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이원화는 한국의료의 특징”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5-06-02 06:47:18
  • 박성철 한의과공중보건의사

“의료일원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라는 이병렬 대한공공의학회 부회장의 칼럼을 보다가,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는 그 오해가 너무 심하여서 이렇게 반론을 싣게 됐다.

먼저 지소장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칼럼의 끝엔 비야냥거림과 협박의 수준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허탈함을 느꼈다. 이는 2~3년전 노무현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검사들의 수준이하의 발언들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요즘 시대에 환자들이 보건지소의 한방진료실에 와서 아기를 낳기를 원하던가? 응급상황일때 보건지소의 한방진료실에 오던가? 응급질환에의 양방의학의 우수성은 당연히 한의사인 나도 인정하고, 그로 인한 환자의 생명연장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소장이 한의사라고 해서 심폐소생술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의과공중보건의사가 한다.

예를 든 산모출산이나 심폐소생술 또는 육지병원후송등을 백번양보해서 의사들만의 고유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지소장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지금도 한방지소장이 있는 섬에서 의사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응급상황때문에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문제로 14개의 신안군 보건지소중 배시간이 1시간이상이 걸리는 먼 섬들(요즘은 먼섬이라고 해봤자 쾌속선이 다니므로 2시간반이 최고로 먼 흑산도다.) 즉 5개지소(자은,흑산,하의,신의,암태도)에서는 의사가 공중보건의로 2명이 배치돼있다.

섬에서는 의사들의 일이 병원이 가까운 육지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지소장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의료일원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를 쓴 이병렬 부회장도 현재 공중보건의사로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지소장을 하고 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소장의 역할은 어떤가? 누가 그 지소의 장을 맡느냐에 따라서 그 지소의 1년간의 분위기와 생활환경이 달라진다.

한 지소당 직원이 최소 6명에서 8명이 같이 근무하는 곳에서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1년간 아니 3년간 지속된다면, 같이 근무하는 모든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및 여사들께도 큰 손해가 된다.

그 지소에 배치받은 의사나 한의사가 항상 인격이 훌륭할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나? 그래서 신안군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합의를 통해 지소장을 뽑도록 한 것이다. 아무래도 나서서 하겠다는 분이 리더쉽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지소장은 그 지역의 유지로써 관계기관장회의에 한달에 한번씩은 참여한다. 이것도 시간이 무척 드는 일이다. 이것이 전부다.

그 외의 예방접종사업이나 가정방문사업중 의과파트는 지소장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로써 공중보건의로 왔기 때문에 당연히 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행정기관 관내에 행한 인사의 결과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모두 임명권자(보건소장)에게 귀결된다. 당연하다. 그럼 의사가 지소장맡으면 사고가 안 터지고, 한의사가 지소장맡으면 사고가 더 잘 터지나?

마지막에 한의과공중보건의사가 양방의학을 공부하기는 하지만, 양방의료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한방지소장이라고 해서 주사약을 쓰거나, 처방전을 발행하지는 않는다.

한방지소장을 비뚤어진 시선으로만 보지말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 주기를 바란다. 처음 하는 것인데, 일하는 한의과공중보건의사도 열심히 하고 모범을 보이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의료일원화의 선구자가 아니라, 의료이원화의 받침돌이다.

과거와 다른 국내외적인 의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살아남아 발전하면서 명예를 지키는 길은 의료인집단간의 반목과 질시보다는 국민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교류가 중요할 때이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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