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계 "부끄럽다"…제약 약가인하 후폭풍

박진규
발행날짜: 2009-12-30 06:50:35
  • 광주지검 리베이트 수사결과, 의약계에 파장 클 듯

광주지검이 관내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수사를 벌여 의사 2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한데 따라 의료계와 연루된 제약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는 대형병원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등 의료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제약사와 도매상 8곳을 압수 수색하고 수사선장에 오른 대형병원 의사 70명 가운데 31명을 소환 조사해 죄질이 무거운 4명에 대해 구속영장(2명은 영장기각)을 청구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리베이트 수수는 의사들이 제품의 약효나 성능보다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의약품을 처방함으로써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가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현재로선 일부 제약사는 리베이트 근절법에 따라 약가인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검찰이 제약사에 대해서는 '반성문만 받고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그냥 넘어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이참에 리베이트 없애자'= 의료계는 검찰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수사가 확대되지 않은 점에 안도하면서도 이참에 리베이트는 없어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수가결과가 확대 보도되어 의료계가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져서는 안된다며 경계하기도 했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의사들의 자중지란에서 시작된 게 이렇게 크게 확대되었다"며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선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관행이라고 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없어져야 한다. 당연히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어떤 분은 개인적인 축재나 비리일 수 있지만, 과를 운영하는 의국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분들은 총대를 메는 기분으로 회식비와 과원들 지원금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활용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상 참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학병원 의사는 "리베이트로 받은 금액이 엄청나게 많다. 간도 크다"면서 "앞으로 이런 잘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는 약가인하 불가피= 리베이트 조사를 진행한 특수부 김재구 부장검사는 29일 수사결과를 발표한 후 "이번 수사에서 상당수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지만 제약사 관계자는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광주지역 제약사들이 대부분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영업방식이어서 리베이트를 주지 않고는 영업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 처벌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지시를 받고 일한 말단 직원만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해당 제약사 관계자들을 불러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재발방지 다짐은 받아두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약가인하는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 오전 검찰에 전화를 걸어 사건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검찰의 수사가 리베이트 근절법 시행 이후인 올 11월 이전까지의 리베이트 수수내역이었던 점에 주목한 것이다.

검찰은 일부 제약사는 리베이트 근절법 시행 이후에도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검찰에 자료요청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윗선의 재가를 받아 검찰에 자료요청을 할 것"이라며 "8월 이후에도 계속 리베이트를 건넸다면 약가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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