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그리고 우리의 자화상

강병희
발행날짜: 2009-11-12 06:02:00
  • 강병희 진오비 회원

얼마 전 2014년에는 결혼 적령기를 남성 만 29-33세, 여성 만 26-30세로 감안했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38만 1300명이 더 많아 남녀 성비가 124.8까지 올라간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남성 100명당 신부가 80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혼 대란이 닥칠 거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녀들의 멀지 않은 미래 이야기입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이런 세상을 만든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이제 어찌하겠습니까? 신부들을 외국에서 수입(?)해 올까요?

또 한번 성 감별(?)을 해준 산부인과 의사에게로 화살이 날아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지나친 피해의식일까요?

요즘 불법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하여 말들이 많습니다.

사회적,국가적인 무언의 동의(?)로 우리는 임신 중절 수술을 해 왔고 지금도 수많은 생명이 출산에 이르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중절 수술 할 때는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수술이 잘 되고(?)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들이 임신을 한 후 보호자와 같이 내원하여 수술을 해 달라고 간청하면 쉽게 거절을 하기가 힘듭니다. 아이의 미래를 보거나 당장 학교에서 퇴학 내지는 정학을 당할 거란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한 한 순간의 실수로 제 3자의 아이를 임신하거나 결혼에 이르지 못하는 커플의 사정을 듣고 난 후에는 중절 수술 포기를 권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알 수 없는 죄책감은 커지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사회적,의학적,윤리적인 문제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저 자신의 합리화도 한계가 있고 이건 도무지 의사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힘든 시간입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면 과연 중절 수술밖에 방법이 없는지,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해 보았는지, 단순히 임신과 출산을 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모두가 고민을 해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각자 사연이 있어서 수술을 선택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타인의 생명을 지켜주고 보호해 줄 수 있는 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합니다. 지독한 자기 부정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무엇일까요? 반도체,자동차,생명 공학,우주 공학 등 여러 산업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사람만이 유일하고도 완전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태어난 사람 말입니다.

혹자는 말씀하시겠지요? 인간 이하의 사람도 고부가가치이냐고? 우리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물론 유전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또한 무시 못할 부분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치열하고, 어찌 보면 너무 위험한 과당 경쟁에만 우리 아이들을 몰아 넣어 사회가 어지럽고 혹독하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습니까?

불법 임신 중절 수술은 위험한 수술입니다. 사회적으로 중절 수술을 받는 것을 아주 쉽고 일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사회에서 어찌 생명 존중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고려할 수 있겠습니까? 돈만 있으면 자신의 잘못을 해결할 수 있고 타인의 생명에 대해서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은 상상만으로도 세상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자녀가 이른 나이에 임신을 하거나 시킨(?) 경우를 가정해 보세요. 물론 지금의 현실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지만… 당장 중절 수술을 시키고 빨리 학교로 돌아가 자신의 권리와 의무에 충실하기를 바라겠지요. 아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수술 후에 아이가 받아야 할 신체적 후유증과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현실과의 괴리감, 이로 인한 자신의 실수를 어찌 보면 크게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시 실수를 반복할 수 있는 미래의 잘못들. 도둑질도 처음이 힘들지 반복되면 도덕 불감증도 심해지고 거리낌없이 더 큰 도둑질을 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모두 우리의 잘못이지요. 교육을 잘 하지 못한 가정의 잘못이고, 학교의 잘못이고, 사회의 잘못이고 국가의 잘못입니다. 우리가 보호하고 교육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를 지닌 어른의 잘못입니다.

실수를 했지만 우리가 가르치고 배운대로 생명을 존중하여 출산을 하게 된 경우에는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아이가 훨씬 더 성숙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보면서 사랑을 배우고 책임감을 느끼며 성실히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많은 삶의 진실과 접할 수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멀리 보면서 올바로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렇게 되려면 여러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복지 정책의 인프라가 형성 되어야 합니다. 국가에서 이제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저출산 국가에서 불법 중절 수술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면서 큰 재앙입니다. 국가에서 키워주고 교육시켜 주어야 합니다.

미혼모 대책도 세우고 외국으로 입양되는 우리 아이들을 국내에서 입양하여 잘 키울 수 있는 여건도 만들고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출산 정책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4대강 좋지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즐길 사람이 없습니다. 국가에서는 우선시 되어야 하는 정책들을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지금 상태로 가면 200년 후에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힘듭니다. 200년 후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입니다. 140만의 인구로는 어렵겠지요.

낙태 근절 운동은 우리 모두의 도덕불감증을 깨우는 한 방법입니다. 자신의 몸을 빌어 태어나는 생명이라고 자신 마음대로 하는 것은, 자신이 키워주었다고 자식을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과 같습니다. 힘들다고 자식을 버리거나 죽이면 되겠습니까?

물론 그 상황까지 가지 말도록 국가에서 미리 방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인류의 자기 행복권과 건강권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생명을 없앨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기회에 우리 근사한 상상 한 번 해 봅시다. 불법 중절 수술이 근절되고 생명 존중의 정신이 사회에 퍼지면,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나영이 사건과 같은 흉악 범죄가 줄어들고 서로 배려하고 보살필 줄 아는 진짜 살맛 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저만의 지나친 허무 맹랑한 상상일까요? 여러분 같이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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