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비급여, 의료 뿌리 흔들 사안…어렵네"

안창욱
발행날짜: 2009-02-28 07:12:30
  • 행정법원 김종필 부장판사 피력…"양측 모두 일리 있다"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건과 관련, 보건복지가족부와 성모병원이 진료비 환자 부담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고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행정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김종필 부장판사)는 27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한 부당이득금환수 및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성모병원이 청구한 임의비급여사건과 관련, 원고와 피고를 출석시킨 가운데 첫 재판을 열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7년 성모병원이 백혈병환자 진료비를 임의비급여했다며 28억여원 환수, 141억여원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병원은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자 서울행정법원은 전체 환수 및 과징금 중 의료급여 관련 사건을 행정3부에, 건강보험 관련 사건을 행정2부에 각각 배정했다. 행정2부 재판부는 지난 1월 첫 법정심리를 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도 원고인 성모병원은 임의비급여가 의학적으로 불가피했다고 주장했고, 피고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명백한 부당청구라고 맞섰다.

성모병원 변호인 측은 “급여기준을 초과하지만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의료행위라면 의사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느냐”면서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법령상 금지돼 있다는 이유로 환불과 과징금 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성모병원 측은 “비급여를 하게 된 경위, 의학적 타당성과 필요성을 일체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환수처분을 하고, 법률상 상한인 5배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법하다”고 못 박았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 변호인 측은 “성모병원은 심평원의 삭감을 우려해 보험적용 진료비 전액을 환자로부터 징수했으며, 수가에 포함된 치료재료 비용도 임의로 부과했는데 이는 의학적 타당성과 무관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가족부 측은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 약제라 하더라도 별도의 절차를 거쳐 투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환자에게 임의로 비용을 징수한 것 역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종필 부장판사는 “정말 어렵고 쉬운 사건이 아니다”면서 “성모병원 주장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게 아니고 납득할 수 있을 것 같고, 복지부 주장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의료체계 뿌리가 흔들릴 사안”이라고도 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만약 성모병원에 169억원을 부과하면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느냐”면서 “이를 단순화시키면 병원을 하지 말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성모병원이 과징금을 감당할 수 없어 진료를 포기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면서 “과잉청구에 대해서는 5배의 과징금을 부과해도 의미가 있지만 백혈병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형병원의 사건에서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부장판사는 “성모병원 입장에서는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결부돼 있어 양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과징금 금액을 정리해 과징금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며 향후 중재 가능성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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