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장비가 의료의 질은 아니다"

장종원
발행날짜: 2004-05-25 06:20:59
  • 이원영 교수, "의학적·사회적 적정성 달성해야"

한국 의료의 수준이 우수하다는 많은 주장과 달리 '의료의 질'은 전혀 평가된 적이 없으며 단순히 시설·장비의 고급화가 의료의 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이원영 교수는 24일 보건의료노조가 '의료 공공성 강화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일차, 이차, 삼차 의료기관)의 질은 어느 정도 수준이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의료의 질은 기술적인 면(사망률, 합병증 발병률, 재입원율, 비용 대비 효과, 대인관계(의료인, 환자), 쾌적성에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비용 중심의 평가를 수행하고 한국 능률 협회(KCSI)나 한국생산성본부(NCSI)는 대형병원의 고객만족도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전부다.

반면 미국에서는 기대사망비, 병상 등 간호사 수 등 다양한 지표가 활용된 의료의 질 평가가 수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의료서비스 제공량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의학적 적적성과 사회적 최적성이 동시에 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의료에서는 제왕절개분만율과 같은 과잉이용, 과소이용(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적이적 망막검사 하지 않음), 오용(병원내 감염으로 인한 사망 등)이 혼재하고 있다"며 "반드시 시설과 장비의 고급화 등 외형상의 성장이 의료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의료의 질에 있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특히 우리 의료에서 일차의료의 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원형 교수는 '보건의료의 강화의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한 연구 수행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료는 의료의 질 뿐 아니라 낮은 보건의료체계의 형평성, 정부의 낮은 투자, 서비스제공의 연속성 부재, 저비용-저산출 구조의 비효율성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 의료는 제공자(병원,의원)의 시장진입이 쉽고 보험등재약의 가격에만 규제가 있을 뿐 고가의 시설과 장비 확충이 무제한적으로 이뤄 지고 있으며 환자는 비급여서비스의 가격과 양이 없어 제공자 주도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또한 제공자는 대부분 개인자산과 간접금융으로 생산요소를 조달하는 사적자본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이 교수는 "공공성 강화의 기본 방향은 △사적자본의 이윤추구동기 약화 및 무한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제도환경의 개선 △정부의 획기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개입 △보건의료공급체계, 건강보험부문, 의료기관 소유지배구조 등에 대한 정책대안을 수립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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