각각 줄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어 분업전 연간 1억 7천만건이던 약국의 임의조제가 없어지고, 국민의 의료기관 내원일수가 분업 1년만에 16.7% 증가하는 등 국민의료서비스가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시각은 다르다. 항생제 사용량이 일정량 줄어든데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으나 임의조제는 근절되지 않고, 처방약품수도 줄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항생제 사용량이 미미하게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고가의 강력한 세파계열 항생제 사용은 22.9%나 증가했으며 특히 세파계열중 제2세대의 사용은 86.5%나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또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비급여 일반약품이 1,400여종으로 늘어난데 따라 불법조제 및 불법판매가 최근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분업 최대 피해자는 국민
건강보험 재정은 의약분업 시행 직후인 2001년 무려 2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보험 준비금은 모두 소진되어 재정차입이 불가피해졌고, 2002년 말 현재 차입금이 2조6138억원에 이르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매년 8%씩 인상하고, 진찰·조제료 수가를 낮추고 의료기관의 부정 허위청구에 대한감시를 강화하는 등 재정안정대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건강보험 재정이 1,5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의약분업 이후 분기별 분석에서 건보재정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2006년 건보재정 누적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정부가 추계를 잘못해 빚어진 재정파탄을 국민과 의료계의 희생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난을 부르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에 의약분업 시행전 원가의 80% 수준인 의료수가를 현실화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가 건보재정이 파탄나자 오히려 수가통제와 요양기관 실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국민들도 역시 의약분업의 혜택을 입기보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의약분업으로 연간 약 8천340억∼1조9천340억원의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32%수준에 머물고 있다.
병·의원 경영난 악화
의약분업은 가장 먼저 중소병원의 붕괴를 가져왔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병원의 도산률은 사상 최고치인 9/5%를 기록했다. 특히 300병상 미만의 병원 도산률은 11.6%, 100병상 이상 도산율은 16.3%에 달해 적은 규모의 병원일수록 도산률이 높았다.
의약분업 도입 직후 호황을 누리고 있다던 동네의원도 곳곳에서 경영난을 드러내며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가 서울시에 개원하고 있는 124개 소아과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80.5명이던 평균 환자수가 올해에는 54명으로 31%나 감소했다. 개원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내과의 경우도 전체의 80% 이상이 50% 이하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의원들의 경영난이 급속하게 악화된 것은 경제난의 여파도 있지만, 비급여약품의 확대 등 환자의 본인부담이 크게 늘어난것도 주요한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분업이후 개원이 큰 폭으로 늘어 과당경쟁이 일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감기전산심사제 도입, 감기 심사지침 마련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동네의원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약분업이 정부의 정책중 가장 큰 실패작이라고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은 역대 정부 정책중 최대 실패작으로 꼽을만 하다"면서 "정부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부터 재검토하는 전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