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참여했던 한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던 중 전투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국가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는 최근 부상자 처치 중 전경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A의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황증거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14일 판결문에 따르면 의사 A씨는 지난 2008년 6월 촛불집회에 의료봉사단으로 참여해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하지만 한 전투경찰을 치료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전치 3주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게 됐고 의사는 이 부상이 전투경찰의 폭행에 의한 것이라며 국가에게 2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손배소를 제기했다.

의사는 "순수한 목적으로 부상자를 치료하던 중 일부 전경들이 갑자기 폭행을 당했다"며 "따라서 국가는 이러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의사는 당시 정황이 녹화된 자료 테이프와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의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전경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판단하기에 근거가 모자라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사가 증거로 제시한 동영상은 너무 원거리에서 촬영돼 과연 전경이 의사를 폭행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황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의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증거로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또한 또 하나의 증거로 제출된 진단서도 상해의 증명일 뿐 대상자가 전경이라는 근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경이 의사를 폭행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의사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밝혔다.