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따르긴 하는데 처방코드 삭제 어떡하나"

박진규
발행날짜: 2009-04-10 06:59:06
  • 식약청 발표에 당혹감 역력, 대형병원 움직임 주시하며 한숨

식약청이 석면함유 우려 의약품 120개사 ·1122품목을 발표하고 즉각 판매유통 및 회수조치에 나선데 대해 제약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피해가 너무 심각할 것 같다는 것이다.

식약청 발표 직후 복지부와 심평원이 1개월 유예된 품목을 제외한 1082품목에 대해 보험급여를 중지하고 의사 처방시 삭감하겠다는 발표를 내자 모든 책임을 제약사들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냐며 볼멘소리가 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협회에서 두 번이나 회의를 열어 자율적으로 제품을 회수하고 원료의약품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따르겠지만 제약사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탈크 원료 관리에 대한 책임은 정부 당국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중에 판매된 의약품을 전량 회수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불가피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6개월치 판매량 정도가 이미 생산돼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회수하는데 따른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요 대형병원에서 해당 의약품을 처방 의약품 목록에서 삭제하는 움직임이 신경쓰인다.

실제 Y의료원은 식약청의 발표 직후 해당 의약품의 의약품 처방코드를 삭제, 처방을 원천 차단했다. 다른 대형병원도 내부 논의를 거쳐 처방코드 삭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사 중견 간부 A씨는 "주요 대학병원에 처방코드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느냐"며 "석면탈크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삭제된 처방코드가 복구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석면함유 우려의약품에 자사 제품이 포함된 유명제품 보유 제약사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동국제약은 자사의 대표 품목 인사돌이 포함된데 대해 "오늘 문제가 되고 있는 탈크로 제조된 인사돌이 현재 약국 등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일본 업체로부터 석면이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은 탈크를 수입, 의약품 제조에 사용해 왔는데 지난 2월말 문제된 덕산약품 탈크 원료를 사용하여 시험 생산한 바 있었으나, 시중 유통된 제품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2000년 이전부터 고가의 일본산 탈크를 사용해 모든 의약품을 제조해 왔는데 외주업체로부터 공급받은 3품목(비칼루정, 톨테딘SR정, 한미염산테라조신정)이 석면이 검출된 덕산약품 탈크를 사용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외주업체가 덕산탈크를 사용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유통된 제품 전량을 회수·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탈크 원료를 교체해 즉각 재생산에 돌입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약품 사용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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