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인<이대 목동병원 외과교수>
작금의 한국의 의료 현황을 보면 건강보험공단의 시녀로 둔갑한 느낌이다. 의약분업이후 의료계의 위상은 땅에 떨어져서 마치 말 잘 듣는 어린아이 같아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한 틀 속에서 모든 처방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의사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 담보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부가 한정된 재정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의약분업을 실시한 후 모자라는 재정을 감당할 길이 없자 그 책임을 의료계에 떠넘기고, 의사들이 고가약과 고가 처치만 하는 등 부도덕한 짓(?) 때문이라고 의료계를 매도하면서 의사의 처방과 처치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고가 약의 리스트를 정해서 처방기준을 임의로 정해 의사에게 그 처방기준대로 약을 처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 약이 기존의 약보다 아무리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고 하여도 보험공단 기준으로 기존의 약을 사용하다가 부작용이 생기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 새로 개발된 고가 약을 쓰라는 것이다.
이것은 병을 만들거나 키워서 약을 쓰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닌가? 심지어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내시경 복강경 수술의 재료로 쓰이는 포-트를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거액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복강경 수술은 기존의 수술 법에 비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하고 통증도 적으며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는 획기적 방법이어서 누구나가 선호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술을 위한 필요불가결의 요소인 포-트의 사용은 불법이라는 웃지 못 할 일이 있단 말인가?
힐러리 상원의원이 영부인 시절 미국의 의료보장정책의 틀을 바꾸기 위한 입법(약가를 낮추는 것도 포함)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회는 그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유인 즉은 미국의 이익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첨단 신약 개발은 개발이후의 이익이 미국을 이끄는 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신약개발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 적절한 약가 마진이 없으면 새로운 약의 개발을 위한 투자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약값이 일정수준이상이라면 그 약은 개발하는데 필요한 연구비를 참고하여 정해진다. 만일 약가가 높게 책정되었다고 하여 무조건 값을 낮추면 연구개발을 위한 의욕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투자제한이 됨으로써 신약 개발이 원활치 않게 되고 결국은 미국의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였다. 그것이 미국제약회사의 로비였던지, 의료계의 로비였던지 아니면 공화당의 정책 때문이었던지는 모른다. 어쨌든 미국의 제약업계는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약들을 속속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무한 경쟁시대이다. 지구촌이라 할 만큼 인터넷, 통신 이동도구의 개발로 전 세계가 하루 생활권으로 묶이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는 최고의 기술, 최고의 시스템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가? 비록 특정 제약회사가 세계최초로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여 FDA에 인정받았고 큰 규모의 수출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러나 그 기사에서 한국에서의 신약개발은 너무나 어렵다고 하면서 정책적으로 이런 신약개발을 뒷받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한국의 제약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약은 거의 전무하고 특허가 끝나는 몇 제품을 복제하여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다.
세계 어디로 가던 의사가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는 것은 대세라 할 수 있다. 일부 복제품이 다른 이유 등으로 처방되는 일이 있지만 최근의 의약분업이후에 급속도로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는 쪽으로 기울어 졌다. 한국의 제약업계가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세계적 다국적 이업의 제약회사들이 속속 한국으로 진출하고 있는 작금의 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의 이런 정책이 과연 우리 제약업계를 보호하는 것일까? 무한 경쟁에서는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2005년 이후 한국의료시장은 활짝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그러면 의료시장은 무한 경쟁시대에 들어 갈 것이다. 한국의 의료계는 이런 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는가? 건강보험공단의 지시대로 처방하면서 어린애처럼 말 잘 듣는 한국의 의료계는 과연 세계의 유수 대학과 의료진들이 한국으로 쳐들어올 때 과연 뜨뜻이 한국의 의료의 질을 과시할 수 있을까? 열악한 건강보험재정 때문에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약제에 대한 처방을 삭감이나 다른 규제 방법을 통해 통제받으며, 가장 환자에게 유리하고 좋은 처방이나 기술마저도 부도덕한 처방이나 도둑놈(?)으로 내몰리는 한국의 현 의료 정책 하에서 과연 세계 유수의 의료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의 의료의 질을 자랑할 수 있을까? 혹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한국의 의사들은 믿을 수 없으니까 외국계 병원이나 아예 외국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지 않을까?
모름지기 어떤 사회라도 좀 더 나아지려는 시도는 계속되어야하며, 그런 시도를 장려하지 않거나 심지어 억제한다면 그 분야는 조만간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예컨대 좋은 약을 개발하였는데 의료보험 수가를 이유로 처방을 못하게 한다면 누가 좋은 약을 개발하겠는가? 훌륭한 술기를 개발하여 수술 후 결과가 좋아질 수 있는데 보험급여기준에 제외시키거나 심지어 행위 자체를 불법시 한다면 누가 애써 새로운 술기를 개발하겠는가?
한국의 현 의료정책은 한국의료를 백보 천보 만보 후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국민전체를 위한 보장성 성격의 의료보험제도도 그 취지자체야 나무랄 수 없지만 의료 발전을 저해하는 수준에서는 매우 곤란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질 낮은 의료가 아니라 질 좋은 의료이며 계속 의료가 발전하여 더 나은 치료를 받기를 원할 것이다. 정부는 좀더 의료복지에 예산을 편성하고 대국민 분담금도 늘리고 민간 자본도 끌어 드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현제의 건강보험공단에서 저지르는 왜곡된 관행을 없애야 하며 좀더 나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후퇴한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애써 한국의 의사들이 이루어 놓은 의료의 질을 정부 주도로 매도하고 떨어트리는 일은 이제 그만하여야 한다. 의료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국민 전체의 건강과 복지를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의료정책을 근본적으로 제고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가 한정된 재정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의약분업을 실시한 후 모자라는 재정을 감당할 길이 없자 그 책임을 의료계에 떠넘기고, 의사들이 고가약과 고가 처치만 하는 등 부도덕한 짓(?) 때문이라고 의료계를 매도하면서 의사의 처방과 처치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고가 약의 리스트를 정해서 처방기준을 임의로 정해 의사에게 그 처방기준대로 약을 처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 약이 기존의 약보다 아무리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고 하여도 보험공단 기준으로 기존의 약을 사용하다가 부작용이 생기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 새로 개발된 고가 약을 쓰라는 것이다.
이것은 병을 만들거나 키워서 약을 쓰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닌가? 심지어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내시경 복강경 수술의 재료로 쓰이는 포-트를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거액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복강경 수술은 기존의 수술 법에 비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하고 통증도 적으며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는 획기적 방법이어서 누구나가 선호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술을 위한 필요불가결의 요소인 포-트의 사용은 불법이라는 웃지 못 할 일이 있단 말인가?
힐러리 상원의원이 영부인 시절 미국의 의료보장정책의 틀을 바꾸기 위한 입법(약가를 낮추는 것도 포함)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회는 그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유인 즉은 미국의 이익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첨단 신약 개발은 개발이후의 이익이 미국을 이끄는 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신약개발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 적절한 약가 마진이 없으면 새로운 약의 개발을 위한 투자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약값이 일정수준이상이라면 그 약은 개발하는데 필요한 연구비를 참고하여 정해진다. 만일 약가가 높게 책정되었다고 하여 무조건 값을 낮추면 연구개발을 위한 의욕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투자제한이 됨으로써 신약 개발이 원활치 않게 되고 결국은 미국의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였다. 그것이 미국제약회사의 로비였던지, 의료계의 로비였던지 아니면 공화당의 정책 때문이었던지는 모른다. 어쨌든 미국의 제약업계는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약들을 속속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무한 경쟁시대이다. 지구촌이라 할 만큼 인터넷, 통신 이동도구의 개발로 전 세계가 하루 생활권으로 묶이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는 최고의 기술, 최고의 시스템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가? 비록 특정 제약회사가 세계최초로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여 FDA에 인정받았고 큰 규모의 수출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러나 그 기사에서 한국에서의 신약개발은 너무나 어렵다고 하면서 정책적으로 이런 신약개발을 뒷받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한국의 제약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약은 거의 전무하고 특허가 끝나는 몇 제품을 복제하여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다.
세계 어디로 가던 의사가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는 것은 대세라 할 수 있다. 일부 복제품이 다른 이유 등으로 처방되는 일이 있지만 최근의 의약분업이후에 급속도로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는 쪽으로 기울어 졌다. 한국의 제약업계가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세계적 다국적 이업의 제약회사들이 속속 한국으로 진출하고 있는 작금의 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의 이런 정책이 과연 우리 제약업계를 보호하는 것일까? 무한 경쟁에서는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2005년 이후 한국의료시장은 활짝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그러면 의료시장은 무한 경쟁시대에 들어 갈 것이다. 한국의 의료계는 이런 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는가? 건강보험공단의 지시대로 처방하면서 어린애처럼 말 잘 듣는 한국의 의료계는 과연 세계의 유수 대학과 의료진들이 한국으로 쳐들어올 때 과연 뜨뜻이 한국의 의료의 질을 과시할 수 있을까? 열악한 건강보험재정 때문에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약제에 대한 처방을 삭감이나 다른 규제 방법을 통해 통제받으며, 가장 환자에게 유리하고 좋은 처방이나 기술마저도 부도덕한 처방이나 도둑놈(?)으로 내몰리는 한국의 현 의료 정책 하에서 과연 세계 유수의 의료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의 의료의 질을 자랑할 수 있을까? 혹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한국의 의사들은 믿을 수 없으니까 외국계 병원이나 아예 외국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지 않을까?
모름지기 어떤 사회라도 좀 더 나아지려는 시도는 계속되어야하며, 그런 시도를 장려하지 않거나 심지어 억제한다면 그 분야는 조만간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예컨대 좋은 약을 개발하였는데 의료보험 수가를 이유로 처방을 못하게 한다면 누가 좋은 약을 개발하겠는가? 훌륭한 술기를 개발하여 수술 후 결과가 좋아질 수 있는데 보험급여기준에 제외시키거나 심지어 행위 자체를 불법시 한다면 누가 애써 새로운 술기를 개발하겠는가?
한국의 현 의료정책은 한국의료를 백보 천보 만보 후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국민전체를 위한 보장성 성격의 의료보험제도도 그 취지자체야 나무랄 수 없지만 의료 발전을 저해하는 수준에서는 매우 곤란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질 낮은 의료가 아니라 질 좋은 의료이며 계속 의료가 발전하여 더 나은 치료를 받기를 원할 것이다. 정부는 좀더 의료복지에 예산을 편성하고 대국민 분담금도 늘리고 민간 자본도 끌어 드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현제의 건강보험공단에서 저지르는 왜곡된 관행을 없애야 하며 좀더 나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후퇴한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애써 한국의 의사들이 이루어 놓은 의료의 질을 정부 주도로 매도하고 떨어트리는 일은 이제 그만하여야 한다. 의료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국민 전체의 건강과 복지를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의료정책을 근본적으로 제고함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