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선택권 보장의 함정

장종원
발행날짜: 2007-09-20 06:39:05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17일부터 시작됐다.

성분명 처방의 주요 추진 이유 중 하나로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들이 약제의 선택권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상황과 생활환경에 따라 적절한 가격대의 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소개됐다. 저소득층의 경우 의약품 선택에 따라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시범사업에서도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자는 먼저 의사에게서 성분명 처방을 받을 것인지, 제품명 처방을 받을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성분명 처방을 선택한 환자라면 또 한번의 선택이 남아있다. 약국에서 약사의 설명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을 통한 환자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측면은 함정이 있다.

환자가 특정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지식이 '가격'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을 시도하는 핵심 논리가 '성분이 같으면 제약사가 달라도 의약품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가격외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환자가 많이 들어본 유명 제약사의 약을 선택한다면 "유명 제약사 약은 효과가 좋겠지" 혹은 "유명제약사 약은 믿을만 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동일성분이라도 제약사마다 약이 다를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의 원리만을 두고 생각해보면, 성분이 모두 같다면 이론적으로 약사가 제일 싼 약을 고르는 것이 옳은 일이다. 제일 싼 약을 고르지 않는 환자의 판단은 성분명 처방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의사가 성분명으로 할지, 제품명으로 할지 묻는 행위 역시 의약품이 다를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반 다를게 없다.

물론 환자가 제품명 처방에 비해 성분명으로 동일한 성분의 싼 약을 처방받는다면 비용도 절감되고 좋은 일일 테다.

그러나 환자가 가장 싼 약이 아닌 직접 약을 고르는 선택권은 성분명 처방의 원리와는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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