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대한 의사들의 고찰

어강
발행날짜: 2004-03-12 10:57:08
  • 재활의학 전문의 어강

옳을 것은 옳은 것이요, 아닌 것은 아닌 것인데, 요새 보니 진실이 통용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무조건적인 비방을 예방하는 것도 우리 언론이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없으며 특히 짐작으로 남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것도 일종의 죄를 짓는 것이겠지요. 정확한 정보를 독자에게 알려준다면 최소한 몰라서 남을 상처 내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고를 자청하였습니다.

저는 10년간 국내외의 수많은 강단에 서서 한양방의사 3000명, 약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관계자들 까지 합치면 적게 잡아도 6000명 이상에게 강의를 하면서 체력이 소모된 사람이기에, 이제 새삼 대중 앞에 서고자 하는 명예욕이 발동한 것은 아님을 알려드리면서, 앞으로 기고되는 글을 통해 한의학과 양의학의 대립적 관계와 상관관계 그리고 공통의 관계 등을 설명 드려 볼까합니다.

남의 것도 알고 이해하면 어떨까요
'지피지기'로서, 의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께서, 이제 상대방의 학문도 이해하므로 서,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 줄 수 있다면 이번의 한의학관련 기고에 관심을 가져 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요즈음 국민들이 한의학, 체질 등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진료실에 와서도 '침, 한약, 체질' 등을 거론하는 일이 많을텐데, 그때 선생님들은 어떻게 답변을 하십니까? 완전히 무시 하나요? 화를 내나요? 아니면 상식으로 대처하나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상식이나 궁금함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게면, 그 무시는 결국 부메랑처럼 우리들에게 되돌아올 것입니다. 한의학 박람회에 가보면 수년전부터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 바로 체질관련 부스입니다.

놀랍게도 나이든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생, 대학생, 주부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런 세태에 환자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나의 지식만을 강요한다는 인식을 주어서 좋을 것이 하나 없습니다.

요즈음은 옛날처럼 무식한 사람이 별로 없으며, 나름대로의 자부심은 누구나 갖고 사는 세상인데,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면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우리 의사들의 더 좋은 의료환경과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고, 국민들을 존중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호 존중의 원칙은 의사와 환자 간에도 존재할 테니까요.

한의학이 왜 비과학적으로 느껴지는가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법은 없습니다. 현대의학도 결국 고대의 서양식 관점에서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지, 2-3백 년 전에 갑자기 탄생된 것은 아닙니다. 르네상스 이후 소위 과학이라는 개념이 적극 도입된 상태이고, 지금 우리는 그 과학적 사고에 익숙해지게끔 모든 교육을 받고 있으니, 수천 년 전의 동양철학이 그대로 연결되어 온 동양의학이 납득되지 않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이론적 배경이 비과학적이라고 느껴지더라도, 실제와 느낌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닌 만큼, 황당한 이론인지 아닌지는 깊이 들어가 보고 논해야 할 것입니다.

물위를 보고 물밑에 무슨 물고기가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있을 까요. 그나마 날씨와, 물의 온도와, 물의 깊이와 그리고 장소에 따른 물고기의 종류에 대한 지식 정도는 있어야 다소 짐작이 가는 법이거늘, 낚시대도 한번 안 드리어 보고 어떻게 평을 하겠습니까.

제가 서귀포에서 처음 낚시를 배웠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를 지도해 주던 분을 따라 나서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틀림없이 뱅어돔 1-2마리는 잠시에 낚아지는데, 혼자서는 1달 내내 잡어 한두 마리 외에는 못 잡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물때, 수온, 파도, 계절, 장소 등에 따라 일일이 뽕돌과 찌의 종류, 무게 등등을 복잡한 원리,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알았고, 그 원칙에 따르면 잡고 싶은 어종을 잡아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강태공은 정말 고기를 잡을 마음으로 낚시대를 드리운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기 위해 앉아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식이 없이 낚시를 하는 것은 우연을 기다리는 취미일 뿐이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상황에 따른 경험을 가진 자의 낚시는 통계적 확률을 기다리는 것이라 봅니다.

더구나 침은 대단히 오랜 역사 속에서 사용되어 온 의술이며, 인체의 변화는 시시각각 환자 자신의 느낌으로 전달되므로, 환자와의 대화와 육안으로의 관찰 그리고 맥으로의 관찰 등에 따라 정리되어 온 동양의학은 경험적 확률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경험에 의존되는 듯한 경향성과 함께, 지식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들이 동양의학을 비과학적으로 보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동양의학과 침, 세계속의 향방은?
어짜피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바대로 수십 개의 한의과 대학이 설립 된지도 수십 년이 지났지 않습니까? 우리가 의사로서 침을 놓는 것은 불법이지만, 침이나 한의학을 제대로 알고 나서 환자들에게 옳고 그름을 지도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는 침을 놓는 의사들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작년에 유럽의사들의 침학회에 초청받아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침을 사용하는 의사의 수자도 많은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적성에 따라 취향에 따라 침을 선호하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는 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흐름입니다. 며칠 전 독일에서 보내온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 14세 이상의 독일인 가운데 6%가 즉 3백9십만 정도의 인구가 중의학 치료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 환자의 4%만이 이런 치료를 받기를 거부한다. 37%는 기꺼이 받아볼 의향이 있다고 포르사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B. 약 4만여명의 독일의사들이 의료보험에서 인정하는 침술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침술자격증은 독일 침술 의사협회(DÄGfA)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140시간의 침술교육을 이수한 후 A‐디플롬을 취득하는데 교육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약 2천여명의 의사들만이 350시간의 교육 후 취득하는 B‐디플롬을 소지하고 있다. 디플롬 소지 여부에 따라 환자를 어떻게 진료하는지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침을 맞은 후에 실력이 입증되는 거지요.” 독일 침술 의사협회의 교육팀장인 하이디 라우쉬 씨의 말이다.]


독일에서 침술을 시행하는 의사들의 상당수가 중국을 방문하여 교육을 받는다고 알려 왔는데, 여기에서 두 가지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일차 자격증을 가진 의사가 4만 명인데 비해 2차 자격증을 가진 의사가 2000명이라는 사실로 보아. 침을 배우기는 했지만 막상 침을 사용하기에는 많은 의사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배두고 난 후에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배움에 있어 적극성을 잃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독일 침술의학회의 교육팀장인 한 닥터는 침술의사들의 교육과 실력에 대해, “침을 맞은 후에 실력이 입증된다”는 말로서 답변을 하였는데, 침술의 학문적 전달이 쉽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의학과 대체의학을 함께 연구해 나가는 양상으로, 세계의 의학계가 점진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 것은 역시 ‘필요와 가치’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양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할 필요가 있으며 동양의학에는 나름대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동양의학의 가치를 서양의사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독일의 경우를 들어서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점과 교육체계가 아직은 중의학 중심이라는 점 그리고 이런 시점에 우리는 상호비방에서 벗어나 서로 인정하고 함께 연구하는 것이 소위 한의학의 세계화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침의 공부는 올바른 개념에서 시작해야합니다.
최근 후배의사들 중에서 중국에 가서 까지 침을 배우고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7-8년간 내과 개업의로서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를 다시 획득한 후배가 있는데, 재작년에 몇 개월간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하였습니다. 침을 배우기 위해서이지요. 대화를 나누어 보니 돈과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별로 배우고 온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상당한 수준에 다달은 사람들은 단시간에 자기의 노하우를 주지 않을 것이고, 설사 준다고 하여도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테크닉 몇 개 배웠다고 크게 발전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침이 자칫 비과학적이라고 보여 지는 이유들은 첫째, ‘A라는 위치에 침을 놓으면, AA 라는 증상에 좋다‘고 배웠어도, AA 라는 증상의 환자를 만났을 때, 실제 A의 경혈에 침을 놓아서 효과를 볼 확률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한 증상에 사용될 수 있는 경혈이 매우 많은데, 사람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경혈자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침에 관련된 지식 전체를 정리할 줄 알아야만 침을 잘 놓을 수 있습니다.

또 한 이유는, 1-3개의 경혈을 사용하여 효과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같은 증상에 사용하는 또 다른 경혈을 단순 짐작으로 추가해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앞에서의 경혈 효과를 상쇄시킬 수도 있습니다. 침을 많이 놓는다고 치료가 더 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 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눈이 길러질수록, 한번 치료할 때 침을 놓는 개수가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끝으로, 진단을 하는 능력에 좌우됩니다. 많은 침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침점을 선별하는 것은 역시 한의학적 진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개념을 갖추지 않고 침에 입문하였다가 실망을 하게 되면, 돌아서서 “역시 침은 비과학적이야”라고 비판하게 됩니다. 그러는 한편, 침의 세계를 서양의학 적으로 진단하고 해석해보려 하는 시도를 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것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동양의학적 지견으로 침에 성취를 하지 못하는 한, 서양의학적 사고의 대입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동양의학적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서양의학이 충분히 접목된 것도 아닌 상태의 지식에 머무르게 되면, 몇 가지 증상만을 겨우 치료할 줄 아는 수준으로 끝나게 됩니다. 이점을 경계하신다면 어느 정도의 성취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입문을 시작하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때 까지는 동양의학 그대로를 이해하려는 생각에만 몰입하십시오. 서양의학적 접근은 피하십시오. Wondow 체계에서 한글과 훈민정음 프로그램이 호환 된 것은 상당한 version up이 있은 후에 가능하였습니다. 이것이 제가, 의학을 전공한 선생님들로 서 동양의학이나 침술에 처음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 게 드릴 수 있는 작은 도움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체침에 대한 이야기 였으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오수혈에 대한 글을 올릴 것입니다. 오수혈은 보통 아시고 계시는 침법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의 것입니다. 이번에 많은 논쟁이 되었던 것은 고암의학회 관련된 논쟁은 오수혈에 대한 것입니다.

한의학을 이해함으로 서 얻는 이득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이라고 생각되겠지만 한의학을 알고 나면 환자를 이해하는데 있어 훨씬 편해집니다. 때로는 진료를 하면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으시나요? 환자는 증상을 호소하는 데도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에 말입니다. ‘신경성 등등’의 간단한 표현이 있으니까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도 되긴 하지만,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한의학을 우리의 의학지식으로 재평가하고 음미해 보면, 환자의 고통이 좀 더 실감나게 인정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것만 가지고도 저는 많은 가치를 느꼈었기에 동참하여 의견을 나누어 볼 것을 권해 드리는 바입니다.

동양의학을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경계할 점은?
동양의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환경과 사물을 관찰하는 새로운 사고를 먼저 습득해야합니다. 한의학적 사고를 이해만 하면 실제 공부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다만 실용적 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을 넘어서서 이상을 추구하다 보면 철학적이거나 보다 피상적인 부분에 직면합니다. 서양의학을 전공한 분들이 한의학을 접근할 때에는 일차적으로, 실용의학적인 부분에서 시작해야합니다. 그래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런 단계까지는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처음부터, 실용이 결여된 피상적인 지식을 남에게 피력하다 보면 궤변가가 되기 쉽다는입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를 분석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변화를 해석하는 방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하다 보면 자칫 주관적인 경향에 빠져 들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한의학을 빠른 시간 내에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수학을 공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수학을 공부할 때, 의심스러운 것이나 납득이 가지 않아 찜찜한 부분을 만났을 때, 생각을 애써 지워버리고, 털어버리면서 무조건 진도를 나가다 보면 어느 사이 앞에 가졌던 의문들의 답이 뒤에 나오면서 점차 모든 것들이 납득이 된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동양의학의 특성
[1]서양의학은 객관성이 있어 처음에는 책을 많이 보고 잘 외우기만 하면 쉬운 것 같으나, 하나하나를 파고들다 보면 어려워집니다. 외울 것이 너무 많아지고 또한 외운 것을 실용과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각종 검사를 하지 않고는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점으로 인해, 과학의 틀 속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한편, 동양의학은 인체의 주변 환경과 우주를 보는 관점이 인체를 바라보는 ‘사고’로 이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우주에 비해 인체는 축소판인 소우주‘라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만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면, 인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곧 주변에서 우리 육안으로 관찰되거나 감성으로 느껴지는 변화와 같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물(水)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 까요? 보통 먹는 물과 같은 형태, 수증기, 구름, 습기, 아지랑이 등의 형태로 보이지요.

물론 흐르는 물과 고여 있는 물 등으로 도 표현이 가능하겠지요? 동양의학에서는 인체 내에도 이런 변화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체액(水)에 변화가 있는 것을 담음(痰飮)이라 하는데, 배속에서 꾸륵꾸륵거리는 것도 물이 고여서 잘 내려가지 않는 현상으로서 일종의 담음(痰飮)입니다. 비염이나 부비동염도 일종의 담입니다. 콧물이 고인 것 말입니다. 코 혈관의 inflammation이지요. 담(痰)의 글자 풀이로서는 불 화(火) 자 두 개가 들어 있으니 즉, 체액의 혼탁 또는 체액의 열로 인해 병이 생긴다는 뜻이고, 바깥의 형상은 마치 병상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인데, 의학용어 중 inflammation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러면 동양의학에서 이것을 어떻게 치료하는 가하면, 습토(濕土)라고 해서 습을 다스리는 것은 土에 해당하는 경혈(특히 태백혈)이 하는 일입니다. 실생활에서는 수도국도 있고 각 가정에는 수도와 배수구가 있듯이 말입니다. 또한 소위 목화토금수로 표현되는 것 중에서, 직접 수(水)를 조절하는 것은 신장이나 방광경락이고, 또한 토(土)에 해당하는 경혈인 비장경락이나 위경락인데, [토극수 土克水]라고 하는 논리에 의해 土는 인체 내에서 물(水)을 조절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 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습(濕)이라는 개념은 육기(六氣)에 속하는 것이고 뒤에 언급한 목화토금수는 오행(五行)에 속하는 것입니다. 오운육기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인체(소우주)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환경(대우주)의 관계를 의미하며, 우리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변화와 환경속에서 인체가 어떻게 적응하고 스스로의 생명을 운영하는 가를 법칙으로서 설명하는 논리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언급하도록 할 것이나 예를 들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 중에는 기후(날씨)가 있으며 기후는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여 습(濕)이나 조(燥)를 주관하는 곳이 인체에도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논리를 모르고, 어떤 증상에는 어떤 혈이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만 관심이 있었다면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본 것과 같은 것입니다.

[2]인체 내에서 체액의 병리에 속한 담(痰)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코의 담증은 코완 관련된 각종 다른 경혈(예; 폐, 대장경락) 에서도 치료해 낼 수 있습니다. 어떤 증상 하나를 치료하는 데도 다양한 경로와 함께 많은 경혈이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경락의 어떤 경혈을 택하는 가하는 가는 개개인의 상태와 다른 증상과의 연관성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선택하는 가에 따라 치료효과가 큰 차이가 나므로 여기에서 실력이 판가름 나는 것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침이 비과학적인 이유로서 치료효율면에서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들기도 합니다. 의학분야에서 가장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영역 중에서 수술을 하는 분야는 어떻습니까. 많은 지식을 갖을수록 정확하나, 지식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며 부단한 연습과 경험이 함께 해야 치료효율이 비슷하지 않은가요? 그리고 타고난 손감(손의 재간)도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똑 같이 공부했다고 모든 선생님들의 치료효율이 100% 동일한 것입니까? 동양의학이나 침도 이점에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해서 잘 안된다고 객관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3]동양의학에 어혈(瘀血)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근육에 어혈이 생기면 주로 오후에 더 아프고 특히 밤에 누워있으면 많이 아픈 것으로써 근육의 순환장애로 인한 증상을 말합니다. 어혈은 비교적 근육의 넓은 부위를 포함합니다. 한자를 그대로 보면, ‘피가 병들었다’는 등의 말인데 소위 근육이나 장기의 특정한 부위에 혈액순환이 원만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런 원인은 다양하지만 타박상이나 낙상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낙상 후에 좀처럼 치료되지 않는 근육통이 있다면, 그리고 주로 밤에 심해진다면 이것은 동양의학적으로 어혈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혈을 치료함으로서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어혈을 회복시키는 경혈 중 하나는, 조금 전 설명한 담음증의 치료혈과 같습니다. 참고적으로, 한의학에서는 혈액(피)을 보는 시각도 다양한데 그 중에는 피도 역시 물을 관리하는 부서와 관계가 있다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병이생긴 곳의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거나, 혈액이 고인 부분을 따듯하게 하여주므로 서 어혈이라는 증상이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한의학적으로, 혈액을 주관하는 경혈이 따로 있습니다만, 물을 주관하는 경혈로도 치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비슷한 예로, 생리 시 출혈 정도를 조절하는 혈로서 수도혈(水道穴), 또는 위중혈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수도혈은 글이 의미하는 그대로 인체의 water metabolism을 조절하는 경혈 중 하나이며, 위중혈은 큰 틀에서는 水(방광)에 속하는 경락이면서 국소적(五行)으로는 土에 해당합니다. 土로서 水를 조절한다는 앞에서의 설명을 생각해 보시면 그 원리 자체는 규칙적인 면이 충분히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혈(出血)인데도 불구하고 水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를 처음 접하면 피(血)를 물이라고 한다? 역시 ‘엉터리다’라는 인상을 갖게 되는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제 임상 경험에서 이 논리들은 일정한 확률로 관련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침법에서는 혈액과 관계되는 증상을 조절하는 논리로서, 직접 혈액의 생산이나 응고 등과 관계되는 경락을 다루는 방법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소위 체질론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경락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점은 다음편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차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지지요? 저도 처음 한의학에 입문할 때, 오행이니 음양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솔직히 황당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임상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평가는 잠시 유보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앉아서 머리로만 판단하고, 말로 물어서 모든 판단을 하려고 하시는데 그런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동양의학에 입문하고 10년 쯤 지날 때 까지는 몇 가지 경혈을 가지고 특정한 증상에 대입하는 방법 이상으로는 다루어 보질 않았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예 무시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양의학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선생님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양의학을 비판하려 할 경우에는 최소한, 좀 더 깊이 있게 실용적인 면을 살핀 후 판단을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4]습(濕)이라는 것에 대해 추가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물의 다양한 형태가 인체 내에서도 적용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습은 매우 작은 형태로서 이온과 관계됩니다. 어떤 형태가 습한 형태인가 하면 비가 올려고 하면 통증이 오는 증상의 관절염이 그 예입니다. 날이 습해지면 인체가 이에 반응을 하여 통증이 온다는 것은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서양의학 적으로는 음이온과 양이온의 문제인데 날이 궂으면 양이온이 대기 중에 증가하고 이것이 피부를 통해 습과 함께 흡수되면 히스타민이나 프로스타그란딘 등이 많이 분비되어 통증이 심해지는 것입니다. 특히 날이 차면 더 심해지지요. 그래서 한의학은 습(寒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 가하면, 습(濕)의 조절자인 토(土)를 통하여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인체에 외부의 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인데, 그렇다면 인체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논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바로 앞에서 설명을 드린 습토(濕土)의 조절자인 토(土; 태백혈)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물론 증상을 완화 시키는 효과도 뚜렷하며 확률적으로도 앞에 소개한 몇 가지 증상보다 좀더 높은 편에 속합니다. 관절염 중에서 날씨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가진 경우에는 신속한 효과를 보입니다.

직접 해보시길 원하더라도 아직은 어렵습니다. 한 곳에 지정된 경혈이라고 다 같은 경혈이 아닙니다. 직경 2 Cm 안에서 매우 작은 구멍(경혈)을 찾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물론 만성적인 경우는 꽤 크기가 커서 작은 동전만한 경우도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만.. 그리고 확률을 높이려면 소위 ‘보사’라는 개념도 알아야 됩니다. 즉, 에너지를 높이고 낮추는 기법을 말합니다. 담, 어혈, 습 등에 따라 보사를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한두 가지 개념(濕, 水를 조절하는 土穴)을 잘 이해하므로 서, 벌써 몇 가지의 제법 난치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 논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을 드린 것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관찰되는 논리나 법칙은 곧 인체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 동양의학의 기본 특성입니다.

[5]서양의학은 해부학적 또는 기질적 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치료로 접근하는 데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병태생리의 범주(c)를 넘어선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있어서 그 장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대단히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방사선 진단, 혈액검사, MRI 등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증상을 호소하는 많은 경우가 (b)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의 검사에서는 check 되지 않는 것입니다.

즉, paraphysical area에 속하는 경우는 기질적 변화가 없는데 증상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증상이 소위 기능성질환에 속하는 것입니다. 동양의학은 바로 paraphysical area에 대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데, 보이지 않는 것을 해석하고 있으니 비과학적으로 보이지요. 환자는 증상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지만, 치료자가 그 변화를 남들에게 보여 줄 수단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혹자는 형이 상학과 형이 하학의 차이다라고도 하는 것이지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다룬다고 해서요. 그런데 잘 음미해 보면 좋지 않는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육체적 범주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이지 반드시 정신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증상이 10여 가지이상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도, ‘신경성’이다는 표현을 자제합니다. ’신경성’의 영역을 다루지 않고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이고, 어짜피 인간은 질병 뿐 아니라 매사가 정신세계와 관계 안 된 것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경성’이라는 말이 피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몸이 고통스러운 환자는 의사의 피상적인 표현을 들으면서 때로는 분노(?)를 느끼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증상을 완화시켜 주지 않는 상태에서의 애매한 설명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소위, 기능성질환이라 하여 지금까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은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의학도 그 자체의 시야를 넓히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동양의학은 이런 기능성질환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논리 들을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객관적인 검사는 어렵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해석하는 논리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생리적 범주와 병태생리적 범주

c) pathologic con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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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paraphysiologic con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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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hysiologic condition

침이 아니고 접근할 방법은?
경혈에 침을 놓지 않고 치료에 접근하는 방법은 레이저, 격자테이핑, 칼라테이핑 등이 있습니다. 레이저는 출력관계도 문제가 되고, 목적에 따라 초점거리가 달라야 하므로 아무 레이저나 사용하시면 효과가 없습니다. 레이저는 아직까지 침대용으로 전문적으로 개발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도구로 사용 할 목적이라면 테이핑을 들 수 있습니다만 테이핑은 깊이를 조절하는 경혈의 자극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치며
저는 정통 한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통합된 개념으로 실용화된 침법을 연구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제 글의 전개에 있어서는, 의학을 공부하신 분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 주관과 논리를 많이 피력하고 있음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엽적인 부분이나 용어에 집착하기 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에 더 많은 관심을 두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 향후 이어지는 어강 선생의 한의학 강의는 메디칼타임즈(www.mgnews.co.kr)심포지움란에서 계속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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