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단체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
이 3자의 관계는 우리들의 상식, 혹은 선입견 속에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이런 관계구도가 아니었나 싶다.
보건의료정책 결정을 둘러싸고 개혁과 규제강화를 꾀하는 시민단체들과 이를 저지하고 규제를 철폐하려는 의약단체들. 그리고 이 양축의 균형을 잡아야만 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그러나 실제로는 최근 몇 년간 복지부는 시민단체와의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밀월을 계속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는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동안의 이 같은 구도가 일시에 뒤엎어지는 놀라운 상황이 요 몇 달 새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대대적으로 김화중 장관의 퇴진 운동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고, 역으로 의료계는 공개적으로 장관 지지성명을 발표하면서까지 임기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오랜 세월 견원지간이라 불릴만 했던 의료계와 현 정권이 ‘아주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적과의 동침’을 시작한 셈이니 놀라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그 이면을 파고 들어가면 ‘갑작스럽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이유와 사연들이 담겨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일단 이 ‘당황스러운’ 상황의 아주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촉발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바로 지난 8월 14일 경제특구 관련 기자회견을 앞두고 보건의료시민단체 관계자 6~7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장관에게 건네졌다는 그 ‘쪽지 한 장’의 사연이다.
이른바 모 시민단체가 장관에게 주었다는 ‘인사청탁 쪽지’다.
일단 김화중 장관의 측근 마저도 이 쪽지에 대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어,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쪽지의 구체적 내용이다.
쪽지에 특정 인사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인사 청탁에 해당하는 수위였는지 다만 인선을 추천하는 수준이었는지부터 확인돼야 한다.
또 그것이 장관이 말한 것처럼 청탁의 수준이었다면, 과연 어떤 단체가 이를 건넸는지, 그것이 단체 명의로 건네진 것이지 개인 자격으로 전해진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 또 혹시 모를 청탁의 댓가성 여부도 반드시 확인돼야만 한다.
그 사실 확인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처음 발언을 한 장관에게 있지만, 시민단체 역시 책임을 비껴갈 수는 없다.
시민단체는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진실을 밝혀내고 흠집이 난 도덕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해야 한다. 일국의 장관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시민단체를 허위비방하기 위해 그같은 발언을 하리라고 믿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된 시민단체들 간에도 이와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더더욱 자체적인 실체규명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 달 29일 경실련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내용상 충분히 악의적인 발언”이라며 “인사청탁을 했다는 발언 등은 사실무근이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분개한 바 있으나,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16일 “쪽지가 있다면 공개해야 하고 전달자는 사과해야 한다”며 해당 시민단체의 자체적인 실체규명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장관의 태도 역시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한 장관 비서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 인사청탁 발언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자는 얘기다.
그러나 일국의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인사청탁 사실을 '폭로'하고도 이를 덮고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이 사안은 마치 둘 중 하나는 다칠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과 같은 성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만일 인사청탁이 사실이라면 시민단체로서는 그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 막대한 타격이 가는 것이고, 반면에 만에 하나 사실이 아니라면 장관은 이 일로 인해 당장 사퇴해도 부족할 만한 심각한 사안이 돼기 때문이다.
처음 물리학 이론에서 '나비효과'가 사용될 때는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정보의 흐름이 초고속화 된 현대사회에서 나비효과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정착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쪽지 한 장의 나비효과. 그 끝은 이미 피해갈 수 없는 파국을 예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3자의 관계는 우리들의 상식, 혹은 선입견 속에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이런 관계구도가 아니었나 싶다.
보건의료정책 결정을 둘러싸고 개혁과 규제강화를 꾀하는 시민단체들과 이를 저지하고 규제를 철폐하려는 의약단체들. 그리고 이 양축의 균형을 잡아야만 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그러나 실제로는 최근 몇 년간 복지부는 시민단체와의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밀월을 계속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는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동안의 이 같은 구도가 일시에 뒤엎어지는 놀라운 상황이 요 몇 달 새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대대적으로 김화중 장관의 퇴진 운동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고, 역으로 의료계는 공개적으로 장관 지지성명을 발표하면서까지 임기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오랜 세월 견원지간이라 불릴만 했던 의료계와 현 정권이 ‘아주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적과의 동침’을 시작한 셈이니 놀라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그 이면을 파고 들어가면 ‘갑작스럽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이유와 사연들이 담겨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일단 이 ‘당황스러운’ 상황의 아주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촉발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바로 지난 8월 14일 경제특구 관련 기자회견을 앞두고 보건의료시민단체 관계자 6~7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장관에게 건네졌다는 그 ‘쪽지 한 장’의 사연이다.
이른바 모 시민단체가 장관에게 주었다는 ‘인사청탁 쪽지’다.
일단 김화중 장관의 측근 마저도 이 쪽지에 대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어,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쪽지의 구체적 내용이다.
쪽지에 특정 인사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인사 청탁에 해당하는 수위였는지 다만 인선을 추천하는 수준이었는지부터 확인돼야 한다.
또 그것이 장관이 말한 것처럼 청탁의 수준이었다면, 과연 어떤 단체가 이를 건넸는지, 그것이 단체 명의로 건네진 것이지 개인 자격으로 전해진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 또 혹시 모를 청탁의 댓가성 여부도 반드시 확인돼야만 한다.
그 사실 확인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처음 발언을 한 장관에게 있지만, 시민단체 역시 책임을 비껴갈 수는 없다.
시민단체는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진실을 밝혀내고 흠집이 난 도덕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해야 한다. 일국의 장관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시민단체를 허위비방하기 위해 그같은 발언을 하리라고 믿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된 시민단체들 간에도 이와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더더욱 자체적인 실체규명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 달 29일 경실련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내용상 충분히 악의적인 발언”이라며 “인사청탁을 했다는 발언 등은 사실무근이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분개한 바 있으나,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16일 “쪽지가 있다면 공개해야 하고 전달자는 사과해야 한다”며 해당 시민단체의 자체적인 실체규명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장관의 태도 역시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한 장관 비서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 인사청탁 발언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자는 얘기다.
그러나 일국의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인사청탁 사실을 '폭로'하고도 이를 덮고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이 사안은 마치 둘 중 하나는 다칠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과 같은 성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만일 인사청탁이 사실이라면 시민단체로서는 그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 막대한 타격이 가는 것이고, 반면에 만에 하나 사실이 아니라면 장관은 이 일로 인해 당장 사퇴해도 부족할 만한 심각한 사안이 돼기 때문이다.
처음 물리학 이론에서 '나비효과'가 사용될 때는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정보의 흐름이 초고속화 된 현대사회에서 나비효과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정착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쪽지 한 장의 나비효과. 그 끝은 이미 피해갈 수 없는 파국을 예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