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사도 의료사고의 피해자

현두륜 변호사
발행날짜: 2007-05-07 08:39:49
  •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최근 대형 종합병원에서 환자측에 의한 의료기관 점거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였다. 유족들이 그 시신으로 병원 로비에서 농성을 하는 모습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하여 대중에 전파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서, 의료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다양한 대책과 의견이 제시되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전문적인 중재기구가 없어서 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면서, 제도적인 뒷받침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재에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의한 중재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그 외에 법원에 의한 조정 절차가 존재한다. 전문적인 중재기구가 생긴다고 하여, 이러한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병원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것이 협상의 방편으로는 어느 정도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이는 엄연히 불법이고 바람직한 방법도 결코 아니다. 법과 원칙에 의한 해결이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로서는 매우 요원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방법은 오히려 분쟁을 악화시키고, 결국에 가서는 병원과 환자측 모두의 피해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합의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하여 사자를 볼모로 시위를 벌인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우리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에 대한 해결방식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해자측의 반응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당장 학교측의 안일한 대응과 경찰의 늑장 출동을 탓하고 관련자 처벌이나 징계를 요구하면서 농성을 벌일 법도 한 상황이었다.

고의에 의한 총기사고이고 피해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측의 반응은 의외로 냉정하고 침착하였다. 이들이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 때문에, 참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위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였을 경우, 미국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이미 생활의 방식이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람이 다치거나 죽게 한 경우,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찾아가서 농성을 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이제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교통사고의 특수성과 자신도 언젠가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물며 의료사고는 교통사고 보다도 더욱 복잡하고, 그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의료현장에서는 늘 사고의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의사들만의 잘못으로 돌릴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의료과실 여부를 떠나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그 순간 병원은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병원이나 의사 역시 피해자라는 점을 환자측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상담 전화: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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