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연구원 토론회…"사회적 합의 위해 용어부터 통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존엄사는 다르기 때문에 용어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은 1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개념 및 용어 통일’을 주제로 했다.
발제자로 나선 보건의료연구원 배종면 연구위원은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사건을 계기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된 논의가 뜨겁지만 논의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원인의 상당 부분이 용어 문제”라고 못 박았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고, 사회적 합의를 보기 위해서는 개념 및 용어가 우선 통일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 연구위원은 용어와 개념의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인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사건을 대부분의 언론이 ‘존엄사 집행’, ‘존엄사 시행’이라고 보도한 것을 꼽았다.
이에 따라 배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해 혼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소극적 안락사’, ‘존엄사’, ‘자연사’, ‘연명장치의 유보 vs 제거’를 들었다.
배 연구위원은 존엄사 용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 오레건주가 1997년 존엄사법을 제정하면서 의사조력자살도 존엄사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이 용어가 보편화되면 안락사까지도 포괄하는 논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용어의 혼란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존엄사’다.
지난 8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안락사로 인식되는 존엄사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천주교 생명윤리위원회는 성명서에서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이라면서 “그럼에도 대부분의 언론과 의료계는 이를 존엄사 판결로 기정사실화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안락사는 모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저절로 혹은 고의로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 또는 부작위로 이해되는데, 일부 의료계와 언론이 김 할머니에 대한 판결을 존엄사로 규정짓고, 인공호흡기 제거 후에도 생명이 유지되자 매우 당황했으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에 대해 생명윤리위는 “이는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존엄사가 곧 의도적인 죽음을 초래하는 안락사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면서 “안락사법의 또 다른 이름인 존엄사법 제정을 적극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다만 생명윤리위는 “삶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한 환자가 자력으로 호흡할 수 없게 돼 인공호흡기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공호흡기 부착을 거부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교훈(윤리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존엄사라는 표현 자체가 언론매체에서 날조한 잘못된 표현이며, 근본적으로 오해로 인한 부당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역시 그 자체가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의 경우 인간의 품위 유지를 위해 시행돼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의도적으로 생명의 단축을 초래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의료계 지침에는 자연스러운 생명 유지 조치, 수분과 영양 공급 등이 명기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존엄사라는 말 자체가 날조된 어불성설이며 소극적 안락사를 미화시키는 용어”라면서 “죽음을 단축시킬 수 있는 행위를 존엄과 연계시키는 발상 자체가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만행”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톨릭의대 홍영선(종양내과) 교수도 존엄사 용어 사용으로 인한 혼란을 경계하고 나섰다.
홍 교수는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을 때 일부 언론에서 존엄사 시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할머니의 사망을 기대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이 때 사용한 존엄사란 용어는 존엄적 안락사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는 의료적, 양심적 판단 아래 이제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환자의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는 안락사로 이해돼서는 안되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사전의료지시와 관련,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환자로 대상을 제한해야 하며,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제외하고, 의료행위의 내용도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국한해야 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법원 노태헌 재판연구관은 최근 서울대병원이 의식이 없는 환자의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한 권고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환자 대리인의 판단과 환자 자신의 결정은 법률적으로 다른 것”이라면서 “사전의료지시와 다른 법률적 구성이 필요하고, 용어를 달리하는 것이 향후 논의에서 혼선을 피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보건의료연구원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17일(생명윤리 & 불확실성에 대한 접근), 24일(의사 결정 절차)에도 연속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은 1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개념 및 용어 통일’을 주제로 했다.
발제자로 나선 보건의료연구원 배종면 연구위원은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사건을 계기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된 논의가 뜨겁지만 논의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원인의 상당 부분이 용어 문제”라고 못 박았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고, 사회적 합의를 보기 위해서는 개념 및 용어가 우선 통일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 연구위원은 용어와 개념의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인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사건을 대부분의 언론이 ‘존엄사 집행’, ‘존엄사 시행’이라고 보도한 것을 꼽았다.
이에 따라 배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해 혼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소극적 안락사’, ‘존엄사’, ‘자연사’, ‘연명장치의 유보 vs 제거’를 들었다.
배 연구위원은 존엄사 용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 오레건주가 1997년 존엄사법을 제정하면서 의사조력자살도 존엄사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이 용어가 보편화되면 안락사까지도 포괄하는 논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용어의 혼란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존엄사’다.
지난 8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안락사로 인식되는 존엄사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천주교 생명윤리위원회는 성명서에서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이라면서 “그럼에도 대부분의 언론과 의료계는 이를 존엄사 판결로 기정사실화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안락사는 모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저절로 혹은 고의로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 또는 부작위로 이해되는데, 일부 의료계와 언론이 김 할머니에 대한 판결을 존엄사로 규정짓고, 인공호흡기 제거 후에도 생명이 유지되자 매우 당황했으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에 대해 생명윤리위는 “이는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존엄사가 곧 의도적인 죽음을 초래하는 안락사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면서 “안락사법의 또 다른 이름인 존엄사법 제정을 적극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다만 생명윤리위는 “삶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한 환자가 자력으로 호흡할 수 없게 돼 인공호흡기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공호흡기 부착을 거부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교훈(윤리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존엄사라는 표현 자체가 언론매체에서 날조한 잘못된 표현이며, 근본적으로 오해로 인한 부당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역시 그 자체가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의 경우 인간의 품위 유지를 위해 시행돼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의도적으로 생명의 단축을 초래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의료계 지침에는 자연스러운 생명 유지 조치, 수분과 영양 공급 등이 명기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존엄사라는 말 자체가 날조된 어불성설이며 소극적 안락사를 미화시키는 용어”라면서 “죽음을 단축시킬 수 있는 행위를 존엄과 연계시키는 발상 자체가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만행”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톨릭의대 홍영선(종양내과) 교수도 존엄사 용어 사용으로 인한 혼란을 경계하고 나섰다.
홍 교수는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을 때 일부 언론에서 존엄사 시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할머니의 사망을 기대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이 때 사용한 존엄사란 용어는 존엄적 안락사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는 의료적, 양심적 판단 아래 이제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환자의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는 안락사로 이해돼서는 안되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사전의료지시와 관련,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환자로 대상을 제한해야 하며,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제외하고, 의료행위의 내용도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국한해야 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법원 노태헌 재판연구관은 최근 서울대병원이 의식이 없는 환자의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한 권고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환자 대리인의 판단과 환자 자신의 결정은 법률적으로 다른 것”이라면서 “사전의료지시와 다른 법률적 구성이 필요하고, 용어를 달리하는 것이 향후 논의에서 혼선을 피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보건의료연구원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17일(생명윤리 & 불확실성에 대한 접근), 24일(의사 결정 절차)에도 연속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