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환경 변화에 위기인식 확산…의료경영학 등 인기
|신년기획|'의사들이 경영에 눈 뜨기 시작했다'"개업만 하면 성공하는 시절은 지났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이제는 진료만 잘 하면 환자가 몰려드는 시절도 지나가고 있다."
의사들이 변하고 있다. 과거 '개원=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의사들은 경영학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이미 의료기관에 경영을 적극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메디칼타임즈는 2010년 새해를 맞아 최근 병원 운영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의사들의 인식에 대해 짚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망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의료경영, 거스를 수 없는 물결
<중>의료 패러다임은 변화한다
<하>다른 길을 여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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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피부과 개원의의 말이다. 달리 말하면 이제 병·의원에서도 진료에 대한 차별화 이외 '경영'이라는 요소가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병원경영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영학'배우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영' 개념 도입하니 환자 늘어나네"
실제로 개원가에서는 이미 다양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년 전 BK성형외과와 동양성형외과라는 두 유명 성형외과의 합병으로 탄생한 'BK동양성형외과'는 강남권 일대 최대 성형외과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성형외과의 합병은 당시에도 화제가 됐지만 이후에도 ▲15층 규모의 성형외과 설립 ▲해외환자 대거 유치 등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그것도 동일 진료과목의 합병은 사실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던 부분. 그러나 두 성형외과는 합병을 통해 '윈-윈' 전략을 꾀하고 있다.
BK동양성형외과 김병건 원장은 "서로 수술 잘 하는 분야가 달라 서로 보완해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합병이 진행됐는데 규모가 확장되면서 기대이상의 시너지효과를 보고있다"며 "의료경영은 이미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성형외과가 합쳐지면서 15층규모를 갖출 수 있었고, 이는 대형 성형외과에서 안전한 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수요와 맞아 떨어지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시켰다"며 "경영적인 감각을 기르기 위해 경영 관련 세미나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매년 적자행진을 이어갔던 경기도립의료원 의정부병원도 최근 병원경영에 신경쓰면서 흑자로 돌아선 이례적인 사례.
특히 최근에는 복지부가 선정하는 건강검진 프로세스 개선 의료기관 대상에 선정되는가 하면 미수납률 프로세스 개선 의료기관 4위를 차지하는 등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정부병원 김영찬 원장은 "병원장을 맡고 처음 병원에 왔을 당시 전체 비용의 80%가 인건비로 지출되고, 불필요한 진료외 비용이 너무 많았다"며 "일단 경비를 절감하고 가능한 부적절한 시간외 수당을 줄임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 흑자로 돌아서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변화는 '의료경영학'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학에 대해 배우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기 때문"이라며 "그 이후로 병원 내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됐으며 다양한 경영기법들을 병원에 도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영학 배우기 나선 의사들
의사들의 경영학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간단한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체계화된 교육을 받겠다고 나서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는 2010학년도에 전체 지원자 중 30%이상을 의사가 차지, 경영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서울대병원 의료경영고위과정(AHP)도 마찬가지다.
2006년 6월 제1기생을 모집을 시작한 AHP는 현재 수강생의 60%가 대학병원장, 중소병원장, 개원의, 봉직의 등으로 의료계에서 알만한 인물들이 한번쯤 거쳐야할 필수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경영학에 대한 의사들의 열정은 해외로까지 뻗치고 있다.
UIC치과병원 주최로 진행되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미국의료경영 박사과정(P.H.T) 프로그램에도 의사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USC과정 관계자는 "평소 임상에 대한 프로그램만 접하면서 경영학에 공부에 목말라하던 의사들이 과정을 이수하면서 만족감이 높다"고 전했다.
젊은 의사들 "동네의원도 경영 알아야"
경영학을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는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더욱 활발하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에 지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의사들 중에는 공중보건의 뿐만 아니라 레지던트를 밟고 있는 의사들까지 다양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오모(31)씨는 "의과대학에 이어 병원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세상물정을 잘 몰랐는데 경영학 공부가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가정의학과 석사를 받기 보다 경영학 석사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 수업을 택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지방검찰청 공보의 박모(27)씨는 "앞으로 성공하는 의사가 되려면 진료 이외에 경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거란 생각에 경영학을 배우게 됐다"며 "50~60대 선배들이 의사도 경영마인드를 갖춰야한다는 충고를 많이 해주실 정도로 의사와 경영은 더이상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