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접종 권해야할지 혼란"

안창욱
발행날짜: 2009-10-28 06:47:15
  • 신승수 교수 지적…허대석 원장 "백신 역할 미지수"

신종플루와 독감 예방접종과 관련한 의학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허대석 원장
전액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원장 서울대병원 허대석)은 연구원이 발행하는 소식지 ‘근거와 가치’ 10월호에서 신종플루, 독감 백신 접종과 관련된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허대석 원장은 칼럼을 통해 “신종플루 백신만 개발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그러나 1976년 미국의 돼지독감 유행 사건에서 관찰된 상황은 이와 반대였다”고 지적했다.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했거나 장애가 발생한 수가 현저히 많았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이번 신종플루 백신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 “해마다 발생하는 계절인플루엔자에서도 백신의 역할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있고, 페니실린과 같은 수준의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종인플루엔자와 같은 질환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근거를 올바르게 생성하고, 평가하는 국가적인 역량을 키워야 할 때”라고 못 박았다.

신종플루 백신의 통계적 유의성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근거가 있는지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신승수 교수는 독감 예방접종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정부의 설득력 있는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 소식지에 실은 '독감 예방접종 백신의 예방 효과와 안전성’기고에서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노인을 포함한 위험요인이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겨울 전에 독감예방접종을 시행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단기간에 걸쳐 급히 만든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교수는 “의료인으로서 나는 과연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할지 혼란을 느낀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예방접종사업이 시작된 이래 이토록 단기간에 다량의 예방접종을 수행해야 했던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불러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 역시 1976년 미국이 돼지독감 예방접종사업을 예로 들면서 당시 많은 부작용 사례의 보고와 이에 따른 정부의 대책에 대한 비난이 그 해 말 포드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 적어도 일정부분 일조했다고 후세에서 평가했다고 언급했다.

신 교수는 “규제당국이 백신을 포함한 모든 약물에 대해 일관된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는 이상 백신을 둘러싼 의혹의 눈초리는 일반인만이 아닌 일부 전문가에게도 잔존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교수는 “이 점에 명심해 백신의 효과와 안전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관계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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