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법에 대한 오해와 편견(1)

이한주
발행날짜: 2005-09-22 16:01:14
  • 이한주 (간호협회 정책팀장)

지난 8월 24일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을 두고, 또 한번 간호(사)법을 자기 직종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곳이 있다.

이와 관련, 모 협회 기관지는 사설을 통해 ‘간호사법 논할 가치조차 없다’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억지’, ‘속셈’, ‘짜증’ 등의 언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법 제정을) 논할 가치가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다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표현하면서 간호(사)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억지라고 기술한 바 있다. 하지만 왜 간호협회의 간호(사)법 제정 활동이 분란인지? 왜 억지인지?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자신의 소속 단체와 반대되는 정책 활동을 수행한다면 분란이고 억지인지? 심히 이해가 안 가는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이 사설은 결국 간호(사)법은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간호기관 단독개설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속셈이라고 친절한 분석까지 곁들이고 있다.

아하! 이거였구나. 이들은 간호(사)법을 통해 간호사가 간호기관을 단독 개설하여 의료행위를 수행하면서 보건의료영역의 기존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면서 직능 간 역학관계를 재편할까봐 경계하는 것이고, 두려워하는 것이었구나.

이쯤 되면 왜 모 협회의 기관지가 유난하게 다른 협회나 보건복지부, 또는 국회 모 관계자의 의견임을 들어 간호(사)법은 절대 제정이 안 되고, 될 수도 없다라는 다분히 부정적 발언으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지 이해된다.

그러나 이 신문의 기사나 사설이 내부 단속용이든, 외부 과시용이든 의사가 개설하는‘의료기관’과 간호사가 개설할‘간호기관’은 명백히 다르다. 또한‘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는 가능하지도 않고, 현 간호(사)법의 내용에도 전혀 반영이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3조에 의해 “의료인이 공중 또는 특정다수인을 위하여 의료・조산의 업을 행하는 곳”으로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의원・치과의원・한의원 및 조산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의료법 제30조는 의료인(간호사를 제외한)은 이 법에 의한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행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럼 간호기관이 의료기관인가? 간호법은 제 2조에서 “간호기관”이라 함은 간호사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근거하여 개설한 간호 및 건강관련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이 법에서는 간호요양원, 가정간호센터를 말한다”라고 했다.

즉 간호사는 간호요양원이나 가정간호센터를 개설하여, 간호 및 건강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였지, 의료의 업을 행하는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간호사가 간호요양원에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타당한가? 의료법 제2조는 “간호사는 요양상의 간호, 진료의 보조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라고 했다.

또한 노인복지법은 간호사에게 노인주거복지시설, 의료복지시설(요양병원 제외), 여가복지시설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므로 간호사가 ‘노인요양원’이라는 간호기관을 개설하여 ‘요양상의 간호’를 제공하는 역할은 이미 기존 법으로 부여받은 것이지, 간호(사)법으로 새롭게 부여받는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인요양시설의 필요성 및 중요성은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특히 중산층・서민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례로 2004년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치매・중풍환자 요양시설은 600여개이지만, 입소자격은 극빈층(기초생활보장수급자)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나마 개설된 80여개의 민간유료요양시설은 주로 상류층이 이용하고 있으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시설은 고작 2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노인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경우, 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신체적, 사회적 부작용으로 인해 이들을 “Hidden Patient"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노인환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가족의 정서적 부담감을 완화시킬 소규모 노인요양시설 활성화를 위한 기본법 제정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또한 만성질환자 및 와상환자의 증가로 인한 가정간호센터의 필요성 및 문제제기도 이미 94년 시범사업부터 시작하여 10여년이 경과한 우리사회의 화두이다. 정부는 2001년 2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 가정간호사업을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유인책이 미흡해서인지 가정간호사업을 전면 확대 실시한지 4년이 지났지만 실시기관은 9월 현재 135개에 불과할 정도로 미흡하다.

그나마 개설된 기관도 대도시에 집중되어 정작 가정간호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농어촌 등 취약지역 노인이나 와상환자들은 서비스를 받기 어렵게 되어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임에도 왜 우리나라는 가정간호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아 항상 초과수요가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22조에 의료기관만이 가정간호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한규정을 두었다. 이는 굳이 의료기관이 아니어도 자격 있는 자가 일정한 시설과 기준을 갖춘다면 가정간호센터를 개설하여 지역적 장애 없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정간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였을 때,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호법은 의료기관만이 가정간호센터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여 간호사에게도 가정간호센터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정한 범위 이상의 전문적 판단이 따르는 의료행위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가정간호사업이 좀 더 활성화되어 농어촌, 대도시 구분 없이 지역사회의 재가 와상환자, 만성질환자가 의사의 적절한 처방 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간호사의 간호기관 단독 개설과 의료행위의 실체이다. 자신이 돌보고 있는 시설의 대상자가 의학적 처치가 필요함에도,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하면서 문제를 발생시킬 간호사는 아무도 없다. 이점을 간호법은 ‘관계 법령에 의거하여 처방된 약물・요법의 투여 및 치료와 예방에 필요한 처치 등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명시하면서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에 의해 의사의 처방을 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의 발생, 그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간호사도 피하고 싶다. 어느 누가 책임을 유발할 의료행위를 단독으로 수행하고 싶겠는가? 오히려 간호기관은 의사와 노인환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로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간호(사)법은 지난 2003년 9월에서 12월까지 3개월여 동안에 이미 서명운동을 통해 일반인 268,928명을 포함하여 총 355,670명의 서명으로 국민적 동의를 받은 법이다. 또한 일부 협회를 제외하면 시민단체에서 보건의료단체에 이르기까지 그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해 공감을 얻고 있는 법이기도 하다.

간호사가 독자법을 제정한다면 그 당위성은 국민적 실익에서 판단할 부분이지 모 협회 신문 사설처럼 ‘의료인으로 분류돼있는 다른 직역은 제쳐두고 간호사만 독자법을 만들어 따로 떨어져 나가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 반대논리에 애처로운 마음까지 든다.

국민을 위한 제도는 언제든지 잘못된 점이 있을 때 개선해야 국민의 이익과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적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간호(사)법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현재의 통합의료법체계의 존재성 및 지속 필요성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자체만으로도 논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는 내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적으로 폄훼하는 주장은 보건의료계에서 지향되었으면 한다.

진정 품격 있는 반대 주장, 품위 있는 정책 활동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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