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산업' 발전방안

이기효
발행날짜: 2004-07-16 13:39:09
  • 이기효 교수(인제대 보건대학원, 병원경영전략연구소장)

의료서비스 산업은 보건의료산업 가치사슬의 중심으로서 의료서비스의 생산 및 공급 주체이면서 동시에 보건의료산업 제품 및 기술의 소비 주체이기도 하다. 치료 및 진단 기술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으로서 병원은 생명공학, 신약, 첨단의료기기 등의 고부가가치 미래 유망기술이 개발, 활용되는 장소로서 산업적 의미를 갖게 되었고, 향후에는 더욱 더 그 가치가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 산업은 높은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창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전체 산업평균 1.7에 비하면 작은 1.1 수준이지만, 현재 1.6 수준인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육성할 경우 생산유발효과의 개선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이경호, 2004).

한편으로 의료서비스 산업은 높은 고용효과를 가진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고정자산 투자액에 대한 고용인력이 많기 때문에 투자 규모에 비해 높은 고용 창출 가능성을 가진다. 의료서비스산업의 취업유발계수 생산액 10억원당 투입되는 취업자 수는 16.3명으로 전체산업 평균 12.2명보다 높고, 제조업의 4.9명보다 3배 이상 높다(전경련, 2004).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 산업의 고용비율은 미국 7.6%, 영국 6.7%, 프랑스 7.5%로, 단일산업으로는 고용규모가 가장 큰 부문의 하나가 되고 있다(이경호, 2004).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종사자수는 2002년 현재 총 194,658명으로 총 취업자의 약 3% 정도이므로 향후 고용 창출 효과의 잠재력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들에서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서비스 산업의 육성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시장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산업의 산업적 중요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의료서비스 산업의 전략적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의료서비스 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선언하고 세계 최고수준의 임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외국 환자를 대거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수립,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을 용인하고, 외국병원의 유치와 고급 의료서비스의 제공 등 의료분야의 산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괄적 국가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에도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통하여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고품질 서비스 욕구도 충족시키면서 국제적 경쟁력도 강화하는 의료산업육성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병원의 전문화, 영리법인의 허용, 의료광고의 확대 조치 등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재로서 공공적 성격이 강하므로 국가가 전 국민에게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하는 것은 현대 민주복지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의료서비스 산업의 산업적 성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 증진하면서도 효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정책에도 적극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산업 정책은 국민의 기본적 의료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건정책적 차원 일변도로 시행되어 왔다. 그 결과 비교적 적은 국민의료비 부담으로 전체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반면에, 한편으로 의료서비스 산업은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취약한 산업구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의료서비스 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시급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하여 밖으로는 의료서비스 개방에 대비하여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며 부가가치 창출능력을 높이고, 안으로는 국민들에게 다양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충실하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료서비스 산업의 육성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의료의 공공적(공익적) 성격과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사회적 가치이기도 하거니와,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정책은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려워 실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 산업의 발전방안에 대해

△ 의료기관간 기능분화

의료서비스의 요구 수준별로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의 역할 및 기능이 체계적으로 분화되어야 전체 의료서비스의 효과적인 제공이 가능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는 미분화되어 의료기관간의 유기적인 연계는커녕 무차별적인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어 의료서비스 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부르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병원 및 중소 종합병원은 의원과 비교해 진료과목별 전문화 수준에 차별성이 적고, 경쟁력마저 잃고 있으며, 종합전문요양기관의 경우는 환자진료부담이 높아 교육·의료기술의 연구개발 및 확산 기능이 취약한 문제점이 있다.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의뢰제도나 본인 일부부담금의 차등(또는 제외)를 통해서 합리화를 유도하려고 하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본인부담금 차등(또는 제외)와 같은 의료이용자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는 의료기관간 기능분화를 이루기는 어려우므로 의료공급자에게도 기능분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여 의료기관간 기능분화가 실행되도록 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원칙적으로 1/2/3차 의료기관이 자기의 수준에 적합한 진료를 하는 경우에는 ‘이익이 남는 수가’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 보는 수가’를 지불하도록 의료기관 종별 수가차등제를 고안하는 방안을 개발하고 시행하여 각급 의료기관 스스로 기능을 선택하고 분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의원은 병상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회복 또는 검진을 위한 휴식병상으로서 5병상이하만 보유토록 한다. 의원의 1차의료 제공자로서의 기능을 충실화하고, 건강증진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에 다양한 임상예방서비스, 건강증진서비스, 만성질환 관리서비스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2차의료기관인 병원은 기능에 따라 일반병원과 전문병원으로 분류하고, 종합병원은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일반병원은 2차의료 제공기능을 수행하도록 30병상 이상 규모로 내과계와 외과계 진료과목을 설치하도록 하고, 기타 진료과목은 지역의 의료수요와 경쟁력을 고려하여 병원이 선택하여 설치하도록 허용한다. 전문병원은 결핵, 정신, 안과, 산부인과, 아동, 척추 등 전문과목을 특화한 병원으로 병상 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며, 기능의 특화와 의료기술력에 따라 2차의료 수준 및 3차의료 수준의 전문병원으로 분류한다. 현재 병상을 보유한 산부인과, 정형외과, 정신과 등 대부분의 의원은 전문병원에 포함시키되, 병원의 시설 및 인력기준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3차의료기관은 일본의 特定機能病院처럼 고도 의료의 제공, 고도 의료기술의 개발 및 평가, 고도 의료에 관한 연수 등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으로 전환하도록 육성 지원한다. 지금처럼 일반 종합병원 수준의 환자진료에 매달리지 않고 고도의 기술과 고난이도 진료 능력을 갖춰나가기 위해서는 고난이도 진료에 대한 적정한 차등 수가제도를 현실화하여야 하며, 연구 및 교육기능에 대해서는 적절한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장기요양의료기관의 확대 및 의료서비스 제공 형태의 다양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현황자료에 따르면 정부지원 노인전문병원 및 국공립 치매요양병원, 일부 민간의료기관의 기능전환 등에 의한 치매요양병원, 노인전문병원, 민간운영 요양병원 등은 총 60개 기관, 7,040병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2003년도 노인복지시설현황에 따르면 노인거주시설을 제외한 노인요양시설, 노인전문요양시설 등이 전국적으로 171개 기관, 입소정원 13,308병상으로, 이를 모두 합하면 총 20,348병상(인구천명당 약 0.4병상) 규모에 지나지 않아 OECD국가의 중앙값인 1.8병상에 비하여 미미한 수준이다.

그 결과 급성병원 총 재원환자중 13.58%가 사회적 입원자나 장기요양 대상자들로 부적절하게 급성 병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병상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고 높은 의료비 지출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노령화가 급진전될 것이 확실시 되므로 요양병상의 확충은 매우 시급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2000년 현재 급성병상이 인구천명당 5.2병상으로 OECD 국가들에 비하여 높은 편이나,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과도한 경쟁을 격화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급성병상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요양병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적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병원의 요양의료기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시설 및 장비비를 일부 보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병원(hospital) 일변도의 제공자 체계에서 탈피하여 국민의 다양한 의료욕구를 더욱 비용-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보건의료서비스의 유형별로 가정방문보건(home health), 외래수술센터(outpatient surgical center), 외래재활센터, 외래전문진료기관(ambulatory care institution), 호스피스(hospice) 등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 형태가 가능하도록 법규 및 건강보험 수가 등을 개편하고, 중소병원의 기능 전환시 일정한 지원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의료서비스 산업의 산업화 촉진

△ 공공의료의 강화

의료서비스가 공공적 성격을 강하게 갖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산업은 민간부문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한 공공부문은 의료서비스 산업의 산업화를 오히려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서비스 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가 민간부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과도한 규제와 개입을 해 온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간영리병원의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민간병원의 수가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병원서비스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공공병원이 전반적인 수지를 감안하여 가격정책을 운용하면, 민간영리병원도 공공병원과의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공공병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의료의 강화를 통하여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공공부문이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민간부문이 제약을 덜 받고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는 것이다.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공공의료 강화이므로 향후 공공의료의 획기적인 확대가 기대된다. 그런데 공공의료 강화가 반드시 국공립 의료기관의 증설이나 기능강화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민간병원의 공공의료 기능의 강화를 통한 병원서비스의 공공성 유지도 공공의료 강화의 한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의 개념을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민간병원이 정부를 대신해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공공의료 제공 및 사업을 시행토록 지원해 우리나라 병원의 공공성의 유지 및 공공의료수준을 향상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국립·시립·도립·공립·특수법인(대학·보훈·산재 등), 지방공사의료원(33개소)과 적십자병원(서울·대구·상주·통영 등) 등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규정된 공공병원의 공공보건의료의 제공과 사업 수행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육성, 지원한다. 이들 공공병원이 지역거점병원(예; 일본의 지역의료지원병원) 또는 선진의료를 제공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토록 대대적인 투자와 기능 강화가 요청된다. 한편으로는 건강증긴 기능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공공병원이 건강증진병원(Health Promoting Hospital)으로서 기능하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각종 장기요양 의료기관, 재활 의료기관, 어린이 병원 등 민간부문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문에 대해 공공부문이 적극 진출하여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취약지 및 지역밀착 민간병원, 특히 지역거점병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에 대한 시설보조금 지원, 응급의료 기능 강화를 위한 지원, 전공의 교육연수비 지원, 3차병원/대학병원의 경우 특수 난치병 등 질병의 예방 및 치료 등 연구 개발의 지원 등을 통하여 민간병원의 공공의료 제공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허용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업의 영리추구를 금지하고 있어 개인 소유의 의료기관을 제외한 모든 法人格을 가진 의료기관은 비영리 의료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에 관한 논의는 의료시장 개방과 경제특구에 의해 촉발되어 현재 찬반양론이 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찬성론자는 투자재원의 조달이 활성화 될 것이고, 영리자본의 기업가정신에 의해 병원경영의 혁신이 가능해 지며,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을 통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을 들고 있으며(이해종, 2004), 반대론자는 의료의 공공성 저하, 의료비 상승 초래, 병원의 영속성 저해, 기존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다(감신, 2004).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시장 행태가 본질적으로 틀리다는 가정에 집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예컨대 비영리 의료기관은 利益(profit) 이익(profit)은 수익(revenue)에서 비용(expense)을 차감한 순수익(net revenue)를 의미한다.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영리 의료기관은 영리에만 집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의료기관은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가릴 것 없이 이익을 남겨야만 생존할 수 있다. 물론 국공립병원처럼 정부에서 재정을 계속 지원한다면 이익이 생존과 직결되지는 않으나, 이 경우에도 끊임없는 재정 축소 압박에 시달리게 되어 장기적 생존을 위협받게 되기 마련이다. 하물며 민간 의료기관의 경우 영리 비영리 가릴 것 없이 수익보다 지출이 많으면 발전은 고사하고 생존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전체 병원의 85%(병상 수로는 70%)를 차지하며, 매년 약 85억달러에 달하는 각종 세금 보조를 받는 비영리병원의 사회적 존재의의에 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Morrisey et al., 1996). 의료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많은 비영리병원들이 영리병원과 마찬가지의 공격적인 시장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병원의 자선 및 비보상 진료비가 영리병원의 그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연구결과(Wolfson and Hopes,1994)가 있으며, California주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세금 보조를 받는 만큼의 非報償 진료를 한 비영리 지역사회병원은 80%에 불과하며, 나머지 20%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Morrisey et al., 1996). 많은 비영리병원들이 그들이 제공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직접적 편익보다 더 큰 세금 면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Claxton et al., 1997).

이에 따라 비영리병원이 자선 기관이라는 인식은 폭 넓은 도전을 받고 있으며, 비영리병원에 주어지는 세금 면제가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평자들이 늘고 있다. 이미 몇몇 주에서는 비영리병원의 주 및 지방세 면제 혜택에 일정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비영리병원이 그들의 사명을 재정의 하고 지역사회에 영리병원보다 훨씬 큰 기여를 한다는 가시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그들의 사회적 존재 의의는 지속적으로 도전받을 것이다(Shi, L, and DA Singh, 2001).

우리나라의 경우 영리로 볼 수 있는 개인 병원과 비영리 의료법인 병원사이의 시장 행동 차이가 미국에 비해 작으면 작았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민간에 의해 소유되고 운영되는 한 의료기관의 성격을 불문하고 생존과 발전을 위한 영리성 행태는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시장 행태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 영리법인을 도입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의료의 공공성 저하, 의료비 상승 초래, 병원의 영속성 저해, 기존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등의 폐해가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리성은 민간부문이 의료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한 항상 나타나는 문제이며, 실제로는 영리성 그 자체보다 영리적 행동의 내용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영리적 행동이 빚을 수 있는 폐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하여 효과적으로 규제하거나, 공공의료를 확충하여 공공기관을 통한 의료서비스 공급을 확대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법인격을 비영리로 묶어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영리법인의 허용 여부는 그 폐해에 대한 막연한 경계보다는 우리 의료산업의 발전에 실제적 효용가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의료시장 개방이라든지 경제특구의 외국 의료기관 유치 등은 실행이 어렵기 때문에, 의료시장 개방이 국가경제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면 영리법인의 허용은 선결과제가 된다.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병원산업에 대한 자본참여가 활성화될 것은 분명하며, 이를 통하여 경쟁력 있는 병원들이 재투자 능력을 확보하여 더욱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병원들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용이하게 되어 영세성을 탈피하여 규모의 경제와 통합(integration)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되고, 중소병원의 전문화를 통한 경쟁력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영리법인을 허용하게 되면, 영리와 비영리 의료기관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비영리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지원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영리법인의 허용을 계기로 지금까지 공익기능의 수행을 압박할 뿐 재정, 세제상 지원에 인색했던 정부의 병원정책은 수정되어야 하며, 비영리병원에 대해서는 공익기능의 수행에 상응하는 조세 감면과 재정 지원의 시책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 물론 지원에 상응하는 공익기능의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규제와 감시방안도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현재의 비영리 틀 안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부조리를 양성화 하여 개인의 이득에 대해 합당한 부담을 지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리법인을 허용하면 현재 의료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병원의 다수가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이미 양적으로 공급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신규 진입이 대규모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적다. 또한 기존의 비영리법인을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법리상 영리법인에 의한 매수가 이루어진 후 그 매수대금이 국고에 귀속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영리법인을 허용한다고 해도 영리로 전환되는 병원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2002년 현재 종합병원의 16.3%, 병원의 56.9%를 차지하는 개인병원이 대거 영리법인화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에 대한 정부의 재정, 조세 지원을 차별화한다면 영리법인이 전체 의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사회적 지원을 매개로 더욱 강한 공공성을 요구하고, 모든 병원의 바람직하지 못한 영리추구 행동에 대해 효과적으로 개입, 감독하며, 공공병원 확충정책을 통하여 공공의료의 비중을 높여 갈 경우 사실 이러한 조치들은 영리법인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 상황에서도 정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영리법인의 허용은 의료의 상업화가 빚을 폐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의료시장에 多樣性과 力動性을 불어넣는 活力素를 창출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 비영리병원에 대한 지침 강화

현재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영리법인의 형태에 따라 과세기준이나 혜택이 서로 상이하다. 이러한 과세체계의 혼란은, 비영리법인의 설립 목적ㆍ근거나 설립 시기, 소관부처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재단법인, 의료법인은 법인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의 국세 및 종합토지세, 면허세, 취득세, 등록세, 사업소세 등의 지방세를 납부하는데 비하여 사회복지법인 병원은 법인세와 등록세만 납부하고 있다. 그리고 사단법인, 재단법인, 의료법인은 사회복지법인과 학교법인에 비해 수익사업소득의 50%만 고유목적 사업준비금으로 손금산입되며, 종합토지세 등 지방세 비과세 혜택도 차등 적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사회복지법인과 학교법인과 동일한 세제혜택이 주어져야 할 것이며, 특히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될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물론 세제혜택이 확대될 경우에는 회계투명화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 등 개인의 영리에 쓰이지 않도록 감독하는 체계가 동시에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의료산업은 노동집약형 산업이나, 종업원 수가 200인 미만일 때만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어 제조업에 비해 혜택 폭이 적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의 중소기업 비율은 73%로 제조업 중소기업 비율 96%에 비해 훨씬 작다. 더구나 중소기업 세액감면제도 역시 의료기관은 다른 업종의 절반인 10%의 세액감면만 인정되고 있다. 또한 첨단의료기기 관세를 65~85%까지 경감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 조항이 금년부터 제외되어 고가 의료기기 구입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기본법상 개인병원만 대상으로 되어 있는 중소기업 범위에 민간 비영리법인도 포함시켜 혜택의 범위를 확대하여야 하며, 최근의 병원 경영난과 도산율을 감안, 중소기업 기본법상의 의료기관 범위를 상시고용인원 200인에서 300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중소기업병원 비율은 제조업 중소기업 비율에 못 미치는 87.18%로 확대되는데 그칠 것이다. 한편으로 의료서비스산업의 특성을 감안, 중소기업 지정 기준을 현행 상시고용인원에서 병상기준으로 변경하는 것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 비영리법인의 수익사업 범위 확대를 허용함으로써 수익의 다각화를 통하여 의료서비스 제공에서의 영리성 추구 압박을 억제토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 민간건강보험의 활성화

민간건강보험에 대해서는 첫째, 의료소비자 측면에서는 민간의료보험을 구매함으로써 고액진료비가 소요되는 각종 재난성 질환과 사고에 대한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충분히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인구 노령화, 만성질환 증가, 소득수준 향상 등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른 다양하고 고급화된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유용하고, 둘째, 의료공급자 측면에서는 잠재 의료수요 및 고급 의료수요의 확대를 가져와 의료기관 경영개선과 의료서비스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셋째, 보험자 측면에서는 우량한 민간보험회사의 효율적인 급여처리나 보험가입자에 대한 각종 서비스를 통해 통합 관리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는 공보험의 운영효율성 제고에 여러 가지 시사점과 자극을 제공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김원중, 2003)과 낮은 급여율과 환자선택(cream skimming), 의료비 증가의 우려, 공보험 위축 우려, 계층간 위화감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는 견해(김창엽, 2004)가 공존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급여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50%가 넘는 높은 본인부담이 존재하며, 보험재정의 한계상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제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민간보험의 활성화에 대한 요구는 상존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민간의료보험이 상당한 정도로 국민건강보험의 한계를 보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을, 그 이상의 추가적인 서비스에 대해서는 민간보험을 허용하여 공보험을 보완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공ㆍ사보험의 역할분담을 통한 상호보완적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관련 위험률 정보의 제공, 보험료 소득공제 등 세제 지원으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정책이 전향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며, 한편으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민간의료보험 관련 정보제공 조치도 따라야 할 것이다. 다만,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가 국민건강보험의 위축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정책적 고려 역시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 의료광고의 규제 완화

의료 관계 법령이 국민의 건강보호증진을 위해 각종 규제를 규정하고, 의료업을 비영리로 규정한 취지나, 의료업 종사자는 국가가 전문지식과 능력을 인정한 전문자격자들이 유사한 진료방법으로 진료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상품의 제조·판매와 달리 의료관련 광고에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광고 관련 법규는 광고내용과 광고횟수, 광고매체 등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진료 선택의 폭과 의료기관간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2년까지는 州법에 의하여 의사의 광고를 제한하여 왔으나, 공정거래위원회(FTC)가 소송을 제기, 승소함으로써 광고가 전면 허용되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종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광고할 수 있는 사항이 극히 제한되었으나 몇 차례의 부분적인 완화를 거쳐 2002년에는 소비자에게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폭 개정된 바 있다 일본에서 광고규제가 완화된 결과, 현재 광고가 허용되어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의료부문에 있어서도 적절한 광고가 이루어진다면 의료소비자는 유용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폭넓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의료제공자들은 보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와 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등 경쟁촉진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과도한 의료광고 규제는 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 하느냐 인데, 구체적인 규제 완화의 정도는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면서 우리 현실에 맞게 조율해 나가면 될 것이다. 다만, 규제를 완화할 경우에는 동시에 규제 완화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가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허위·과대광고 등 객관성이 결여된 광고나 비윤리적 광고에 대해서는 현재의 행정처분 기준 및 형사처벌 형량을 상향조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한편으로, 정부당국과 의료계가 공동 참여하는 의료광고 심의기구를 운영하여 自淨을 기울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보건의료산업 Cluster의 조성

여건이 잘 갖추어진 지역을 선택하여 미래 지향적 의료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의료 서비스 수준과 시민 복지의 향상을 꾀하는 동시에, 의료 관련 산업의 집적과 산업의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보건의료산업 Cluster를 조성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의 연구개발 기능과 임상시험 등 임상 연구 전반을 지원하는 기능을 발휘할 의료 관련 산업의 집적 형성에 불가결한 핵심적인 의료기관인 첨단의료센터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기존 대학병원의 기능을 보강하거나 아니면 새로 건설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의 각급 의료기관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대학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이 연계된 임상실험 네트워크가 정비되어야 임상 연구와 제품 및 기술 개발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산업체·의과대학·연구소의 제휴와 행정기관의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며, 벤처창업 지원 등 기업화 지원을 위한 시설이나 서비스를 정비하여야 한다.

의약품이나 기기 등의 기술 및 의료 경제학적 평가·보급, 비지니스 지원 기능, 인큐베이트 기능을 담당하는 의료사업지원센터, 관련 인재육성 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전문인력 훈련센터 등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의료기술의 개발에는 오랜 기간과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가 주도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첨단의료센터를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의료허브 핵심병원으로 육성하고, 지역 의료기관 및 관광사업과 연계하여 보건관광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의료서비스 산업의 해외진출 지원

현재 개인 또는 의원형태로 일부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서비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여 대형병원이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해외진출을 위한 각국 의료시장 정보 및 진출 전략의 수립 등을 위한 기술을 지원해야 하며, 우리 의료기술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국가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국제협력재단 및 대외협력기금 등을 활용한 국제협력의 강화, 외국 의료인력에 대한 장기국내 연수의 활성화 등으로 우리 의료서비스 산업 진출의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노력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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