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병원 과연 안정적인가?

하지현
발행날짜: 2003-10-06 06:47:47
  • 하지현 정신과전문의 의학박사

2001년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선진국의 평균 고령인구비율인 14.4%로 낮은 편이지만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중에 있어 2019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4%에 달할 것으로 보여 2000년 고령화 사회에서 19년만인 2019년에는 바로 고령사회로 이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미 2000년 노인장기요양보호정책기획단을 구성하여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하였고, 2001년도에 정책수립을 위한 전국표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조사대상 표본노인 5351명중 무려 2300여명이 장기요양보호대상으로 판명됐다.

최근 서울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서울시 전체 65세 이상 노인 63만7800여명 가운데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은 8.2%인 5만2300명이고, 이 가운데 보호가 필요한 치매노인은4390명이다. 그래서 시는 2006년이 되면 치매 노인과 보호가 필요한 치매 노인의 수가 각각 6만1천명과 5180명으로 늘 것으로 보고 이들을 보호하거나 치료할 시설을 확충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수준의 노인보호시설을 확보하려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20여년전 육아문제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국가경쟁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앞으로 몇년안에는 노인을 돌보는 비용이 증가하고, 경제활동인구가 노인을 돌보기 위해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싱홈, 노인병원, 재가방문센터 등의 다양한 수준의 노인보호및 요양시설의 확충이 국가적 차원에서 계획되고 있다.

그 안에 최근 늘고 있는 노인병원이 있다. 현재같이 중소병원이 어려운 상황에 노인병원은 하나의 촉망받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원수준의 단독개원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그렇다고 중소종합병원을 개설하기에는 너무나 위험부담이 많으며 대학병원이나 기타 종합병원과 경쟁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이 시점에 국가로부터 건축비, 운영비등의 재정지원까지 있고,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특수지역에 병원을 지을 수 있어 초기자본투자가 적을 수 있는 노인병원은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여러 의사들에게 마지막 희망과 같이 다가 간 것이다.

그래서 최근 노인병원은 2001년 현재 14개 2179병상이 운영중으로 민간요양병원이 7개 총 544병상이 운영중이며 2003년 현재 공사 중인 곳도 여러 곳이다.

체계적으로 볼 때 노인전문병원은 다음의 두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뇌졸중, 혹은 심혈관, 당뇨등 급성기 신체문제에 이환된 노인의 치료를 위해 내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의 다양한 의료진 및 충분한 영상진단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입원기간은 단기간에 머무르며 급성치료이후의 회복기 에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실시하며 기능 수준의 회복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명확한 평가를 해 이후 재가서비스, 너싱홈, 장기요양병원과 같이 환자 수준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장기요양을 목적으로 하며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질환상태에서 벗어났으나 너싱홈이나 재가관리는 어려운 수준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설립해 운영중인 노인병원은 대부분 후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평균재원일수를 조사해보니 병원특성에 따라 평균재원일수가 60일이하인 단기환자 위주의 병원과 90일이상의 분포를 보이는 병원으로 양분화되는 경향을 볼 수 있고 90일 이상의 장기입원환자의 분포가 늘어나는 경향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재원기간이 늘어나면서 최근 기술료의 삭감이 일정 입원기간이 지나면 일어나고 있으며 그 결과 청구액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노인병원의 특성상 간병인을 두고 간병료를 따로 보호자가 부담해야하는데 이것이 전체 입원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약 1/3에 달하고 고정비용으로 병원의 수익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그러니 병원운영상의 신축성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몇 달 정도 입원하고 바로 퇴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임종까지 가는 장기간 입원을 요하기 때문에 총 입원비가 어느 한계를 넘기는 경우 병원을 옮기거나 입원을 포기하고 집으로 모시고 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병실가동률이 바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총 입원비 계정에서 이런 고정비용이 있는 와중에 새로운 수가부가가 어렵고, 기술료 삭감을 받는 경우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노인병원의 경우 재원일수 관리가 의학기술, 서비스나 그 어떤 시스템보다 중요한 손익분기점의 병목이 되고 있다. 거기다가 노인의 특성상 중복 질환이 많고 폐렴 및 기타 감염성 질환, 낙상 등에 의한 골절 등이 있을 때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되는 2차 항생제등 고가약품의 경우 임의 삭감되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예상외로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의 노인병원급의 입원비 부담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보호자들이 어렵지만 집에서 모신다는 생각으로 예전같으면 입원시켰을 환자들을 모두 집으로 모시고 가고 있다. 그리고 병원에 남는 것은 도저히 집에서 모실 수 없는 중증 환자들로 이 경우 병원에서는 오래 입원해있으면 있을수록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되고, 이들의 비중이 전체 환자군에서 커지면 커질수록 병원 경영은 어려워진다.

건강보험과 별도로 노인요양보험을 도입할 것을 검토할 정도로 향후 노인의료비용은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야기는 이 부분의 의료시장이 커질 것으로 낙관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결국 국가통제하의 한정된 자원의 재분배 시스템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즉, 노인병원을 지어서 일정수준 이상의 기대이익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미 상당수의 노인병원들이 적자를 보고 있으며 흑자를 내고 있는 노인병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신축을 검토하거나 기존 시설을 노인전문병원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여러 곳 눈에 띄고 있어 앞으로 2-3년안에 너싱홈, 재가관리시스템, 실버타운등과 유기적으로 연관되는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는한 공급과잉과 만성적자구조의 부정적 미래상이 그려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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